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Defi)는 전통 금융 시스템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탈중앙화 금융'이라고 부르는 디파이(Defi)의 출현으로 은행은 더는 금융 산업의 유일한 주체가 아니게 됐다. 그러나 디파이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작고 대안적 가능성을 거론하는 단계에 그치고 있다. 과연 은행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스타트업 리퀘스트 네트워크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토프 라수이트(Christopher Lassuyt)는 코인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디파이가 은행과의 경쟁에서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의견을 (해석을 곁들여) 간추려 본다.


오늘날 은행과 금융 시스템은 노련한 은행가들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복잡한 금융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와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같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과거에 경고했듯이, 복잡한 금융 시스템에서 중앙은행은 상황을 통제하기 보다 현상 유지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금융이 이토록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 시기가 없었다는 얘기다.

소수의 선출되지 않은 개인(혹은 민간 조직이) 인쇄기를 통해 화폐를 찍어 내는 현재의 발행 시스템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를 대체하고 타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암호화폐가 만들어졌고, 이제 디지털 가치교환 수단에 이어 디지털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려 진화했다. 그것이 바로 디파이다.

DeFi vs. 전통 금융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 기관을 제외하면 개인과 일반적인 중소기업 기준에서 디파이와 기존 중앙집중식 은행의 이점은 명확하다.

전통적인 은행 및 금융 시스템은 개인의 저축을 은행이 대출하는 방식을 통해 시스템을 유지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은행은 10% 내외의 지급준비제도를 운용한다. 누군가 100달러를 예금하면 은행은 90달러를 대출할 수 있고 언제든지 10달러만 보유하면 대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대공황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급준비제도는 금융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꽤 실용적인 시스템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우 법정 지급준비율은 7%이다)

은행들은 90% 유동성을 활용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기업에 대출을 행한다. 기본적인 은행의 운용 방식이다.

반면, 개인의 구매력은 기본적으로 감소한다. 점진적인 물가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항상 개인의 수입과 저축 이자보다 높다. 매년 통화 인플레이션인 4%로 가정하면 1~2% 수준의 은행 이자를 받더라도 매년 꾸준히 2~3%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진다. 매번 발생하는 은행 수수료를 고려하면 은행에 돈을 맡겨놓는 동안 화폐의 가치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은행(혹은 증권, 보험사)가 제공하는 금융 상품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대출 신청은 대출을 가장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대출이 없어도 되는 계층에게 (신용이 좋다는 이유로) 더 많이 이뤄진다. 그 절차도 지루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이에 비해 디파이는 개인이 자신의 재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으며, 더 나은 보안과 자산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가치 변동(시세 변동이 아닌)의 우려 없이 장기 보관할 수도 있다.

개인은 달러(혹은 원화)라는 법정화폐에 구애받지 않고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광범위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물론 투자의 책임은 온전히 본인이 진다)

디파이 사용자는 디파이 대출 플랫폼을 사용해 시중 은행보다 더 높은 이율로 저축을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역시 시중 은행보다 더 낮은 이율로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비록 변동성이 크지만, 저축(스테이킹)에 따른 수익률은 적게는 2~3%에서 많게는 수백%까지 가능하다.

이더리움의 경우 거래 수수료에 해당하는 가스(Gas)비가 발생하지만, 다른 암호화폐의 경우 거래 수수료가 적거나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은행 수수료보다는 대부분 낮다. 필요하다면 익명 계좌 개설과 거래도 가능하다. 복잡한 승인이나 절차 없이 손쉽게 (개인의 저축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거나 높은 배율의 레버리지 거래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 모든 권한과 책임은 정부가 은행이 아닌 개인에게 있다.

그렇다면, 디파이 시장은 개인이나 기업에만 혜택을 제공할까?

그렇지 않다. 기존 금융사 역시 디파이 시장 참여를 통해 정부와 규제기관에 막힌 수익률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단순한 펀드 상품인 '비트코인 ETF'마저도 규제 당국(SEC)가 합리적인 해명 없이 필사적으로 승인을 막고 있는 것도 기존 금융사의 디파이 시장 진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오는 2022년 비트코인 ETF 승인이 진행된다면, 이후 봇물 터지듯 각종 암호화폐 관련 상품 출현과 함께 금융사의 디파이 시장 진출이 이어질 것이다. 전통 금융사 입장에서 디파이는 새로운 시장이자 리스크다. 전통 시스템을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금융사에게 디파이는 황금 시장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금융사는 쇠락을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적어도 2021년 12월 현재까지 디파이는 작지만 승리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디파이 시장은 여전히 작고 전 세계 기업의 98%는 여전히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과 거래하고 투자하고 있다. 은행에 묻힌 자금은 전 세계적으로 127조달러에 달한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이제 2조달러를 넘었다. 디파이는 아직 초기 단계다.

디파이는 향후 10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디파이는 기존 중앙화 금융 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시장과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와 수용은 반복되겠지만, '돈의 디지털화'에 대한 추세를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다 (일부 독재국가의 경우 예외가 있겠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주요 금융 허브에는 이제 디파이 금융사에 대한 명확한 인허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확대될 것이다. 이를 통해 디파이 금융사들이 기존 금융기관과 동일한 법적 제도적 정당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다. 규제 승인은 기관 투자자와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확신을 준다.

기업이 규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결제를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늘 것이다. 국제 무역 거래나 전자상거래에 있어 결제 수단이 달러나 자국 화폐가 아닌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테던(USDT) 같은 수단이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는 빠르고 정확한 결제 속도는 물론 급여 및 회계와 같은 결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따라서 디파이가 당장 주류 금융 시스템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개인에게 한가지 확실한 장점은 생긴다. 디파이 채택률이 증가함에 따라 은행은 경쟁 환경에 노출되며 디파이 못지않게 기존 은행의 서비스와 품질 역시 향상될 것이다.

디파이의 등장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직접 통제할 수 있고 유리한 위치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의 가장 큰 승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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