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패턴 연구자들이 테크기업 UX를 집중 탐구 하는 이유

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게임 업체들에는 중독 전문가들이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내부에서야 내놓고 중독 담당자들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서비스를 쓰도록 유혹하는 것은 게임 외에도 테크 서비스에선 아주 중요한 역량으로 통한다. 마케팅 판에서 중독에 대한 연구는 실제로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더글러스 러시코프가 쓴 책 대전환이온다를 보면 인간의 심리는 무작위적인 패턴으로 제공되는 보상이 주는 유혹에 취약한 것 같다.

빠져나오지 못할 중독의 순환 고리를 만들려는 설계자들은 행동경제학자들의 가변 보상이라고 부르는 원리를 활용한다. 1950년대 마케팅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보상 뒤에 숨겨진 패턴을 알아내는데 목을 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존을 위한 이런 특징을 아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은 슬롯머신 설계자들이었다.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보상을 조금씩 나눠줌으로써 슬롯 머신은 패턴을 알아내려는 인간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우리도 슬롯머신이 무작위로 움직이거나 어쩌면 우리 돈을 가져가도록 불공정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동전이 그렇게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쨍그랑 소리를 내며 금속 쟁반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계속해야겠다는 강박적인 욕구가 유발된다.

기업들이 사용자들을 중독(?)에 빠지게 하는 내공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데이터 역량으로 무장한 테크 기업들이 특히 그렇다. 대전환이온다에 따르면 학계에서 슬롯머신 패턴을 연구하는 이들이 집중 공부 대상으로 삼을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강박이란 무작위인 시스템을 내 뜻대로 조종해 보겠다고 부질없이 노력하는 일이다. 일단 한번 강박이 생기고 나면 떨쳐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학계의 슬롯머신 패턴 연구자들 사이에서 기술 기업의 사용자 경험 부서(완곡하게 이렇게들 부른다)를 집중 공부하는 것이 필수 요건처럼 되어버린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이메일이 왔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데 중독되는 것도 바로 이 과정이다. 열 번 헛수고를 했더라도 한 번만 이메일이 와 있으면 보상이 되는 것이다.

설득형 설계는 또한 우리의 사회화 과정을 이용한다. 우리는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중요한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알려는 욕구를 갖도록 진화했다. 집단 구성원 중 한 명이 아프거나 화가 난 것을 몰랐다가는 참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동조 유발을 전문적으로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면 우리의 행동을 촉발하는 요소에 곧바로 접근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것에 관해 사람들이 떠들어 대고 있다는 신호만 있으면 우리는 하던 일을 제쳐두고 온라인에 접속한다.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위에 빨간 동그라미를 만들어서 그 속에 숫자를 띄우는 이유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댓글이 모이고 있으며, 어느 화제가 유행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분명히 알리기 위해서다. 그 동그라미는 '이 알림을 무시한다면 당신만 그 일을 모르게 될지도 몰라요! 라고 말한다.

사용자 경험은 또한 인정받고 의무에 부합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자극하게끔 설계된다. 집단의 단결을 위해 적응되었던 고객의 습성이 이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소셜 플랫폼의 좋아요 수와 팔로워 수에 연연하는 이유는 사회가 나를 얼마나 수용하는지 측정하는 수단으로 우리 수중에 있는 것이 그런 지표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들 사이에 정도의 차이는 없다. 소수의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알 길이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준 다는 사실 뿐이다. 마찬가지로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누군가가 내가 가진 무언가를 좋아하건 나의 친구가 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쩐지 그런 호의에 부응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을 느낀다.

플랫폼 중에는 장난으로라도 동료와 경쟁하고 싶어하는 우리의 충동을 이용하는 곳도 있다. 웹사이트들은 포스트를 가장 많이 올리거나 가장 많은 거래를 성사시킨 사람, 혹은 뭐가 되었든 해당 사이트가 권장하는 지표를 가장 많이 달성한 사람을 기리는 랭킹 탑을 게시한다. 이용자들은 또 출석부를 며칠이나 계속 썼는지, 사이트가 주는 등급 메달을 어디까지 땄는지, 나의 업적과 지위를 보여줄 그 밖의 여러 방법을 찾아 경쟁한다. 그걸 자랑하고 보여줄 사람이 나 자신 뿐이더라도 말이다.  직원, 학생, 소비자 심지어 온라인 주식거래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데도 게임화가 동원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에서 종종 원치 않는 결과를 얻기도 하고 쓸데 없는 승부욕에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인터페이스가 이보다 더 심한 방법으로 우리의 피드 본능을 이용해 중독을 유발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바닥이 계속 내려가는 피드를 만들면 이용자들이 더 많은 기사나 포스트, 메시지를 읽으려고 화면을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언가 끝을 내지 못했다는 찝찝한 기분 때문에 당초에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개발자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방향 상실 상태에 두려고 한다. 늘 화면을 내리며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무언가에 몰두하지 못하게 만든다. 개발자들은 우리가 이 피드에서 저 피드로 끊임없이 옮겨 다니고 이메일 다음에 소셜 미디어, 그 다음에는 영상, 뉴스,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등을 계속 확인하게끔 우리를 방해한다.

이같은 환경은 인간의 인지 역량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들은 우리의 자율성을 진작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도와줄 기술을 설계하지 않는다. 초대형 디지털 기업에서 설득형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고 신중한 선택 혹은 생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충동적 상태로 우리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알고리즘이 인간의 인지 역량이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저자 주장을 별도로 한번 공유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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