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로 말하다...애플이 자율주행차에서 헤매는 이유

하드웨어 DNA가 강해 하드웨어는 잘 만드는 애플이지만 애플도 하드웨어에서 뜻대로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에어팟은 잘나가고 있지만 홈팟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자동차 쪽에서도 군불을 지피는 듯한 움직임은 많이 엿보이지만 뚜렷하게 나온 성과는 아직 없다.

알렉스 칸트로위츠가 쓴 책 올웨이즈데이원을 보니 애플은 자동차 프로젝트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애플은 무인자동차 개발를 개발 중이다. 2010년대 중반 아이폰이 '올바른 형태'에 근접하면서 애플은 자율운행 전기차를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다.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코드명 아래 애플은 엄청난 자원을 집중했고 이것이야말로 애플의 차세대 혁신 제품이 되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홈팟과 애플카에서 헤매고 있는 것을 같은 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애플카는 홈팟을 힘들게 만들었던 바로 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디자이너가 인공지능 엔지니어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했고 이는 개발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그리고 엔지니어링을 격리함으로써 발전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또한 아이폰에 대한 집착은 애플카 개발 과정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방해하고 있다. 홈팟의 실패는 일회적인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애플카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애플은 무인자동차를 아이폰의 후계자로 여기고 있다. 아이폰은 첨단 소프트웨어와 세계적인 수준의 하드웨어를 결합함으로써 휴대전화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애플은 이번에도 똑같은 일을 하려 한다. 또 다른 형태의 하드웨어와 완전히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파워가 엔지니어 문화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타이탄 프로젝트에 몸담았던 전직 애플 엔지니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이폰을 시작점으로 봤습니다. 바로 그게 실수였습니다." 애플은 다시 한번 애플카 프로젝트를 아이폰 다듬기의 연장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외관보다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이 프로젝트에서도 엔지니어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 보다 강압적으로 지시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센서를 숨기고자 했다. 센서는 자율운행 자동차를 굴러가는 잠수함처럼 보이게 만든 못생긴 부속품이었다.  하지만 이 센서를 숨기면 시야를 가려 데이터 수집을 방해한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차선책을 찾아내야 했다.

디자이너들은 그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그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룹들에게 운전대가 있는 버전과 운전대가 없는 버전을 설계하도록 임무를 할당 한 뒤 운전대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결구 엔지니어 팀에게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추가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 한 전직 애플 엔지니어는 운전대와 관련해서 이렇게 언급했다.

"디자인팀은 이러더군요. 운전대를 없애버릴 겁니다. 4~5년이면 운전대가 없는 자동차가 완성될 거에요. 하지만 현실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과정에 충분한 지원이 따라주지 않으면 애플은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역시 타이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또 다른 전직 애플 엔지니어는 디자인팀의 막강한 권한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디자인 팀은 기술적인 과제 위에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또 다른 과제를 추가했습니다. 엔지니어는 디자인 팀에 대해 발언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들의 지시에 따라 개발을 해야 하죠."

애플의 고립 정책 또한 프로젝트 속도를 늦췄다. 겉보기에도 그렇지만 애플은 내부적으로도 조직간 칸막이 문화가 강하다. 서로 뭐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 역량이 중요한 스마트 스피커나 자동차는 수평적인 협력이 중요한데, 애플은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여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애플이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기계 학습에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팀원은 자율운행 시스템을 연구했고 다른 일부는 페이스 아이디를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죠. 자신이 하는 일을 공유할 수 없었습니다. 돌아다녀 보면 아시겠지만 일부는 자동차를 추적하고 다른 일부는 눈과 눈동자, 얼굴 특징을 추적합니다. 엔지니어는 실제로 많은 걸 공유할 수 있습니다. 가령 다양한 신경 네트워크 모형과 많은 공통 업무를 공유할 수 있어요. 그걸 막는 건 어리석은 짓이죠.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을 늦출 뿐입니다.

애플은 이제 스마트 스피커와 자동차 프로젝트를 반복되는 악몽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스피커의 경우 애플은 목표 출시일을 맞추지 못했고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리고 자동차 프로젝트의 경우 가시적인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원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 그 두 가지를 관통하는 공통 요소가 있다. 다른 아닌 문화다. 과거 애플을 성장하게 했던 보안과 하향식 계획 수립은 이제 미래를 개척하는 그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 애플에서 엔지니어 사고 방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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