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주주자본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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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가 됐다. 이름깨나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 ESG를 외치고 이와 관련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과 사회와 공존하는 경영을 추구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거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기후 변화 위협과 사회와 부의 양극화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을 해결하는데 있어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강조하고 또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재무제표가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하는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ESG 관련 지표도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에서 중량감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많다. 그런 만큼 지금 울려 퍼지는 ESG 함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전략적 차원의 행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쪽에선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ESG를 놓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이름을 바꾼 것으로 홍보용일 뿐 경영 전략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ESG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말은 쉽지 행하기는 어렵다는 것 정도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레베카 헨더슨이 쓴 자본주의 전환을 보면 ESG는 경영 전략의 리아키텍처링에 가깝다. 소프트웨어로 치면 지금까지 써왔던 기반 기술을 바꾸는 것이다. 모두가 말은 쉽지 행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저자는 특히 ESG 경영은 지금까지 우리 경쟁을 지배하고 있는 원칙인 주주자본주의와의 결별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 원인은 주주 가치 극대화야말로 기업의 유일한 의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이 믿음을 보편화하는 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밀턴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자신의 자원을 이용하여  이익을 증대시키는 활동에 임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장기적인 이익 또는 공공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부도덕하고 어쩌면 불법적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본 시장과 상품 시장이 무자비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에서 주주 가치의 극대화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사회와 지구 뿐 아니라 기업 자체의 건강에도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요즘 국내 대기업들이 보내는 자료를 보면 한쪽에선 ESG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또 한쪽에선 주주 이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레베카 헨더슨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 회사는 ESG 경영으로 전환하지 못할 거라고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ESG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 이익이나 주주 가치가 아니라 목표 중심의 경영이다. 사회에 좀 더 유의미한 목표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ESG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결국 윗사람들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건데, 윗사람들이 알아서 잘 환골탈태할지는 솔직히 좀 글쎄다.

저자는 대세와는 거리가 있지만 목표 중심의 경영으로 좀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사례들이 이미 나오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시간은 걸릴 수 있다. 기업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정부도 목표 중심의 경영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자유시장 경제 원칙은 기후 변화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하기는 커녕 악화시킬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업의 성장은 환경의 파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화력 발전소는 적극적으로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 이 발전소들이 사회에 부과하는 비용이 이들의 이익은 물론 총수입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석탄 회사인 피보디에너지는 2018년 1억8670만 톤의 석탄을 실어 날라 56억 달러의 총수입을 거두었다. 1억8670만 톤의 석탄을 연소한 환경, 의료 비용은 대략 300억 달러다. 따라서 총수입을 총가치 창출의 척도로 삼더라도 피보디에너지는 창조하는 가치보다 5배는 더 많은 가치를 파괴하는 셈이다.

차를 운전하든 비행기를 타든 간에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지속적인 피해를 낳고 있다. 특히 에너지 집약적인 생산을 해야 하는 몇몇 상품의 예를 들자면 1톤의 강철을 생산하고 1톤의 시멘트를 만들고 햄버거 하나를 만들 때마다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치즈버거 하나를 만들 때마다 약 1.9 리터의 휘발유가 배출하는 만큼의 배기 가스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비용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기업이 지구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8년 세계적인 시멘트 회사 중 하나인 시멕스는 생산 공장에서 사용한 전기의 약 4분의 1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했지만 그래도 48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적어도 40억 달러 정도의 피해를 발생시킨 셈이다. 그때 시멕스의 세전 이익 지급 전 이익은 26억 달러였다. 2019년 회계연도에 영국의 유통 업체 막스앤스펜서의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은 36만 톤 정도였다. 사실 이 기업은 오랫동안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3200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발생시킨 것이다. 같은 해 세전 이익은 6억7000만 파운드였다.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부과하지 않아 생기는 왜곡은 엄청나다. 경제 전반에서 그 가격은 제대로 부과되고 있지 않다. 알아야 할 모든 정보가 가격에 담겨 있다는 전제하에 자유 시장이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이 경우에는 부릴 수 있는 마법이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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