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핀테크 공룡도 막아낸 싱가포르 DBS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중 은행 앱들 쓰다면 여전히 복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소매 금융에서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기반 은행들이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UX)과 제대로 경쟁할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한은행 앱을 사용한 경험만 놓고 보면 디지털 역량에서 국내 시중 은행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디지털을 많이 외치기는 하는데, 서비스에는 제대로 반영이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가운데 다나카 미치아키가 쓴 아마존뱅크가 온다에 싱가포르 DBS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존 금융 회사 중 하나로 소개돼 있어 잠깐 소개할까 한다.

책에서 DBS은행은 핵심 시장인 싱가포르와 홍콩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잠재력을 가진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중국 인터넷 공룡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도 디지털 역량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케이스로 투입됐다.

DBS은행이 디지털 전략에 올인하게 된 배경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다들 알다시피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다. 그런데도 싱가포르 경제 발전은 눈부시다. 1인당 GDP는 약 6만 미국 달러로 이미 일본과 미국을 제쳤다. 때를 같이해, 중국에는 금융 디스럽터가 출현했다. 이들은 싱가포르 국내를 포함하여 DBS 은행에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파괴하려 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을 격전지로 하는 DBS은행의 입장에서는 중화, 아시아권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약진이 그야말로 눈앞에 닥친 위협이다. 굽타 CEO등 경영진의 위기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DBS은행이 스스로를 파괴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DBS은행은 사업 부문별로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한 어젠다를 설정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문이자 2017년 매출 44%를 차지한 싱가포르와 홍콩의 소매 및 중소기업 거래에 대해서는 디스럽터보다 앞서 스스로를 파괴했다. 4%를 차지해 성장 시장으로 자리 잡은 인도네시아의 소매 및 중소기업 거래에 대해서는 기존 은행을 파괴한다. 나머지 52%를 차지하는 중국, 타이완 및 프라이빗 뱅킹, 법인 뱅킹 등 기타 사업에 대해서는 수익성 확보를 목표로 디지털화한다.

DBS은행이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강조하는 키워드는 크게 4가지다. 뻔한 성공 사례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  성공의 방향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요약해 본다.

첫 번째는 클라우드다.

첫째로 DBS은행의 디지털 전환이란 클라우드 본래가 된다. 글레드힐 CIO는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시스템의 핵심부까지 클라우드화하겠다"라고 말한다. 테크놀로지의 내재화 더불어 아마존의 AWS를 이용한 클라우드화는 경영 과제로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화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막대하다. DBS은행은 클라우드화를 통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총무에 들어가는 인건비의 80% 이상을 절감했다. 클라우드화로 은행 시스템 전체의 탄력성과 확장성이 강화되어 은행의 신뢰성도 증가했다. 현재 하드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모든 계층이 클라우드 네이티브가 되려는 중이다. 2017년 연말까지 애플리케이션의 66%가 클라우드로 이행됐다. 2018년에 전체 IT시스템 중 50%를 클라우드화하고 2019년 상반기에 클라우드화를 통해 데이터센터 설비를 75% 절감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음은 API 기반 생태계 전략이다.

둘째로 DBS은행의 디지털 전환이란 API로 생태계의 성능을 향상한다는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오픈 API는 DBS은행이 고객 경험을 지향하며 고객 중심주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하는 생태계의 관건이다. 현재 회계 소프트웨어 제로, ERP 소프트웨어 탤리와 제휴하는 등 200가지 이상의 API를 통해 파트너사 60곳 이상과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나머지 2가지는 고객 중심 전략과 디지털에 대한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셋째로 DBS은행의 디지털 전환이란 데이터 주도, 고객 과학, 측정과 실험에 기초한 철저한 고객 중심주의를 말한다. 이는 고객 접점의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소매뱅킹 부문에서는 계좌 개설이 당연히 온라인상에서 완료된다. 그밖에 자동차, 부동산 매물, 전기매매, 계약, 지불을 원스톱으로 중개 제공하는 마켓플레이스, 알리페이 및 위챗페이에 해당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페이라, 스트레스 없는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푸드스터 온 FB메신저, 자녀가 언제 어떻게 돈을 사용했는지 스마트폰앱으로 확인하는 POSB 스마트 버디 등의 서비스를 개시했다. 오프라인 뱅킹과 온라인 뱅킹을 통합한 점포 클릭 앤드 모르타르도 오픈하여 마음에 드는 카페에 가듯 은행에 간다라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데 힘쓰고 있다.

프라이빗 뱅킹 부문에는 온라인 자산 운용 관리 플랫폼 아이웰스, 온라인 재무-자금관리 시뮬레이션 플랫폼 '트레저리 프리즘 등이 있고, 법인 뱅킹 부문에는 온라인 법인 뱅킹 플랫폼 DBS 아이디얼, 중소 기업 대상으로 사업과 관련해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킹 커뮤니티 비즈니스 클래스 등이 있다. 인도에서는 ERP 소프트웨어 탤리와의 API 제휴를 통해 탤리 이용자가 DBS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DBS은행이 가장 중점을 두는 지역인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오프라인 점포의 출점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전략에도 출자 규제 등 제약이 부과된다. 그러나 DBS은행은 물리적으로 상권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은행 자체를 디지털화해 이런 제약을 뛰어넘으려 한다. 디지털 은행이라면 현재의 공적 규제도 비교적 느슨하여 확장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DBS은행의 디지털 전환이란 사람과 기술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과 기업 문화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임직원 2만2000명을 스타트업으로 변혁한다라는 슬로건 대로 그 뿌리부터 혁신적으로 사고하도록 경영진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철저한 고객 중심 주의, 데이터 주도, 위험 부담을 안고 실험에 도전하기, 애자일식, 배우는 조직 되기 등 다섯가지 지침을 설정하여 구체적인 정책을 잇달아 펼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DBS은행은 이익의 대부분을 디지털을 통해 거둬들이고 있다.

2017년 디지털 거래와 비 디지털 거래의 점유율을 살펴보자.  고객수는 부문 전체 고객 5900만명 중 디지털 거래는 하는 고객은 2300만명, 비디지털 거래를 하는 고객은 3600만명이다. 매출에서는 부문 전체 51억 싱가포르 달러 중 디지털 거래는 31억 싱가포르 달러, 비디지털 거래는 20억 싱가포르 달러다. 당기 순이익에서는 부문 전체 29억 싱가포르 달러 중 디지털 거래가 20억 싱가포르 달러로 전체의 69%다. 즉 이 부문에서 39%를 차지하는데 불과한 디지털 거래 고객이 매출의 61%, 당기 순이익의 69%를 가져다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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