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오판의 원천이 된다"

어떤 사람을 직접 보면 그 사람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일까? 또 어떤 사람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일까?

보고 직접 얘기를 나눠보는 게 어떤 사람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많지만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최근 책 타인의 해석을 통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와 근거들을 제시한다. 영국 총리였던 네임 체임벌린은 히틀러와 여러 차례 만나 얘기를 나눴고 히틀러가 일부 지역을 넘어서는 영토 확장 야심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독일과 대규모로 전쟁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체코 등 일부 국가를 공격하는 것을 묵인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히틀러는 약속을 어겼고 2차대전을 일으켰다. 책을 보면 체임벌린은 정말로 히틀러가 오버할 거라 생각지는 않았던 것 같다. 히틀러가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킬 거라 믿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글래드월에 따르면 직접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안될 때가 많다.

우리가 이 질문에 대해 가진 최선의 답은 하버드의 경제학자와 엘리트 컴퓨터 과학자 세 명, 시카고 대학 보석 전문가가 수행한 연구에서 나온다. 이 그룹(간단하게 서술하기 위해 경제학자인 샌딜 멀레이너선으로 지칭하겠다)은 뉴욕시를 시험장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에서 공소 사실 심문에 출두한 피의자 55만4689명의 기록을 취합했다. 그 가운데 뉴욕의 판사들이 석방한 수는 40만 명이 약간 넘었다.

뒤이어 멀레 내부 선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어 공소 사건에서 검사가 판사에게 제출한 것과 같은 정보를 집어 넣은 뒤 컴퓨터에 55만 4,689건을 검토해서 석방 대상 40만 명의 명단을 추출하라고 지시했다. 인간 대 기계가 맞붙는 일종의 빵 굽기 대결이었다. 누가 최선의 결정을 내렸을까? 어느 쪽 명단이 보석 중에 더 적은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 기일에 출석할 확률이 높았을까?

결과는 근소한 차이도 아니었다. 컴퓨터가 뽑는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뉴욕시 판사들이 석방한 40만 명보다 재판을 기다리는 중에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25퍼센트 낮았다. 무려 25퍼센트나! 빵굽기 대결에서 기계가 인간을 압도했다. 멀레이너선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실례를 들어보자. 인공지능은 모든 피의자의 1퍼센트에 고위험군이라는 표시를 했다. 이 사람들은 컴퓨터가 생각하기에 재판 전에 절대 석방해서는 안되는 이들이다. 인공지능의 계산에 따르면 고위험군에 속한 절반이 훌쩍 넘는 수가 보석으로 석방되면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인간 판사들은 썩은 사과와 같은 그 집단을 보면서도 그을 전혀 위험한 집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판사들은 48.5%를 석방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피의자의 다수를 판사는 저위험군으로 간주한다.

보석 결정을 내릴 때 판사들은 세 가지 정보 원천에 접근할 수 있다. 판사는 피의자의 기록을 갖고 있다. 검사와 변호사가 제출한 증거와 증언도 있다. 법정에서 주고받은 모든 정보가 해당된다. 그리고 판사가 직접 눈으로 본 증거도 있다. 내 앞에 있는 이 남자에 관한 내 느낌은 무엇일까? 다른 한편으로 멀레이너선의 컴퓨터는 피의자를 볼 수 없었고 법정에서 발설된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컴퓨터는 피의자를 볼 수 없다. 판사는 피의자를 볼 수 있고 추가적인 정보가 있으면 의사 결정자로서 더 유능해지는게 논리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뉴욕주 판사 솔로몬은 자기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살피면서 정신 질환의 증거, 예컨대  게슴츠레한 표정이나 정서 불안, 시선 회피를 찾을 수 있었다. 피의자는 그의 앞 불과 3미터 거리에 서 있고 솔로몬은 자신이 평가하는 사람을 파악할 기회가 있다.

어떻게 해서 이런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모든 추가적인 정보는 사실 유용하지 않다. 사람이 놀랐다고 해서 반드시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다.  감정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감정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몇년전 텍사스에서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패트릭 데일 워커라는 젊은 남자가 전 여자 친구 머리에 총을 겨눈 사건이었다.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구가 막혀서 발사되지 않았을 뿐이다.  담당 판사는 100만달러로 보석금을 정했는데, 워커가 유치장에서 4일을 보낸뒤 2만5000달러로 낮췄다. 그가 냉정을 찾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후에 판사는 워커가 전과 기록이 전혀 없었고 교통 딱지 하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중했다. "그는 정말 차분하고 온순한 젊은이였습니다. 제가 파악하기로 이 친구는 정말 똑똑한 친구에요. 학년 대표로 졸업식 고별사를 읽은 친구였어요. 대학도 졸업했습니다. 게다가 그 여자는 첫번째 여자 친구였어요. 판사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워커는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판사는 워커가 솔직하고 투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건 무슨 뜻일까? 수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본 것처럼 그도 슬픈 표정을 하고 눈을 내리 깔고 머리를 떨어뜨린 걸까? 그리고 왜 우리는 누군가 슬픈 표정을 하고 눈을 내리 깔고 머리를 떨어뜨리면 그 사람의 마음 속에서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생은 프렌즈와 같지 않다. 워커를 직접 본 것은 판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가 되었다. 워커가 여자 친구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고 단지 총이 발사되지 않아서 살인에 실패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해명하고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보석 중이던 워커는 여자 친구를 총으로 살해했다.

판사에게 예측에서 빗나가도록 하는 눈에 띄지 않는 이런 변수들이 즉 분위기와 같은 내면적인 상태든, 피의자의 외모와 같이 두드러지고 과대평가되는 사건의 구체적인 특징이든 간에 이 변수들은 비밀스러운 정보의 원천이라기 보다는 잘못된 예측의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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