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IBM에 MS-DOS를 공급한 건 운일까 실력일까 백일까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던 IBM에 OS를 제공하기로 계약한 것은 IT업계 판세에서 역사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IBM과의 계약을 기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텔 제국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 OS가 없던 마이크로소프트가 IBM과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순진한 IBM을 상대로 펼친 빌 게이츠의 영악한 내공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조너선 앨드리드가 쓴 책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IBM과 계약을 맺게 된 배경은 여전히 베일으로 으로 묘사된다.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라고도 일컬어지지만 멋진 남자인 듯하기도 하다. 자선 활동에도 열심인 게이츠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활용하고 땀 흘려 일한 덕분에 큰 성공을 이루어낸 사람의 표본인 듯 하다. 하지만 그의 성공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외부에 알려진 만큼 영웅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그의 집안이 부유했던 까닭에 시애틀에 있는 사립학교인 레이크 사이드에 다녔다. 

1960년대말 세계에서 극소수의 학교에만 있던 컴퓨터가 그 학교에 있었다. 따라서 게이츠는 일찍부터 컴퓨터에 빠졌다. 몇번의 행운을 더 누린 뒤 게이츠는 하버드를 자퇴하고 역시 레이크 사이드에서 그와 함께 컴퓨터에 빠져 있던 친구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웠다.  1970년대말 사무용컴퓨터의 주된 운영체제는 CP/M이었다.마이크로소프트의 주된 사업은 CP/M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즈음 IBM은 사무용 컴퓨터를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하기를 바랐고 따라서 그에 적합한 운영체제가 필요했다. 당시 IBM이 컴퓨터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그 회사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의 거대한 크기 만큼이나 대단했다. CP/M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CP/M을 개발한 게리 킬달은 경쟁자들보다 앞서서 다중작업이 가능한 운영체제를 이미 개발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이유로 IBM은 CP/M 사용권을 사겠다며 킬달이 아니라 게이츠에게 접근했다. 게이츠는 CP/M의 특허가 자신에게 있지 않다며 킬달에게 알아봐야 한다고 IBM에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IBM은 빌 게이츠가 아니라 킬달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게이츠는 결국 IBM과 중대한 계약을 맺었고 CP/M을 개조한 운영체제를 서둘러 구입해 IBM에 팔았다. 게이츠가 그 거래에 성공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하기야 킬딜의 모험가적 이미지는 IBM의 기업 문화에 어울리지 않았다.한편 IBM의 최고 경영자는 빌 게이츠의 어머니와 친근한 사이였던 까닭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중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도입한 것은 수년 뒤였다.

우리는 영웅 이야기를 좋아한다. 부의 축적에 대한 이야기도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지식의 중대한 진전을 역경에 맞선 굳은 결의와 천재성의 산물로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역사는 운이 억세게 좋은 천재들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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