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경제학, 비트코인의 핵심 서사 3가지를 말하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쓴 내러티브경제학에 따르면 경제 전반에서 내러티브가 갖는 파워가 커졌지만 제도권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경제 연구에 내터리브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저자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경제학에서 내러티브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고 어떤 경제적인 결과에 내러티브가 미치는 영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런 만큼 거시 경제학을 바라보고 예측하는데 있어 경제학자들은 내러티브를 보다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책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다양한 내러티브를 소개하는데, 첫 번째 사례로 비트코인을 꼽아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갖는 내러티브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재는 아나키즘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비트코인 관련 메시지를 소개한다.

비트코인은 평화적 무정부주의와 자유의 촉매제다. 부패한 정부와 금융 기관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금융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혹자들은 이러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 무기로서 기능하기 위한 것이며 암호화폐는 정부의 권위를 쇠퇴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해도 대부분은 이런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테지만 위의 선언문은 비트코인 내러티브의 핵심을 담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 정서적 호소력을 지닌다.  이는 사회적 위치와 역할에 대한 그들의 감정을 깊숙이 자극하는 듯 보인다. 비트코인 이야기가 유독 큰 반향을 초래한 것은 아나키스트를 오직 혼란과 폭력만이 인간 사회를 이끌수 있다고 주장하는, 즉 폭탄을 내던지는 미치광이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기존 반 아나키즘 내러티브의 반대 담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전염성 강한 반대 담론인 이유는 종국에는 자유로운 아나키즘 사회가 올 것이라는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사상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바이럴 경제 내러티브의 무수한 사례들 중에서도 비트코인은 현저하게 두드러지는 존재다. 전염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아나키스트 정신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내러티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바로 그렇기 그렇게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 이야기는 다소 부풀려지기도 했지만 신비로운 요소를 지니고 있다. 비전문가와 평범한 사람들도 내러티브에 참여할 수 있고 나아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은 이것을 통해 엄청나게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두 번째는 비트코인이 추리 소설 같은 미스터리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내러티브는 전 세계의 코즈모 폴리턴 계급과 그 일원이 되길 꿈꾸는 이들, 그리고 최고급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자극한다. 다른 수많은 경제 내러티브 처럼 비트코인 내러티브에도 그 이야기의 영웅이자 유명 인사가 존재한다. 비트코인 내러티브에 내재된 인간적 흥미를 끌어올리는 중심 인물을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다. 비트코인 내러티브는 낭만적인 데다 일종의 추리물에 가까운데, 사토시 나카모토를 실제로 만나봤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대중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고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것을 좋아한다. 추리 소설 장르가 얼마나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비트코인 미스터리는 용감무쌍한 탐정들이 나카모토로 추정되는 인물을 공개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노출되었고 이런 매혹적인 미스터리에 대한 거듭된 홍보는 비트코인 내러티브의 전염률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로 비트코인 내러티브는 경제 패권에 대한 이야기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선진국들의 경제적 불평등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력감에 빠져들었고 경제적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1년 우리가 99%다라고 외치던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와 맞물려 처음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내러티브에 개인의 임파워먼트 발상이 담겨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트코인 내러티브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익명으로 운영되며 정부의 통제와 관리,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의 유행에 박차를 가한 또 다른 근본적인 내러티브는 컴퓨터가 인간의 삶을 점점 더 많이 통제한다는 생각이다. 21세기의 사람들은 아마존의 알렉사, 애플의 시리, 알리바바의 티몰지니처럼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과 비슷한 목소리로 질문에 적절히 답변할 수 있는 자동화 비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무인 자동차, 트럭, 열차, 선박의 출현 또한 그리 멀지 않고  트럭이나 기타 차량을 운전하거나 조종하는 사람들은 대량 실업의 가능성을 앞두고 있다. 첨단 기술의 우리의 삶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내러티브는 산업 혁명 이래 인류를 끊임없이 공포로 몰아넣은 노동절약 기계 내러티브의 최신형이다. 이와 같은 러다이트는 기계가 곧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내포되어 있다. 

그런 환경에서는 선택의 범위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컴퓨터는 훈련을 통해 인간과 비할데 없는 속도로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컴퓨터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재교육 예산을 늘리더라도  그들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전세계 수백만 학생들이 과연 현재의 교육으로 자신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이런 불안감이 오히려 비트코인같이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암호화폐의 유행을 간접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적어도 겉으로는 첨단 기술에 숙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 가능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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