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한테 떡하나 더 줄 때 사내 정치는 태어난다

기업 세계에서 정치는 능력주의보다는 '사바사바'와 파벌로 인식되고 있다. 스타트업도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 공동 창업자인 벤 호로위츠가 쓴 책 '하드씽'을 보면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회사에서 정치가 발생하고 확산하는 이유는 CEO 때문이다.

CEO가 정치적이어서 회사가 정치판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CEO가 정치적이지 않은데도 회사는 정치판인 경우도 수두룩하다. 벤 호로위츠가 말하는 사내 정치란 자신의 가치나 회사에 대한 기여도 이외의 수단으로 자신의 출세나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를 뜻한다.

애석하게도 CEO가 정치적이어야만 조직 내에 극도로 정치적인 행동 방식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사내 정치가 극에 달해 있음에도 CEO는 정치와 담을 쌓은 경우가 많다. 정치에 무관심한 CEO는 자주, 그리고 의도치 않게 강력한 정치적 행동 방식을 조장한다.

그는 2가지를 사례로 들었다.

하나는 공식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임금 인상이다.

사내 정치는 CEO가 정치적인 행위를 장려하거나 자극하면서 생겨난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상관 없이. 아주 단순한 예로 임원들의 보수를 생각해보자. 임원들은 이따금 CEO를 찾아와 봉급 인상을 요구하곤 한다. 그들은 자신이 현재 시장 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보수를 받고 있다는 뜻을 내비칠 것이다. 어쩌면 경쟁사에서 더 나은 제안을 받고서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 그 요구가 합당하다면 그 사정에 대해 조사해 볼 수는 있다. 어쩌면 보수를 올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일견 아무 문제 없는 깔끔한 처리 방식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인 행위를 조장하는 강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식의 봉급 인상은 사업 발전과는 무관한 행위에 대한 보상이다. 뛰어난 실적에 따른 보상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요청에 의해 봉급이 오른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 원인이 된다.

다른 야침찬 임원이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그 역시 봉급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소문을 돌기 마련이다. 이 요구든 이전 임원의 요구든 그들의 실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라. 당신은 이제 실제 업무 수행에 관련된 문제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를 상대하며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당신 회사의 이사회가 유능하다면 당신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임원 모두의 요청을 들어주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결국 회사 임원의 봉급 인상은 먼저 요구하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인상 요구에 덜 적극적인 임원은 정치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거절을 당할 수가 있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말이다.

당신 회사의 임직원들은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사고 방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 가장 기만한 직원이 연봉 인상을 받는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여기저기서 우는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요즘 개발자가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타사로 이직하려는 개발자에게 거기서 받는 만큼 올려주겠다는 조건으로 잡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개발자인데, 벤 호로위츠라면 어떻게 할까? 기회가 되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그냥 좋은 게 좋다고 해준 조언이 정치판의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좀 더 복잡한 예를 들어보자. CFO가 CEO인 당신에게 와서 경영자로서 계속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는 궁극적으로 COO가 되기를 원한다며 당신 회사에서 그 지위를 획득하려면 어떤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당신은 그가 언젠가 훌륭한 COO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량을 더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주일 뒤, 한 임원이 당신에게 허둥지둥 달려와 말한다. CFO가 자기 밑에서 일하고 싶냐고 물어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신이 CFO를 COO로 키우고 있으며 이제 그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조직 관리도 마찬가지다. 하급 직원이 경력 개발에 관해 상담을 요청하더라도 대개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로 말해주고 상황을 잘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야심 차고 노련한 전문가를 상대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사내 정치에 녹다운 당하지 않으려면 일련의 테크닉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스스로 CEO 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사내 정치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테크닉 2가지 소개한다.

올바른 야망을 가진 사람을 영입하라. 올바른 야망은 기업의 성공을 우선시하며 자신의 성공은 오직 기업 승리의 부산물로 인식하는 야망이다. 반면 잘못된 야망은 회사의 성과와는 상관 없이 자신의 개인적 성공만을 염두에 두는 야망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항에 대해 엄격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라. 예컨대 실적 평가, 보수, 조직 설계, 책임 범위 설정, 승진 등에 관해 엄정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절대 거기서 벗어나지 마라.

신생 기업 중에는 실적 관리와 보수 책정 프로세스의 확립을 미뤄 놓은 곳이 많다. 그렇다고 직원을 평가하지 않는다거나 봉급을 올려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임기 응변식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회사는 정치적인 술수에 아주 취약해진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실적과 보수 평가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럼으로써 봉급 인상과 주식 지급이 최대한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특히 임원들의 경우에 더욱 중요해진다. 사내 정치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CEO는 공격의 여지가 없는 실적과 보수 평가 정책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임원에게 명확히 할말이 생긴다. 그의 보수는 정해진 시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평가될 것이라고. 또한 임원의 보수 책정 프로세스는 이사회 승인 단계를 포함하는게 이상적이다. 그렇게 하면 건강한 통치 체계가 확보될 것이며 예외적인 경우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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