전자책 시장, 왜 경제경영서보다 소설이 잘나갈까

아마존 킨들이 나오고,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출판의 디지털화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출판 산업도 음악 산업이 걸었던 길을 반복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장밋빛 전망 만큼 전자책 시장은 커지지 않은 것 같다.

존 B. 톰슨 쓴 '도서전쟁'을 보면 전자책 시장의 현재는 이번에 가깝다. 앞으로 상황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전자책 시장에 대해 다시 낙관론을 들고 나오기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전자책 판매의 급격한 증가는 업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극적이고 불안한 일이었다. 많이 예고되었던 전자책 혁명이 한동안 헛된 기대처럼 여겨졌었으나 몇 년 후 갑자기 이것은 의심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더욱이 엄청난 성장률을 감안하면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똑같이 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성장이 갑자기 멈추었던 것이다. 전자책 판매가 2013년과 2014년에 멈추었다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아무도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흔들리지 않는 비평가들 조차도 이런 갑작스러운 발전에 놀랐다. 2013년 전자책 매출은 2.1% 하락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지금 2007년 11월 킨들이 도입된 이후 뒤따랐던 극적인 성장이 잠시 지속되다가 2012년 갑작스럽게 중단되었음을 알고 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주요 시판용 출판물들이 가까운 미래에 전자책 판매의 강력한 부활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하는 사람은 대단한 영혼일 것이다. 오늘까지의 증거로 본다면 그런 전망은 멀어 보인다.

전자책과 관련한 전망은 이외에도 빗나간 것들이 꽤 있는데, 전자책을 내놨을 때 먹혀들 수 있는 카테고리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저자에 따르면 다수 평론가들은 비즈니스/경제 관련 책들이 전자책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전자책과 궁합이 가장 좋은 카테고리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이건 요즘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지 싶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미국 한 대형 출판사 사례를 들었다. 실명 대신 '올림픽'으로 데이터를 인용했다.

2000년대 초 전자책이 본격화되기 전에 많은 평론가들은 전자책 혁명이 시작되면 출장 중에 비즈니스 관련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공항과 비행기에서 읽기 원하는 사업가들이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그들은 성인용 비소설, 특히 비즈니스 서적과 아이디어 관련 책이 전자책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자책 활용 면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범주는 비즈니스 도서가 아니라 로맨스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은 모든 다른 범주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로맨스 소설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당시 전자책은 전체 '올림픽'에서 판매되는 로맨스 소설 가운데 44.2%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전자책 판매량이 떨어졌지만 2013년과 2014년에는 다시 올라서 전체 로맨스 판매의 약 55%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다시 45%로 떨어졌으나 2016년에 다시 반등해 전체 올림픽 로맨스 판매량의 약 53%를 차지했다.

장르 소설은 디지털로 가장 빠르고 극적으로 변화했다. 이 범주의 책들은 서술적인 선형 텍스트를 특징으로 한다. 이 범주의 책들은 서술적인 선형 텍스트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범주의 책은 전자 독서 폼팩터가 우수한 몰입형 독서 환경 속에서 연속적으로 그리고 빨리 읽힌다. 회전율과 소비율이 높으며 책을 읽은 후에는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지털 파일은 쉽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일반 소설의 경우에는 디지털로의 전환이 장르 소설만큼 빠르거나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아주 뒤떨어지지는 않았다.

문학 소설 같은 일반 소설의 일부 형태와 장르 소설을 구분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는 그 작품의 소장 가치 여부이다. 일부 독자에게 문학 소설, 그리고 특정 책과 작가는 장르 소설보다 소장 가치가 더 높을 수 있다. 즉 독자들은 특정 책 또는 특정 작가들이 쓴 책을 소유하고 싶어 하고 서가에 보관하고 싶어 한다.

스텍트럼의 또 다른 끝에는 여행, 요리, 그리고 청소년물 책이 있다. 이범주의 책은 비선형적이고 삽화가 많이 포함된 경향이 있다. 이 책들은 일반적으로 좀더 천천히 그리고 불연속적으로 읽힌다. 대부분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선형 빙식으로 읽히지 않고 몇번이고 다시 찾아보는 참고서처럼 사용된다.  회전율이 낮아 책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고 다시 읽을 수도 있으며 훗날 다시 참고할 수도 있다. 삽화가 아주 많은 책의 경우 서가나 커피 테이블에 올려놓기도 한다.  단순한 서술식 텍스트와 달리 이러한 책을 매력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디지털 포맷으로 제공하는 것은 대체로 더 어려우며 비용도 더 많이 든다.

애초 전자책의 아이콘이 될 것처럼 보였던 비즈니스/경제 서적은 왜 로맨소 소설에 밀렸을까? 비즈니스 경제 서적은 소설보다는 참고서에 가까운 DNA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다른 범주와 관련해 비즈니스 경제 책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00년대 초반에 많은 평론가들은 전자책 혁명이 시작되면 디지털 기기로 비즈니스 서적을 읽는 사업가들이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기술에 정통한 사람이자 공항에서 여유 시간에 사업 트렌드에 대한 최신 자료를 확인하는 국제선 여행객일 것으로 예측되었다. 비즈니스 경제 서적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성장해서 2014년에 20% 상승했다가 2015년에는 15%로 다시 하락했다. 이는 소설, 전기/자서전 역사 같은 서술식 비소설의 다른 범주가 도달한 수준보다 훨씬 낮다. 전자책이 마침내 부상하자 공항 라운지에서 비즈니스 책을 읽는 사업가보다는 로맨스 소설을 읽는 여성이 이 시장을 주도했다.

여기에서 개발된 모델의 렌즈를 통해서 보면 비즈니스 서적의 전자책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많은 비즈니스/경제 관련 서적은 일반적으로 몰입형 독서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지속적으로 읽는 종류의 책이 아니다. 그러한 책은 좀 더 천천히 그리고 불연속적으로 읽는 책일 가능성이 더 높으며, 책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앞부분에서 언급한 요점을 상기하기 위해 텍스트를 앞뒤로 이동하기 원하는 책일 수 있다. 빨리 읽고 버릴 수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나중에 다시 찾아보고 다시 참고하고 참고서처럼 활용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속성은 비즈니스/경제 책이 소설보다는 자기 계발 책이나 가족/대인관계 관련 책처럼 움직일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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