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론과 죄수의 딜레마'는 현실에서 유효한가?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 이론을 상징하는 용어 중 하나다. 좌수의 딜레마에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협력보다는 협력하지 않는 존재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지금도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지만 경제학의 세계에서 신뢰도는 나름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조너선 앨드리드가 쓴 책 경제학은 어떻게 관력이 되었는가에 따르면 죄수의 딜레마는 보편성을 가진 이론으로 인정받기에는 현실적으로 보면 빈 구멍이 많다. 많은 상황에 먹혀드는 이론으로 보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게임의 규칙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 현실에선 많다는 것이다.

신뢰와 장기적 협력에 대한 게임 이론의 몇몇 설명은 핵심을 놓친 듯 하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이런 식의 해법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해 교류할 때는 팃포탯 같은 전략이 협력적 행동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일회성 관계를 맺을 때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한다.

게임 이론은 일회성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임 이론가들은 오랫동안 이런 문제를 직시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이 이타적이고 협력적이며 도덕적인 행동의 증거에 맞닥뜨릴 때 흔히 회피 전략을 사용하듯이 게임 이론가들 역시 그런 증거를 재해석하며 그것을 없애버리는 회피 전략을 사용했다. 예컨대 사람들이 일회성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외견상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엄격히 말해서 그들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협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정의에 따르면 순수한 죄수의 딜레마는 각 참가자가 자신의 형량에만 관심을 두는 게임이다. 따라서 상대의 행복을 고려하거나 집단의 결속력을 믿는 참가자 혹은 상대에게 한 약속을 깨면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참가자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게임 이론가들이 우려하는 상황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이런 외적인 고려 사항에 따라 참가자들이 특정한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나타내는 숫자가 달라질 것이다. 순수한 죄수의 딜레마와 비교할 때 이런 추가적인 고려 사항 때문에 대부분의 결과를 나타내는 수치가 달라진다.

앞서 보았듯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게임 이론의 예측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게임 이론가들은 그들이 실제로는 죄수의 딜레마에 있지 않은 것이라 주장하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한다.

게임 이론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중요한 제약을 가한다. 요컨대 게임 이론은 다양한 선택의 역사적 맥락에는 관심이 없고 선택의 결과나 성과에만 관심을 둔다. 결과는 본질적으로 미래를 향한 것이지만 공정함과 책임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관심은 일반적으로 과거를 되돌아보며 누가 무엇을 어떤 이유에서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까닭에 게임 이론은 인간다움에 대한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이해, 즉 미래가 과거보다 항상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적용될 수 밖에 없다.

게임 이론 옹호론자들은 게임 이론이 정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책에선 90년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주파수 경매가 사례로 언급돼 있다.

1994년 12월 5일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역사상 최대의 경매라고 불린 휴대전화 주파수대 경매를 공고했다. 경매는 일종의 게임이다. 따라서 주파수대 경매도 최신 게임 이론을 활용해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1995년 3월 경매가 끝났을 때 미국 연방 정부는 무척 기뻐했다. 입찰 경쟁을 통해 예상보다 70억 달러의 수입을 더 얻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에 엄청난 세수 증대를 안겨준 주파수대 경매는 응용 게임 이론의 승리로 여겨졌다. 그 경매는 진정으로 합리적인 참가자들이 상호 작용한 무대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매에 참여한 대기업들이 게임 이론가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경쟁한 끝에 이른 결과는 정부를 대신에 경매를 설계한 게임 이론가들이 약간 조정하면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게임 이론이 정부의 목표를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경매를 설계하는 비결을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최종적인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결코 합리적인 참가자가 아니었다. 낙찰 받는 많은 기업이 약속한 금액을 제때 납부하지 못했고 통신 기업들이 파산하고 합병되는 주된 이유는 과도한 낙찰금 때문이라 여겨졌다. 2000년에 실시된 영국의 주파수대 경매도 게임 이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결과도 비슷했다. 결론적으로 게임 이론은 경매를 최선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정부에 알려주지도 않았고 응찰 기업들의 행동을 적절히 설명하거나 예측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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