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으로 보면 여자가 집에서 살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경제학 개념을 사회와 우리 일생 생활 영역까지 적용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제학의 잣대로 국가 정책과 사람들의 선택을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SNS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제학이 우위에 있다는 오만함도 종종 느껴진다.

조너선 앨드리드가 쓴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를 보면 이런 사람들은 경제제국주의자들로 묘사된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본산으로 꼽히는 시카고 경제학파에 속하는 경제학자들 중 다수가 경제제국주의자들로 분류된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경제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경제학 이론을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하는 시도를 통해 경제제국주의 저변을 넓혔고 또 많은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그는 경제학으로 세상일에 이런저런 설을 풀다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도 펼쳤다. 가족론이라는 책에선 두 사람이 결혼해서 전문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주장한다. 남자는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여자가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는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베커의 표현으로 전문화는 한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한 사람은 집을 지키며 가사일을 하고 자식을 양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베커의 이런 주장은 분업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가족 관계에 적용한 것이다. 베커는 노동자들이 각자 특정한 업무에 집중하면 전체적인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분업론을 근거로 가정 역시 전문화하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생활 수준도 향상될 것이므로 한 사람이 돈을 버는 가정이 다른 형태의 가정보다 흔해질 것이라 추론했다. 또 여성이 자식을 키우는데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여성이 집을 지키고 남성이 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족론은 1981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서구 국가에서도 많은 여성이 임금 노동자로 일하고 있어 베커의 이론을 반복하는 증거는 차고도 넘쳤다.

베커의 접근법은 모든 것을 사후에 설명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거의 모든 인간 행동이 무엇인가를 극대화하려는 생각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을 위해서는 베커의 이론에 구체적인 가정이 더해져야 한다. 베커도 예측할 때는 이런 기법을 사용했다. 실제로 <가족론>은 몇 가지 가정에서 출발한다. 전문화에 대한 핵심적인 논증에서는 밥 짓기와 빨래, 육아 등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무보수 노동이 웬만한 유급 일자리보다 전문화된 일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정반대의 가정이 더 타당한 듯 하다. 또 베커는 가족 구성원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은 이타적인 가장이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이밖에도 이런저런 가정이 분석 과정에 임기 응변식으로 끼어든다. 예컨대 이혼에 대해 언급할 때 베커는 일반적으로 이혼자는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사람보다 말다툼이 잦거나 덜 상냥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커와 같은 경제제국주의자들은 법을 통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절도는 경제제국주의로 해석하면 납득하기 힘든 결론으로 이어진다.

"나는 절도가 사회적으로 유해하다고 말하는 수수께끼를 풀고 싶었다. 절도는 자원을 재분배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절도를 통해 자원이 더 부유한 사람에서 더 가난한 사람에게도 흘러가지 않는가. 나는 그 수수께끼를 이렇게 풀었다. 범인이 무기에 지출하고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소중한 시간을 지출하지만 그런 지출은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기 때문이라고."

이에 대해 저자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설명이다. 무기는 공짜로 얻은 것이고 범인이 자신의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한 곳이 없더라도 절도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유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흡연이나 비만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는 어떨까? 경제제국주의로 해석하면 자살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흡연자나 비만자의 조기 사망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당장의 쾌락을 위해 수명을 줄이는 사람들의 선호성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다. 베커는 더 나아가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의 죽음이 어느 정도까지는 자살이다. 수명을 연장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면 죽음을 미룰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 매매도 경제제국주의적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장기 시장이 우리에게 난해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 제국주의자들과 그들의 괴짜 경제학 추종자들이 내놓은 주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째로는 그들은 도덕적 문제를 미루어두며 도덕적 문제는 경제학에 속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에게 콩팥이 필요하고 하나에 2만 파운드를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해보자. 한편 당신은 2만 파운드에 당신의 콩팥을 기꺼이 팔려 한다고 해보자. 이 거래가 성사되면 양쪽 모두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나의 간절한 소망도 이루어진다. 그 결과로 나는 죽음을 면할 수 있다. 고결한 목표를 이루는데 경제제국주의가 한몫을 한 듯 하다. 콩팥 매매는 이란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불법이다. 장기 매매는 미국과 유럽 연합 및 세계 보건기구에서 명백히 금지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식에 사용할 콩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장 옹호론은 콩팥 매매를 허용하면 공급이 증가할 것이란 가정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가정이 맞는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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