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기업 애플이 연구개발비를 덜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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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드디어 시총 2조달러짜리 회사가 됐다.
19일(현지시간) 애플의 주가는 467달러를 넘어 시가총액 2조달러(약 2360조원)에 도달했다. 미국 기업으로는 사상 최초, 세계적으로는 사우디 아람코에 이어 두 번째다. 2조달러라는 금액을 가늠하기 어렵다면,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인 GDP와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GDP 순위로 따지면 애플은 영국과 프랑스(2.7조달러) 아래, 이탈리아(1.9조달러)보다 위에 있는 가상의 국가인 셈이다. 한국은 1.6조달러쯤 된다.

일개 기업이 웬만한 선진국 하나와 맞먹는 경제력을 가졌으니 애플이 얼마나 대단한 기업으로 성장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애플이 (당연히) 연구개발비용도 엄청나게 쓸 것 같지만, 의외로 비슷한 IT 기업보다 훨씬 적게 쓴다.

올해 2분기 애플 재무제표에 따르면, 애플의 분기 연구개발비는 48억달러(약 5.7조원) 수준으로 분기 매출의 8% 수준이다. 13.6%인 52억달러를 R&D에 투자하는 마이크로소프트나 15.9% 수준인 62억달러를 쏟아붇는 알파벳(구글)에 비하면 의외로 높지 않은 지출이다. 총액도 낮지만, 수익 대비 R&D 지출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연구개발비 외 기술력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기업 인수합병이 있다. 시장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2012년 이후 합병이나 인수에 현금 흐름의 2%만을 지출했다. 번스타인의 분석가 토니 사코나기는 애플이 인수합병 투자에도 인색한 편이라고 말했다.

"낮은 R&D 지출과 M&A 비용은 애플이 기술 혁신 투자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애플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과거보다는 크게 늘었다.
스티브 잡스 시절이었던 2011년 2분기 당시 연구개발비 지출은 분기 매출의 2%인 6억2200만달러에 불과했다. 팀 쿡 취임 이후인 2015년에는 20억달러(4%) 수준으로 늘었고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R&D에 인색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도한 기술 투자를 방지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일례로 삼성과 LG, 화웨이 등은 스마트폰 배터리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한다. 접는 배터리, 고용량 배터리 등 자체 기술 확보에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반면, 애플은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진 않는다. 공급망을 통해 좋은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배터리 개발 비용 대신 새로운 디자인을 설계하거나 OS를 다듬고 신기술을 테스트한다. 애플은 뭔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보다 잘 조합해서 멋진 제품을 만드는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다. 많은 투자보다는 적절한 투자인 셈이다.

'비밀의 애플'이라는 별칭답게 애플은 연구개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수 조원에 달하는 돈을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세계 최고 기업가치를 지닌 애플의 비밀 프로젝트에 언제나 전 세계 애플 애호가의 관심거리다. 최근 수년간은 애플 실리콘 개발을 위한 칩셋 개발 등 하드웨어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이 인수합병에는 인색해도 특허 출원에는 인색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언제나 애플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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