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폰부터 메타버스까지...메타의 플랫폼 포비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모바일 플랫폼 회사들을 리스크로 여긴다. 스스로를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애플과 구글 플랫폼에선 일개 애플리케이션일 수 밖에 없는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메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올인하는 것도 포스트 모바일 시대에는 플랫폼 파워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

플랫폼 회사들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메타의 행보는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앱의 시대가 열렸을 때   HTML5라는 웹기술에 베팅했던 것도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일개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처지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기억하는 분들만 기억하겠지만 페이스북폰과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도 이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그 즈음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를 따분했다. 그가 보기에 성장이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되었다. 성당팀을 이끄는 것은 더는 그의 관심사인 지적인 과제가 아니었다. 또하는 그는 약체일 때, 반골일 때  회의실 뒤쪽에서 툭툭 의견을 던지는 예측 불가능한 삐딱이일떄가 가장 행복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모바일과 씨름하는 과정을 쭉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의 근심거리는 훌륭한 앱이 없다는 점이 아니었다. 그는 진화하는 모바일 생태계 자체가 페이스북의 존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디지털 업계에서 앞서가려면 자신의 모바일 운영체제를  운영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그런 업체의 졸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버젓한 운영체제가 있는 곳은 애플과 구글 뿐이었다.

팔리하피티야는 해결책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페이스북이 독자적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이 이 독점 지배 클럽에 끼어들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어 하는 첫 번째 일은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사람을 위주로 하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페이스북이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는 모바일 기기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부에선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플랫폼 회사들에 휘둘리는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이 회사 상층부를 설득했던 것 같다.

필리하티피야는 설득의 귀재였다. 그는 저커버그의 승인을 얻어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의 포섭 대상 중 한 사람은 그의 제안에 어리둥절했다고 회상한다. "왜 그런 일을 하지? 끔찍한 아이디어 같다! 우리는 하드웨어를 잘 다루지 못해. 한 번도 하드웨어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필리하티피야가 반대론에 구두로 도스 공격을 퍼붓자 엔지니어들은 꺼림칙해 하면서도 팀에 참여했다.

필리하티피야는 프로젝트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마존의 일급 비밀이던 스컹크 워크스팀에서 킨들을 개발한 사실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캘리포니아 1601에서 나와  길 아래쪽 건물 2층에 입주했다.

한 팀원에 따르면 필리하티피야는 스티브 잡스에게 집착했으며  훨씬 아름다운 휴대폰을 만들어 그를 능가하고 또 파멸시키고 싶어했다. 잡스에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있었다면 필리하티피야에게는 이브 베하르가 있었다. 존경받는 실리콘밸리 디자이너인 그는 하드웨어 외관을 만드는 입무를 맡았다. 베하르는 굴곡진 표면에 특이한 흠이 있어서 엄지 손가락으로 스크롤할 수 있는 미끈한 기기를 스캐치 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 즉 중앙처리장치(CPU)를 조달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손잡은 파트너는 당연히 인텔이었다. 칩 업계의 거인 인텔은 1세대 스마트폰을 놓치는 사상 최대의 실수를 저지른 뒤였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둘 다 인텔의 경쟁사 칩을 사용했다. 그랬기에 페이스북폰을 기회로 삼아 실패를 만회할 생각이었다. 또한 인텔은 여러 흥미로운 기술을 기꺼이 페이스북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중에는 한 동작으로 휴대폰 잠금 해제와 스크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혁신적 터치 센서가 있었다. 게임 컨트롤러의 트리거인 셈이었다. 하지만 구조상 오른손 잡이만 쓸 수 있었다. 한 팀원이 말한다. "왼손 잡이는 무시하기로 했죠.

당시 페이스북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의 특성은 대충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애플이 거부한 휴잇의 장인적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된 페이스북폰 소프트웨어는 이용자의 페이스북 지인들과 소통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기본 발상은 페이스북폰을 이용자의 소셜 그래프와 관심사에 밀접하게 연결해 이용자 자신과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페이스북폰을 켜는 순간 자신의 특징과 친구들의 활동을 토대로 권장 활동 목록이 표시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전화하면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의 전화, 약혼이나 출산, 트러플 피자 자신 같은 중요한 개인 소식에 대한 문자가 도착하면 최대 볼륨으로 알려준다.

친구와 소통하고 싶을 때 의사를 표현하기만 하면 휴대폰이 가장 좋은 연락 방법을 찾아준다.(심지어 친구의 일정 표나 위치를 참고할 수도 있다.) 이틀테면 회의중이라면 문자를 보낸다.  쇼핑할 때는 좋아요를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해준다. 친구의 생일 잔치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즉시 페이스북에 올라간다. 필리하티피야는 과도한 공유가 제한되도록 이용자가 프라이버시 설정을 조정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설계 사양에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목표는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핵심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폭스콘과 손잡고 페이스북은 시제품을 제작했다. 하지만 생산 개시일이 다가오면서 실제 제품 제작에 들어갈 투자 규모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온드레이카를 비롯해 내부의 적들은 이렇게 머뭇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브렛 테일러에게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저커버그와 상의하라고 했다. 온드레이카가 말한다. "마크와 넉 달간 논쟁을 벌였죠." 그는 모바일 생태계가 두 운영체제로 재편되는 마당에 페이스북이 독자적 운영체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며 보스를 설득하려 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이 되고 있으니 구글이나 애플 어느 쪽도 페이스북을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여전히 페이스북폰을 보험용으로 가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자, 결국 메타는 하드웨어 업체들과 제휴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과는 메타 기대와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문제를 해결한 것은 타협이었다. 페이스북이 독자적인 휴대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 버번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작해 규모를 줄인 GFK 경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그런뒤 다른 제조사들에 이 경험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할 계획이었다. 타협안은 원래 아이디어를 일부 포함했다. 

이 '페이스북 홈' 휴대폰은 이용자가 전화기를 집어 들기 전인 잠금 화면 모드에서 조차 페이스북이 작동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모바일 강자들을 정면으로 공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3년 4월 페이스북 홈 휴대폰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HTC에서 첫 제품을 생산했고 삼성이 뒤를 이었다. 저커버그는 출시 직후 내가 말했다. "최대한 많은 휴대폰이 페이스북폰으로 돌아서도록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페이스북폰은 폭삭 망했다. 페이스북은 그즈음 단연코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앱이었지만 페이스북이 24시간 돌아가는 휴대폰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첫 번째 버전이 마지막 버전이었다.

애플과 구글이라는 거대 플랫폼에서 일개 서비스라는 운명을 벗어나기 위한 메타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메타버스만 놓고 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개발해 애플과 구글보다 먼저 플랫폼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지 오래다.

메타가 소원대로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쓰는 안드로이드를 수정한 VR과 AR 기기용 OS가 아니라 VR과 AR용 OS를 자체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플랫폼을 향한 메타의 열망은 여전하지만 시행 착오 또한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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