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아마존의 베팅과 스티브 잡스의 도발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에서 살아남은 아마존은 회사 차원에서 중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물리적인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만 놓고 보면 아마존은 디지털 미디어 판에서 큰손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책과 CD, 비디오를 온라인에서 파는 이커머스 비즈니스가 핵심 사업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디지털로 인해 미디어의 시장의 판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음악 시장은 이미 디지털 미디어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전환됐다. 애플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디지털 미디어 판에 속속 뛰어들고 있었다.

아마존도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고 제프 베조스 CEO 지휘 아래 전략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결과물은 기존 사업에 디지털 미디어를 하나 추가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도박에 가까운 베팅을 들고 나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를 결합한 이북 플랫폼 킨들을 내놨고 이후 아마존 프라임이란 빅픽처를 위해 아마존 비디오와 아마존 뮤직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아마존이 과감하게 디지털 미디어 사업을 추진한 것은 제프 베조스의 리더십과 아마존의 조직 문화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 고위 임원 출신인 콜린 브라이어와 빌 카가 아마존 조직 문화에 대해 쓴 책 '순서파괴'를 스티브 잡스가 제프 베조스의 과감한 베팅에 나름 영향을 줬을 것이란 얘기도 있어 눈길을 끈다.

2003년 어느 가을, 제프와 콜린, 디에코 피아첸티나는 쿠파티노에 있는 애플 캠퍼스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 우리를 초대한 잡스와 애플 직원 1명은 이름 없는 회의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윈도즈 PC와 초밥 접시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우리는 눈앞의 초밥을 먹어치우며 음악 산업의 현황을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잡슨느 냅킷으로 입을 닦았다. 그러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애플이 첫 번째 윈도즈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자신 있는 투로 말했다. "애플이 개발한 첫 번째 응용 프로그램이지만 지금껏 시장에 나온 모든 포로그램을 통틀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는 곧 직접 데모를 시연해 보였다.

스티브 잡스 얘기는 계속된다. 그는 CD에 대한 화두도 던졌다.

잡스는 CD도 카세트 테이프처럼 금세 구닥다리 음악 포맷이 될거라고 말했다. 전체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이 급격히 추락할 거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의 발언은 다분히 불순한 의도로도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다. 당시에는 제프가 분노 섞인 반박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충동적으로  잘못된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도록 골탕 먹이려는 속셈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잡스는 "아마존은 CD를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사이트가 되겠네요. 그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높겠지만 수익 자체는 적을 것입니다. 이제 CD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테니, CD에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보는 건 어떤가요?" 제프는 미끼를 물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그들의 손님이었고 적어도 이어지는 회의에서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골동품이 되어가는 CD의 독점적인 판매자로 남는 일이 그다지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말이다.

저자들은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이 아마존의 디지털 미디어 시프트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 회사가 제프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제프 본인이 아니니 모를 일이다. 우리가 알려줄 수 있는 사실은 이후에 제프가 했던 일과 하지 않은 일이 분명하기 나뉘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하지 않은 일은(그리고 많은 회사가 했을 일은) 경쟁자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구성원 모두의 힘을 모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일이었다. 또한 아마존의 신규 서비스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쓰지 않았고 선발 주자를 모방한 디지털 음악 서비스 구축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 대신 제프는 시간을 들여 그날의 회의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웠다. 몇 개월 후 그는 싱글 스레드 리더인 스티브 케셀을 디지털 책임자 자리에 임명했다. 두 사람은 함께 일하며 디지털 미디어의 비전과 계획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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