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봇은 일론 머스크식 농담, 낚이지 말지어다

"테슬라 AI 데이는 정말 그냥 AI 취업 박람회였다"

 

지난 8월 20일, 테슬라가 'AI 데이' 행사를 통해 테슬라가 지닌 우수한 AI 기술을 알렸다. 1시간 반 이상 끈 본 행사에는 테슬라는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과 슈퍼컴퓨터 도조(Dojo)의 우월성에 대해 심도 깊은 수준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AI 데이가 기술 컨퍼런스가 아닌 이상 그정도로 깊은 내용을 다룰 필요가 있었나는 생각은 든다. AI 엔지니어나 AI 학회 행사였다면 매우 흥미로웠겠지만, AI 데이를 시청하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테슬라의 AI 개발을 이끄는 안드레이 카파시가 침을 토하며 설명한 '하이드라넷'(HtdraNets)을 제대로 이해한 시청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스럽다. 

사실 이번 행사에서 테슬라 강조한 우월한 자율주행 AI 기술은 다들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주가에도 선반영됐다. 시청자(특히 테슬라에 투자한 투자자라면)가 원하는 건 탁월한 기술도 기술이지만, 디테일한 로드맵이다. 언제 돈을 벌지에 대한 로드맵 말이다.

그래 알았어. 너네 기술 대단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서비스는 언제 할 거니?

가네시 벤카타라마난 이사가 환한 웃음으로 소개한 슈퍼컴퓨터 도조와 도조에 들어가는 전용 CPU 'D1'도 끝내준다. 일개 자동차 회사(?)가 서버용 CPU까지 설계하다니 대단하다. 뭐 여기까진 괜찮다. 참아줄 만하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이 웬 말이냐?

이번 AI 데이에서 기대한 것은 인간을 닮은 로봇이 아닌, 사람 없이도 잘만 가는 로보택시였다. 수학 문제 풀이는 완벽했는데 정답은 안 쓰고 동문서답하는 느낌이다.

유튜브는 물론 (필자를 포함해) 입 가벼운 언론들이 마치 테슬라 봇이 금방 상용화될 것 마냥 떠드는데 ... 김치국물은 이제 그만 마셨으면 좋겠다. 제대로 굴러가는 이족보행 로봇을 만드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봐라. 그 좋은 기술을 가지고 10년째 돈은 못벌고 이리 팔리고(구글) 저리 팔리다(소뱅) 결국 현대차로 넘어갔다. 

테슬라가 아무리 대단한 AI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는 별개의 얘기다. 순수한 하드웨어 수준에서 비추어보면 테슬라는 이제 겨우 연간 50만대를 만들어내는 군소 자동차 제조사일 뿐이다. 연간 200~300만대는 만들어야 '차 좀 만드네'라며 끼워주는 바닥에서 테슬라는 아직 한참 성장할 꺼리가 남았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결론1

IT 매체 더넥스트웹은 AI 데이 행사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번 AI 데이는 테슬라봇이 아닌 철저하게 테슬라 AI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테크 컨퍼런스에 가까운 행사였다. 행사의 대부분이 AI 관련 소개로 채워졌다. 테슬라봇은 QnA 직전에 눈요기용 댄스와 일론 머스크가 몇 분간 언급했을 뿐이다.

행사의 목적은 단 하나 '구인'이다. AI 데이에 관해 일론 머스크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이미 트윗으로 이번 행사에서 유일하게 바라는 점은 우수한 AI 인재를 섭외하는 구인 홍보 행사라고 했다. 딱 그대로 했다.

결론2

IT 매체 더 버지는 테슬라봇은 일론 머스크 특유의 농담과 비유라고 잘라 말했다. 오버하지 말라는 얘기다. 일론 머스크의 기괴하고 화려한 말장난이자, 테슬라 회의론자를 조롱하고 놀리기 위한 소재로 테슬라봇이라는 대상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그 증거가 바로 테슬라봇 소개 도입부에 갑자기 등장한 로봇 댄서다.

물론 무대 위의 댄서는 사람이지 로봇은 아니다 ... 일종의 일론 머스크식 조롱? 유머?

AI 데이 직후 테슬라 주가는 횡보세를 보였다. 그나마 자율주행 AI 기술과 슈퍼컴퓨터 도조 자랑마저도 없었으면 폭락할 뻔 했다. 웰스 파고의 애널리스트 콜린 랭간의 분석을 덧붙이며 테슬라 AI 데이 감상을 마무리한다. 웰스 파고는 테슬라의 목표주가 660달러를 유지했다. 지난 20일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겨우 1% 올라 680달러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테슬라가 공개한 로봇이 투자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 해도 1년 내 출시라는 개발 일정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정이다. 테슬라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보다 더 뛰어난 로봇 기술을 가졌다는 근거는 없다

테슬라봇이 단기적인 주가 상승 촉매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테슬라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로봇 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THSA)의 테슬라 전기차 사고 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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