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소양, 코딩이나 글쓰기보다 심리학이 먼저다

사용자 경험(UX)이 기업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조직 내에서 디자이너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디자이너들이 좀 더 많은 역할을 소화하려면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내공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늘고 있다. 디자인도 어느 정도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아 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디자인 컨설턴트인 존 야블론스키는 코딩이나 글쓰기 보다 심리학이 디자이너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소양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책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에서 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상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조직 내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지금과 같은 시대에 심리학과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의 교집합이라는 주제는 갈수록 더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디자인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디자이너가 가치와 역량을 키우려면 어떤 기술을 추가로 익혀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코딩이나 글쓰기를 배워야 할까? 아니면 비즈니스에 관한 지식을 쌓아야 할까? 3가지 다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필수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심리학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모든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덕목일 테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주면 세상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데, 심리학을 공부하면 이러한 청사진을 해독하는데 도움이 된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지식을 더욱 직관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제품과 경험을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다. 심리학의 주요 법칙을 잘 활용하면 사용자에게 제품이나 경험 디자인에 적응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게 잘 맞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인간 중심 디자인의 근간이자 이 책의 기반이다.

심리학을 알면 의사 결정권자들을 설득하는데도 여러 모로 유리하다. 데이터가 부족한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선 특히 그렇다. 저자는 자신이 참여했던 한 프로젝트 경험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지할 데이터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이해 관계자들에게 여러 디자인 결정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용할만한 정량적 데이터나 정성적 데이터가 있다면 꽤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결정을 정당화하는 프로세스가 조금은 달라야 했다. 기존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는 기반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초기 디자인의 정당성을 어떻게 입증할까? 짐작했겠지만 이윽고 디자인 논평 프로세스는 주관적 의견과 개인적 편견에 좌우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디자인의 정당성 입증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러던 중 해결책이 떠올랐다. 심리학이었다. 인간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게 해주는 심리학이라면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 터였다. 나는 곧 행동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의 풍요롭게 방대한 세계에 빠져 들었고 내가 내린 디자인 결정을 지지할 실증적 증거를 찾느라 셀 수 없이 많은 연구 논문을 읽었다. 이렇게 공부한 덕에 디자인을 내가 제안한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프로젝트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하는 심리학 법칙은 10가지다.

첫 번째는 제이콥의 법칙이다.

"사용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제품을 통해 구축한 기대치를 그와 비슷해 보이는 다른 제품에도 투영한다. 기존의 멘탈 모델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새 모델을 익히지 않아도 바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이 완성된다. 변화를 꾀할 때는 사용자에게 익숙한 모델은 한시적으로 이용할 권한을 부여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라

두 번째는 피츠의 법칙이다.

터치 대상의 크기는 사용자가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커야 한다. 터치 대상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터치 대상은 인터페이스 상에서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에 배치해야 한다.

세 번째는 힉의 법칙이다.

의사 결정 시간이 반응 시간에 큰 영향을 받을 때는 선택지의 개수를 최소화하라. 인지 부하를 줄이려면 복잡한 작업을 잘게 나눠라. 추천 선택지를 강조해서 사용자 부담을 줄여라. 신규 사용자 인지 부하를 줄이려면 온보딩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라. 추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네 번째는 밀러의 법칙이다.

마법의 숫자 7을 내세워서 불필요한 디자인 제약을 정당화하지 마라. 사용자가 쉽게 처리하고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콘텐츠 덩어리를 작게 나눠 정리하자. 단기 기억 용량은 사람에 따라 그리고 기존 지식과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섯 번째는 포스텔의 법칙이다.

사용자가 어떤 동작이나 입력을 하든지 공감하는 태도로 유연하고 관대하게 대처하라. 인터페이스의 안정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되 입력, 접근성, 성능 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자.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잘 예측하고 대비할 수록 디자인 회복 탄력성은 좋아진다.  사용자의 가변적인 입력을 수용해서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석하라. 입력의 한계를 정의하고 사용자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라.

여섯 번째는 피크엔드 법칙이다.

사용자 여정 중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을 세심하게 신경 쓰자. 제품이 사용자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순간, 혹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순간 등을 알아내라. 사람들은 긍정적인 순간보다 부정적인 순간을 더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일곱 번째는 심미적 사용성 효과다.

보기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뇌에 긍정적 반응을 일으켜서 사용자로 하여금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이 보기 좋으면 사용자는 사소한 사용성 문제에 비교적 관대해진다.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디자인은 사용성 문제를 가리고 사용성 테스트 중에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여덟 번째는 폰 레스토프 효과다.

중요한 정보나 핵심 동작은 시각적으로 눈에 띄게 하라. 시각적 요소를 강조할 때는 제한을 두어서 각 요소 간 경쟁을 피하고 가장 중요한 항목이 광고로 오인되지 않게 하라. 특정 요소를 강조할 때 색상에만 의존하면 색맹이나 저시력인 사용자가 배제된다는 사실을 유념하라. 움직임을 활용해서 대비를 전달할 때는 움직임에 민감한 사용자를 주의 깊게 고려하라.

아홉 번째는 테슬러의 법칙이다.

모든 프로세스에는 디자인 시 처리할 수 없는 기본적인 복잡성이 존재하므로, 시스템이나 사용자 중 한쪽이 감당해야 한다. 내재된 복잡성을 디자인과 개발 과정에서 처리하면 사용자의 부담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추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해서는 안된다.

열 번째는 도허티 임계다.

사용자의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시키려면 시스템 피드백을 0.4초 이내에 제공하라. 반응 시간을 개선하고 체감 대기 시간을 줄이려면 체감 성능을 활용하라. 애니메이션은 로딩이나 프로세싱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한가지 방법이다. 설사 정확하지 않다고 해도 진행표시줄을 보여주면 사용자는 대기 시간에 좀 더 관대해진다. 실제 작업이 훨씬 빨리 완료되더라도 의도적으로 작업 완료를 늦게 알리면 체감 가치를 높이고 신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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