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혁신에 장애물 이라기 보단 장점에 더 가깝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대해 상대적으로 혁신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게리 피사노가 쓴 혁신의 정석을 보면 규모와 혁신은 비례 관계가 없다.

규모가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혁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하기 나름 이라는 얘기다. 특히 저자는 규모는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에 더 가깝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성공한 기업은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은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진실처럼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복 재생산됐다. 유전학과 관련된 자연법칙은 자연 현상만을 지배할 뿐이고, 조직은 당연히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과 다르게 기업은 자신의 DNA를 만들고 바꿀 수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혁신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애초에 그 기업을 혁신 불가능하게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조직이 혁신에 역행하는 것은 규모가 큰 조직의 일반적인 특징일까? 아니면 특정 리더들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선택의 산물일까? 신생 기업이 성공 후 느려터진 화물열차가 되는 것은 숙명일까? 크다는 것은 혁신의 관점에서는 매력 없는 단점에 불과할까?

기업 규모와 혁신에 관한 연관성을 조사한 통계를 보면 작고 아름다운 것과 크게 매력 없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다소 다르다. 결론부터도 말해 큰 것이 꼭 매력 없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혁신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여전의 나의 주장과 연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창조적 파괴의 물결을 몰고 전 산업을 격변의 장으로 이끈 변혁적 혁신 사례들은 어떤가? 예를 들어 인텔은 마이크로 프로세서 발명하고 상용화함으로써 반도체 산업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상용화했을 때 인텔은 신규 진입자가 아닌 이미 성공한 반도체 기업이었다.

저자는 인텔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 사례를 제시한다.

1964년 IBM은 360 시리즈의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출시했다. 그 이전에는 모든 컴퓨터에 고유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컴퓨터마다 새로운 운영체제와 새로운 하드웨어를 개발해야 했다. 그런데 IBM은 여러 기기에서 호환이 가능한 부품과 운영시스템을 만들어 이러한 문제를 혁신한 것이다. 그러나 1964년 당시 IBM은 컴퓨터 산업에 새롭게 진입한 신생 기업이 아니라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기업이었고 그해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서 18위를 차지한 기업이었다.

이외에도 혁신에 성공한 대기업의 사례는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다. 광섬유 케이블을 발명하고 오늘날의 컴퓨터와 TV 및 전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유리 공정을 개발한 코닝, 트랜지스터, 마이크로파, 셀룰러 통신, 레이저, 위성통신, 디지털 전송, 태양 전지 및 유닉스 운영 시스템과 같은 일련의 발명을 통해 거의 독보적으로 20세기 변화를 이끌어온 벨 연구소. 이 기업들의 규모는 실로 거대했지만 그게 그들의 혁신 역량을 저해하지는 않았다.

옛날에는 큰 기업이 혁신하는 게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반박한다.

애플이 어떻게 모바일 전화기에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으로 휴대 전화 시장을 완전히 뒤바꿨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폰을 출시한 2007년 애플은 결코 풋내기가 아니었다. 2004년 아마존은 최초의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서비스 중 하나를 도입해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을 일으켰다. 그해 아마존의 매출액은 52억 달러였고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342위였다.

결국 혁신의 리더십과 문화의 결과물이다. 규모와는 무관하다.

처음부터 혁신적인 벤처 기업을 만들기란 어렵다. 시간과 돈에 쫓기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실수로 인해 기업 전체에 재앙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만큼 바닥에서부터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내 내기란 어렵다. 그리고 기존 조직이 혁신 역량을 유지하는 일은 이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창업정신이 새 집을 짓는 것과 같다면 창의적인 혁신은 살고 있는 집을 개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는 것에 새로운 무언인가를 추가하는 데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혁신은 조직 내 혁신 역량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고 재건하는 리더가 있어야 가능하다.

규모에 따른 도전은 조직의 수명 주기 내내 빠르게 진행된다. 첫 번째 주요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빠르게 성장 중인 기업이라면 이후 기존 성공한 제품과 새로운 제품 사이에서 현재의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 투자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서 기존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을지, 더 크고 더 복잡한 조직이 되면서도 포뮬러원 문화를 지켜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규모의 딜레마를 극복하며 혁신에 도전한다는 것은 이런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낮추거나 제거할 방법을 찾아가면서 아울러 자신들의 진정한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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