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끔한 문장을 쓰고 싶다고? 서술어부터 혁신하라

같은 말도 어렵게 해놓은 텍스트를 보면 읽는 사람 입장에선 목에 걸리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어와 서술어가 불분명하거나 능동태로 시작했는데, 수동태로 끝나는 문장들을 읽기가 힘든 것 같다.

남들 보라고 쓰는 글은 일단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 

10명이 읽으면 10명 모두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5명은 A라고 생각하고 5명은 B라고 생각하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는 말을 주변에 종종 한다.

소설가 김연수 씨가 소설을 위한 글쓰기에 대해 쓴 책 '소설가의 일'을 최근 다시 한번 봤는데, 서술어를 점검하는 것은 써놓은 글을 고치는 첫걸음이라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한국어에서 가장 복잡성이 큰 품사는 서술이다. 간단한 의미도 서술어를 꼬기 시작하면 무슨 말인지 단숨에 헷갈려진다.

한국어는 서술어 부분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게 특징인 말이다. 예를 들어 나는 '술을 마신다'라고 할 때 '나는'과 '술을'은 크게 바뀌지 않지만(예컨대 기껏해야 '본인'과 '필자'는, '참이슬을'과 '글렌피딕 12년산을' 등으로) 마신다 부분은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마셨다', '마실 것이다', '마시고 싶다', '마셨으면 한다.', '마시는 것이다', '마시는 것이 아닌 것이다', '마셔주었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등등. 그 리스트는 끝도 없다. 이건 교착어의 특징인데, 너는 누구의 편이냐고 묻는 전짓불 앞에서는 참으로 유용한 특성이기도 하다.

담임 선생님이 여고생에게 묻는다. "너 요즘 행복하니?" 그럼 여고생이 대답한다.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건 무슨 뜻일까? 행복하다는 뜻일까? 이 문장에서 동사는 '하다' 인것 같지만 이건 가짜 동사다. 진짜 동사는 명사처럼 들어간 '생각'이다.  그러니까 여고생이 하는건 '생각하다'다. 하지만 이것도 질문의 정확한 대답은 아니다.  '같다고 생각한다'가 옳을 테니까. 이 부분을 '추측한다'로 바꿔보자. 그럼 하고 싶은 말은 '행복하다고 추측한다'가 될까? 이것 역시 답은 아니다.  가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더 정확한 대답은 그저 선생님이 물어보기에 예의상 답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말이다. 한국어는 이런 문장을 만든느데 유용하다.

결국 문장을 가급적 분명하고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는 서술어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빼줄수록 문장이 갖는 의미는 분명해진다. 

뒤집어 말하면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이런 특성을 최대한 줄여야만 한다. 그래서 문장을 손볼 때는 서술어 부분을 최대한 일부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명사처럼 쓴 동사를 정리한다. 예를 들면 '하다'를 독립적으로 쓰지 않는  식이다. 대개 문장에서는 위의 '생각을 하다'처럼 쓰여지는데, 결국 이때 우리는 '하는'게 아니라 '생각한다'. '~을 하다'는 모두 '~하다'로 바꾼다.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녀에게 선물을 했던 것이다'라는 문장에는 서술어 부분이 명사처럼 보이는게 '선물'과 '것' 두개나 있다. '선물'이 진짜 동사고 '하다'는 가짜다. 당연히 이 문장은 '나는 그녀에게 선물했다'로 줄여 진짜 동사를 드러내야 한다.

가능하면 동사(혹은 형용사)와 시제만 남게 서술어 부분을 단순하게 만든다. '선물하였다'도 '선물해봤다'도, '선물해줬다'도 모두 '선물했다'로 줄인다는 뜻이다. 이렇게 서술어 부분을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쓸 것인지 조금씩 명확해진다. 그러면서 글의 내용이 빈약해진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복잡한 서술어 구조 때문에 가려졌던 빈약한 구조가 드러나면서 내가 무엇을 쓰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쓰지 않은 걸 채우려고 책상 앞에 앉는다. 하지만 그 순간 '토고'의 문이 열렸다는 걸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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