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미지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거부한(?) 코닥을 위한 변명

혁신의 세계에서 코닥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로 언급된다.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먼저 개발했으면서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놓치는 게 아까워서 미래를 잡지 못했고 결국 카메라 패러다임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면서 레이스에서 탈락한 케이스로 통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코닥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고, 나 역시도 코닥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게리 피사노 교수가 쓴 혁신의 정석을 보면 코닥은 자신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좀 억울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닥은 변화에 늦장 대응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패러다임에 휩싸였고, 어쩔 수 없이 도태된 측면이 있다는게 저자 설명이다.

1983년 당신이 코닥의 CEO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선견지명으로 디지털 이미징 시장의 미래를 완벽하게 볼 수 있다. 얼마나 빨리 향상될지 알고 있고 또 필요한 모든 보완 기술의 향상 속도도 알고 있다. 당신은 모든 경쟁자의 투자 상태도 안다. 다른 품질의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는 날짜도 알고 있고 그 가격도 알고 있다. 심지어 당신은 핵심 필름 사업이 초래할 많은 일들을 다 볼 수 있다.

아마도 바로 지금이 선점을 위한 타이밍이라 여기게 되리라. 우선 필름 산업을 포기하고 디지털에 미래를 걸고 나아갈 것이다. 그런데 내달리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또 다른 가정이 하나 있다. 지금부터 집중할 새로운 디지털 이미징 사업이 최소한 기존 산업 영역인 필름 사업 만큼의 수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기술이 기존 기술과 같은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코닥의 흥망성쇠는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이미징 사례는 기술 변화가 비즈니스 수익 잠재력을 크게 감소시킨 사례다. 우리는 코닥이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성공에 도취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 도입이 늦어진 탓에 시장에서 도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맞다. 코닥은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그러나 나의 하버드대학교 동료인 윌리 시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이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한다. 윌리는 1997년 코닥에서 임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코닥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안다. 윌리의 주장에 따르면 코닥은 결코 디지털에 대한 대응에 느리지 않았다. 오히려 추세를 주의 깊게 추적하고 센서 같은 중요한 디지털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수익 잠재력을 완전히 파괴하는 방식으로 카메라 시장이 변화했기 때문에 코닥이 실패한 것이다. 디지털 사진은 여러 공급 업체가 제공하는 범용 반도체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부품을 판매하는 공급 업체는 상대가 누구든 돈만 지불하면 기술을 제공했기에 진입 장벽이 거의 없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모듈식이다. 우수한 기술자라면 모든 빌딩 블록을 구입해 카메라를 조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낮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고프로 같은 다수의 소규모 창업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또한 핵심 기술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으로 인해 디지털 사진을 차별화하기가 어려웠다. 제품 진입 장벽이 낮고 제품 차별화 기회가 낮으면 이익을 얻을 기회 역시 매우 낮아진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결국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은 새로운 잠재력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변화에 사업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 참여자에게 반드시 매력적인 이익 기회를 제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에서 수익 실현 가능성은 진입 장벽, 지적 재산권, 차별화 기회, 공급 업체, 구매자의 협상력, 대체품 사용 가능성 갚은 일련의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이러한 요인에 영향을 끼치며 전반적인 수익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강력한 수확 체증의 결과 구글은 인터넷 검색, 광고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에 내재된 긍정적인 네트워크 경제를 이용하여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한다.

그러나 디지털 사진의 경우처럼 혁신은 때론 경기장을 평평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PC 시장도 그런 예다. PC 시장은 분명히 사회를 위해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지만 정작 PC를 판매한 기업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신문 시장도 좋은 예다. 지난 20년 동안 신문 역시 디지털 형태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인쇄물 시장은 죽어가고 있고, 신문사가 생존할 유일한 방법은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긴 해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큰 인쇄물 시장이 있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신문 시장은 아직 전통적인 신문 시장 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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