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에 라이트닝 포트를 고집하는 이유

편의성보다 생태계 통제가 주된 목적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전자기기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모든 스마트폰 충전 포트를 USB-C 방식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은 USB-C 포트를 표준 충전 및 데이터 전송 규격으로 채택하고 범용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제품 패키지에 전용 충전기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충전 포트 통일안은 애플 아이폰을 직접 겨냥한 조치다.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이미 대부분 신제품에 USB-C 포트를 채택하고 있다. 여전히 애플 아이폰만 8핀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하고 있다. 2012년 아이폰5와 함께 등장한 라이트닝 포트는 햇수로 10년에 이른 현재, 아이폰13까지 그대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왜 애플은 아이폰에 라이트닝 포트를 고집하고 있을까?

애플은 EU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라이트닝 포트를 USB-C 포트로 전환한다고 해서 전자기기 폐기물이 줄어든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포트가 바뀌어도 충전기는 항상 필요하고 규격이 바뀐 만큼 아이폰 사용자가 새로 USB-C 케이블과 충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그대로라고 말한다.

전자기기 폐기물보다 필요한 전력 용량과 목적에 따라 제조사와 소비자가 합리적인 연결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다. 실제로 애플은 신형 아이패드와 맥북 시리즈에는 USB-C 포트를 채택하고 있다.

여전히 라이트닝 포트를 채택한 아이폰13

그러나 이러한 애플의 주장은 본질을 가리는 것이다.

애플이 라이트닝 포트를 고집하는 것은 전자기기 폐기물을 줄이는 것도,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도, 제품의 목적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서드파티 주변기기나 케이블, 충전기기류에 자체 인증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애플 MFI 인증 프로그램을 거친 서드파티 제품만 100% 호환성과 품질 보증을 제공한다. 비 MFI 제품으로 발생한 고장이나 기능 저하, 문제 발생 등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애플 MFI 인증은 공짜가 아니다.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드파티 제조사 입장에서 상당한 금액의 투자가 필요하며 인증 절차도 까다롭다. MFI 인증 하나만으로도 아이폰 액세서리 생태계가 탄생하는 것이다.

아이폰에 쓰이는 라이트닝 포트가 바로 MFI 인증 프로그램의 대표적 사례다. 때문에 애플은 라이트닝 포트가 가진 기능이나 친환경성에는 그리 관심이 없을 수 있다. 라이트닝 포트가 가져다 준 인증 생태계가 제공하는 권력과 돈을 쉽사리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 하겠다.

때문에 애플은 EU의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차기 아이폰 제품에는 아예 유선 포트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U의 규제는 유선 케이블로 연결하는 포트에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러한 규제를 피하고 애플 생태계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 USB-C 채택을 건너뛰고 맥세이프 무선 충전만 남겨둘 수도 있다. 이미 데이터 동기화나 백업, 복구는 무선 OTA 방식으로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시총 2조4300억달러짜리 세계 1위 기업이 라이트닝 케이블 하나에 무어 그리 매달리겠느냐?

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필자는 이렇게 답을 해주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2조4300억달러짜리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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