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그림 NFT를 샀다는 건 그림이 아니라 영수증을 산 것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이병욱 주임교수는 그동안 블록체인해설서 등을 통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서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내놓은 책 돈의정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의정체는 금융과 돈의 역사에 대해 개괄적으로 정리한 책인데, 암호화폐 관련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다.

최근 블록체인판 키워드인 NFT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눈길을 끈다. 역시 비판적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NFT 기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 정도로 번역된다.  대체 불가능이라는 말이 다소 어려워 보이고 대단한 것처럼 들릴지 몰라도 서로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즉 모든 1만원 권은 그 가치를 서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지만 액면을 없애고 각각을 고유물로 구분하기 시작하면 그 가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저장된 디지털 기호를 액면이 아닌 식별번호로 구분하면 된다. 비유를 들어보자. 원래 비트코인에는 서로를 구분할 수 있는 식별자의 개념이 없다. 그런데 액면을 없애고 1번 비트코인, 2번 비트코인이라는 식으로 식별자를 부여해 구분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이 NFT가 되는 것이다.

NFT가 최근에 자주 언급되지만 사실 7년 전인 2014년에도 네임코인에 유사한 개념이 구현됐고 이를 보편적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은 바로 이더리움이라는 코인이다. 이더리움에는 다른 코인을 쉽게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사용된 코인을 흔히 토큰이라고 구분해 부른다. 이더리움 토큰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액면의 개념을 가지고 발행되는 ERC-20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액면 없이 식별자만 넣어 발행하는 ERC-721이라는 토큰이다. 이 ERC-721이라는 토큰이 바로 NFT이며, 이는 2016년 1월에 구현됐다.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대표적인 NFT는 크립토키티라는 가상의 고양이었다. 물론 고양이는 어디에도 없다. 그냥 코인을 고양이처럼 생각하도록 광고한 것이 전부다. 예컨대 웹사이트에 고양이 이미지를 그려 놓고 이 코인은 이 고양이고, 저 코인은 저 고양이라는 식으로 환상을 불러일으킨 것 뿐인데, 일부 코인은 1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사행심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실제 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도록 사람들을 적절히 선동하면 가치는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NFT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갖는 의미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NFT는 이번에는 고양이가 아니라 예술 작품을 칭하면서 다시 부각된다. 예를 들어보자. 디지털 사진은 무한정 복제할 수 있고 복제품의 품질은 동일하므로 굳이 서로를 구분할 실익이 없다. 그런데 복제한 디지털 사진을 굳이 구분하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누군가가 가장 먼저 복제한 사진이 더 의미 있다고 주장하고 이 주장을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복제한 순서와 사진의 품질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2021년 3월 11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디지털 그림에 연동된 NFT라 주장하는 코인이 무려 6900만 달러에 거래된 것이다. 물론 경매를 통해 팔린 디지털 그림은 복제해서 얼마든지 동일한 그림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식별번호가 있으므로 경매에 팔린 것과 나머지 복제품은 구분이 가능하다. 고유하다면 수백억에 팔릴 수도 있을 것 같은가? 하지만 다음 설명을 들으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사실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린 NFT는 그림 그 자체가 아니다. NFT에는 그런 데이터를 담지 못한다. 비유하자면 경매에서 팔린 NFT라는 것은 그림 자체라 아니라 그 그림을 샀다는 영수증에 불과하다. NFT는 디지털 저작물이 아니라 그냥 코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NFT는 타인에게 다시 판매할 수 있지만 그 역시 디지털 그림 자체가 아닌 구매 영수증만 재판매된다.  NFT에는 해당 작품이 있는 URL 주소나 그와 유사한 정보만 기록할 수 있다.

NFT는 언제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영수증일 뿐 실제 그 권리는 NFT를 발행한 자가 약속을 지켜야만 발생한다. 자동으로 소유권을 기록하고 집행해주는 프로그램이나 기관 따위는 없다. 오로지 A를 믿어야만 소유권이 인정되는 위험하고 원시적인 방식이다. NFT는 디지털 작품을 고유하고 안전하게 블록체인에 보관하는 새로운 기술이라거나 소유권이 투명하게 기록된다는 설명은 모두 엉터리다. 사실 고유한 디지털 그림을 거래하고자 한다면 영수증만 주고 받을 수 있는 블록체인이나 토큰이 아니라 전자서명을 이용해 실제 디지털 그림 데이터 자체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최근 NFT가 이슈가 되는 것은 사행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림 데이터 자체를 주고받지 않고 NFT라는 코인을 판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시 되팔기 쉽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코인의 가격이 엄청나게 치솟게 된 결정적 이유는 이렇나 코인이 일대일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중개소라는 다대다의 사행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다대다의 시장은 군중의 사행으로 그 가치가 왜곡되고 조작된다. 이는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식 시장도 사행 시장이다. 다만 주식은 이러한 사행성을 최소화하고자 각종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그렇다면 NFT라는 이런 원시적인 방식이 어떻게 최첨단 권리증명 기법처럼 둔갑된 것일까? 사실 그간 코인을 둘러싼 수많은 요설을 생각해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블록체인은 정의도 되지 않고 그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며 블록체인과 코인을 부추기는 가짜 전문가들과 교수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으니 이러한 혼란은 더 오래갈 수 있다.

그렇다면 크리스티 경매에서 NFT를 무료 780억 원에 산 사람은 누구일까? 최근 NFT를 780억 원에 산 사람이 다름 아닌 싱가포르 NFT 투자 회사에서 일하는 고위 임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있는 자들이 자신의 돈을 어떻게 쓰든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기망행위였다면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함은 자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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