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자동차 제조사의 IT 기술을 믿지 않는 이유

회사원 A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팟캐스트를 듣는다. 예전에는 차량 라디오를 통해 아침 뉴스를 들었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이후 팟캐스트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각종 경제 뉴스와 증시 정보를 접한다.

그런데 종종 스마트폰과 자동차 오디오를 연결하는 블루투스가 끊겨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한 번 블루투스 연결이 끊기면 운전 도중에 이를 재연결하는 게 쉽지 않다. 블루투스가 제멋대로 끊기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신호 대기 시간에 얼른 차량 인포테인먼트 다이얼을 돌리고 버튼을 누르면서 끊어진 블루투스 연결을 되살리는 것도 짜증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냥 카 오디오와 연결하지 않고 스마트폰 스피커로 듣기로 했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회사원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기존 전통 자동차 제조사의 IT 기술을 믿지 않는다. 현대나 토요타를 포함해 독일 벤츠, BMW도 마찬가지다. 포르쉐, 랜드로버 등 고급차량으로 가면 더 그렇다.

차를 멋있게 잘 만들지는 몰라도 차량용 IT 기술과 서비스는 아주 형편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자동차를 잘 만드는 기업이지, IT 기술…특히 소프트웨어를 잘 아는 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은 회사원 A씨와 필자 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시장 조사 업체 JD 파워 품질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도 자동차 IT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을 자동차 시스템에 잘 연동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차량에 대한 불만 중 25%가 IT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다. 음성 인식과 대시보드 화면 문제가 가장 많았다. 이들 역시 차량의 IT 시스템을 믿지 않고 스마트폰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운전자별로 수많은 사용 사례를 모두 대응하기 어렵다고 항변하지만, 어쨌든 운전자는 수천만원을 들여 구입한 자동차가 수십만원짜리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연간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폰 연결용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지 못해 외부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의 대부분의 자동차가 유지하고 있는 (80년대 보쉬가 개발한) CAN 통신 시스템은 나날이 발전하는 IT 발달과 범위를 전혀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필요한 기능이 요구되면 기존 레거시 시스템 위에 덕지덕지 하나씩 더 기능을 추가할 뿐이다. 음성으로 전화를 걸고 음악을 듣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 과연 자동차 제조사가 제시하는 자율주행의 미래를 믿을 수 있을까?

테슬라가 처음부터 CAN 통신을 버리고 독자적인 차량용 운영체제와 IT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통합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덕분에 테슬라 전기차는 터치 한 번으로 전체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리콜에 제기된 문제를 수정하며, 새로운 편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가지지 못한 기술과 환경이다.

안락한 주행 환경과 간편한 연결 같은 편리함을 기대한다면, 적어도 앞으로 수년 간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차량은 의심해야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는 속담처럼 소프트웨어의 시대에는 소프트웨어를 잘하는 기업이 만든 자동차가 낫다. 그것이 테슬라가 인기인 이유, 심지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애플카가 주목받는 이유다.

테크잇 뉴스레터를 전해드립니다!

오피니언 기반 테크 블로그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들을 이메일로 간편하게 받아 볼 수 있습니다.

About the author

5시35분
5시35분

테크 블로거 / 넷(Net)가 낚시꾼, 한물간 블로거, 단물 빠진 직장인

No more pages to load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 '테크잇'

독자 여러분들께서 좋은 의견이나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양식에 따라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