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서비스는 왜 소셜미디어가 되어 가는가

벤모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개인 간 송금 앱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토스 같은 서비스다. 송금 용도로만 많이 쓰일 거 같은데, 요즘 벤모는 소셜 미디어로의 정체성도 점점 강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 미디어학과 교수인 라나 스워츠가 쓴 '디지털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를 보면 벤모는 이미 나름 탄탄한 소셜 미디어가 된 것 처럼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개인 간 결제 앱인 벤모를 통하면 개인도 친구에게 직접 돈을 지불할 수 있다. 벤모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유독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룸메이트를 끼리 매달 발생하는 경비를 나누거나 식당에서 여러 명이 함께 식사했는데 웨이터가 한명씩 계산하는 것을 난감해할 때 벤모로 각자의 몫을 낸다.

거래 내역의 소셜 피드도 제공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면 그 거래 내역이 두 사람의 친구들에게 공개된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나 트위터의 스트림을 떠올리면 된다. 벤모 사용자는 벤모가 제공하는 양식에 따라 거래할 때마다 메모를 달아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벤모를 둘러싸고 소소한 도덕적 패닉이 목겨되고 있다. 벤모가 돈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인간 관계가 더 옹졸해지고 계산적이 되었다고 비난하는 글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글들은 친구들이 자신만 쏙 빼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확신에 차서 친구의 거래 내역을 샅샅이 훑어 보는 사람들이 포모(FOMO)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벤모가 기록하는 기억은 당신만이 관심을 가질 법한 기억처럼 보인다. 당신의 시시콜콜한 일상일 뿐이니까. 소셜 미디어 비평가들이 자주 조롱거리로 삼는 일상의 과잉 공유이며, 오히려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점심으로 무엇을 멋었는지 트윗하는 사람은 잘 없어도  벤모를 하는 사람은 있다. 벤모는 실질적으로는 사적 기억을 공적이고 연결된 기억, 즉 일종의 소멸 미디어로 변환한다. 벤모는 단순히 돈을 지불한 사람과 지불받는 사람을 일대일로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거래를 시각화하고 소셜 스트림으로 변환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일상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벤모에 한정된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결제와 소셜 미디어의 융합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라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을 비롯해 거의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저마다 다른 야심을 품고 결제 서비스 도입을 추진했고 각기 다른 성과를 거두었다.

결제는 아직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완벽하게 안착하지는 못했다. 적어도 지난 10년간 결제 분야의 혁신가들은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런 예측이 정확했음이 입증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결제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세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세계는 우리의 거래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중국 전역에서 널리 쓰이는 모든 것의 앱인 위챗을 예로 들어보자. 위챗을 매일 사용하는 9억 명의 사용자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위챗 플랫폼을 통해서 한다. 위챗으로 친구와 점심 약속을 하고 근처 식당을 검색한다.

2017년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막강한 핀테크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의 관심은 온통 위챗에 쏠려 있었다. 어느 기업이나 협력 업체가 미국 시장에 위챗 같은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물론 이런 전망에서 핵심은 결제 서비스다. 우리 삶에서 소셜 미디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결제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생활을 완성하는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이모티콘만 더한다고 해서 소셜 미디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셜 미디어 시스템의 밑바탕에 깔린 논리, 즉 사회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흐름의 구조, 가치 배분 방식을 결제 수단에 적용해야만 한다. 소셜미디어와 돈을 돈은 둘 다 기억의 테크놀로지이며 새로운 기억 생태계의 일부다. 이메일을 쓰거나 친구의 셀카를 찍을 때 우리의 사적 기억은 데이터의 영역으로 편입된다. 우리의 개인 기록이 넘쳐날수록 우리는 언제 어떻게 과거와 마주치게 될지 모른다.

결제가 소셜 미디어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판적으로 볼만한 소지도 다분하다.

벤모가 기억의 테크놀로지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디지털 화폐는 거래의 구체적인 사항을 보존하고 우리의 지리적 이동을 기록하고 우리의 취향과 습관을 추론하는 능력이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나이절 도드는 "기억의 테크놀로지가 기업과 국가의 통제를 받는 한 기억을 보조하는 장비는 정치적, 상업적 감찰을 보조하는 도구이기도 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말한다. 한때는 사적 영역에 속했던 거래 내역이 게시물이 되어 친구와 적, 국가와 기업의 감찰 대상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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