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빅 SNS의 탄생, 1996년 그 결정적 순간

전세계적으로 빅테크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큰 반면, 빅테크들에게 부과된 책임은 없으니 책임을 좀더 지우게 하자는 것이 규제론의 골자다.빅테크들이 플랫폼 규모를 키우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과 관련 한쪽에선 혁신의 결과물로, 다른 한쪽에선 느슨한 규제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가디언 테크 기자 출신인 찰스 아서가 쓴 '소셜온난화'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건 1996년 통신품위법 230조의 탄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30조가 없었다면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없었을 것이고 인터넷은 학술 논문이나 기업 웹사이트 정도가 있었을 것이란게 저자 주장이다.

소셜 네트워크 발전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1995년의 소송 사건이었다. 1991년에 또 다른 소셜 네트워크 컴퓨서브는 엄청나게 많은 게시판을 운영했는데 그중 하나에 올라온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글 때문에 소송에 휘말렸다. 컴퓨서브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고 끈질지게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이 신문 발행 주체가 아니라 서점에서 전화 회사처럼 유통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데 성공했고 법에 의해 보호 받았다. 

1991년의 판결은 인터넷 사업에 대한 판례로 남았다.그 직후에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프로디지의 여러 게시판 중 하나에서 나온 익명의 허위 주장에 대한 한 투자 금융 회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프로디지는 컴퓨서브와 똑같은 방어 논리를 펼쳤지만 패소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들과 소프트웨어가 그 게시판에 올라온 콘텐츠를 관리했기 때문이었다. 프로디지는 소매점이 아니라 신문에 더 가깝다는 의미였다. 이 소송에서 패소하여 물게 된 법적 책임은 수백만 달러에 달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했다. 게시판을 관리하지 말라. 그러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떠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두려워한 나머지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다면 게시판들이 불법 게시물로 뒤덮일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상적인 이용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부정적인 문제들이 엄청나게 일어나서 급성장하는 인터넷 사업을 망칠 것이었다.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미국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다. 

1996년에 통과된 통신품위법이라는 신임 빌 클린턴 정부가 추진 중이던 중대한 신규 법안을 검토하던 의원들이었다.이 법안은 포르노가 새로운 유통 경로를 찾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국민 정서에서 발작처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청교도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이 통신품위법의 초안은 청소년에게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자료를 알면서도 보내는 일을 범죄로 규정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인터넷 사업자들은 게시물에서 특정 게시물을 걸러내야만 할 것이었다. 게다가 프로디지 판결을 근거로 고객들이 저지른 명예훼손이나 기타 법규 위반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었다. 변호사가 판치는 미국에서 이같은 이중 구속이 적용된다면 인터넷 사업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통신품위법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올라온 게시물에 대한 책임에서 면제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인터넷에 대한 논의는 적어도 미국에서 만큼은 양당의 두 상원의원, 즉 민주당의 론 와이든과 공화당의 크리스 콕스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이들은 통신품위법에 추가할 법 조항, 즉 제230조를 발의했다. 이 추가법조항 덕분에 게시물에 대한 기업의 즉각적인 책임을 면제해주면서 동시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게시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일이 성사되었다. 

"이건 한입으로 두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기본적으로 '감옥탈출카드'인 셈입니다. <간략한 미래의 역사:인터넷의 기원>의 저자인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 존 너턴의 설명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체라 해도 사람들이 그 사이트에서 하는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결정적인 순간이었죠. 그 덕분에 거대 기업들이 성장해왔으니까요. 자기들 플랫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책임지지 않는다는게 기본이 되었죠. 이들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어요. 그게 핵심입니다."

지금은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서비스 회사가 일일이 어떻게 다 챙기냐는 논리가 나름 먹혀드는 분위기지만 당시만 해도 230조는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이라는 부분이 흥미롭다.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파격적이었다는 얘기다.

1년후에 미국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위배한다는 이유로 음란물과 관련된 통신품위법의 일부를 뒤엎음으로써 이 법률의 품위 부분을 사실상 파괴했다. 하지만 제230조는 살아남았고 인터넷 회사들이 미리 적법성을 확인할 의미를 다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토대가 되었다. 제230조가 없었다면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수없이 많은 소송이 이어졌을 테고 웹은 최초에는 연결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해도 대부분 학술논문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단조로운 기업 사이트들 정도가 남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230조에 따르면 게시물의 주인은 글쓴이지 사이트 운영 주체가 아니었다. 인터넷 사이트들은 마음만 먹으면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었는데도 자신들이 남긴 글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조항인 제230조에 따르면 사업자나 사용자가 음란하고 선정적이고 외설스럽고 추잡하고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남을 괴롭히고 그 밖에도 불쾌하다고 판단되는 글에 대해 접근이나 사용을 제한하는 선의의 행동은 그같은 글이 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는 것과는 별개로 법적 면책을 부여받는다. 

저자는 230조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한다.

이 법에 관해 중요한 점이 두가지 있다. 첫째로 사업자들은 관리의 의무가 없다. 그들이 선정적이고 외설스럽고 추잡하거나 과도하게 폭력적인 콘텐츠를 관리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뿐이다. 둘때로 헌법에 따라 보호받는 사안이라는 마지막 절이 추가되는 바람에 관리자 엯할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미국의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하고 있다는 어떤 항의도 차단된다. 그 대신이 인터넷 플랫폼이 이를 운영하는 기업의 자산임을 확고히 함으로써 기업의 입맛대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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