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실리콘 ... 윈텔 동맹을 무너뜨릴 것인가?

Apple Silicon: The Passing of Wintel ¦ mondaynote.com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애플이 자체 개발 CPU인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 SoC)을 만들려는 시도 자체는 그다지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애플의 전 세계 PC 시장 점유율은 7% 수준에 불과하며 수백만 대의 클라우드 서버에 사용되는 고가의 칩을 만들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만드는 맥에 들어갈 적당한 수량의 CPU를 만들려는 것 뿐이다. 게다가 애플 실리콘은 그다지 빠른 CPU도 아니다. 인텔이 전 세계 컴퓨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왜 이리 난리일까? 애플이 자체 CPU를 만든다고 선언한 것이 무어 그리 대단한가 말이다.

애플 실리콘의 탄생 배경에는 인텔이 있다.

인텔이 맥에 쓸만한 빠르고 안정적이며 뜨겁지 않는 CPU를 적당한 때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더이상 뜨겁고 전력 소모가 많은 인텔 i5와 i7 프로세서를 맥북프로에 탑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텔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AMD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직접 만드는 걸까?

과거와 달리 CPU를 만드는 것이 더는 인텔이나 IBM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면서 적당한 성능에 전력 소모도 적은 A시리즈 프로세서에 만족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A 프로세서의 성능이 점점 더 괜찮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일례로 A12Z 프로세서가 장착된 최신 아이패드 프로의 성능은 같은 세대의 맥북 프로의 성능과 일치하거나 전성비면에서 오히려 더 나은 성능을 보일 때도 있다. 굳이 인텔의 뜨거운 CPU를 가져오지 않아도 직접 만들어도 '괜찮은 성능'의 CPU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올라 선 것이다.

애플 실리콘이 장착된 미래의 맥북프로는 같은 성능에 더 긴 배터리 지속 시간을 보여줄 수 있다. 최고의 성능을 원한다면, 배터리 용량을 좀 더 늘려주는 방법도 있다. 아침에 충전된 맥북을 들고 나가면 종일 충전할 필요 없이 10시간 이상 쓸 수 있는 노트북PC는 과거나 지금이나 늘 꿈꾸던 이상적인 조건이다.

애플은 그 이상적인 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니 애플 실리콘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소프트웨어 문제는 사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애플 실리콘이 출현하기 전인 현재의 로제타 2 에뮬레이터로도 웬만한 애플리케이션 동작에 큰 문제가 없다. 하드웨어가 충분히 빠르면 소프트웨어 툴은 예상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인텔과 MS가 지난 20년간 몸소 보여준 해결 방법이다.

A12Z 프로세서가 장착된 개발자전환키트(DTK)는 개발자를 위한 초기 애플 실리콘임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후한 편이다. 애플은 애플 실리콘 맥 출시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환을 신중하게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실리콘의 등장이 인텔과 컴퓨팅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2012년 MS는 ARM 기반 CPU를 장착한 첫 번째 서피스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MS가 시도한 최초의 탈 인텔 전략이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2019년 MS는 다시 도전했다. 개선된 ARM CPU를 장착한 서피스 프로 X를 출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윈도10과 윈도 생태계가 ARM 기반 위에서 동작하기엔 너무 무겁다.

반면, 애플은 ARM 기반 애플 실리콘에서 새로운 맥OS 빅서를 윈도10보다 훨씬 더 원활하게 작동시킨다. 심지어 MS는 애플 실리콘을 위한 오피스 등 각종 앱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스스로 (적어도 현재까지는) 실패한 프로젝트를 애플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MS도 탈 인텔 전략을 다시 한번 가열차게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사실을 애플이 증명한 꼴이다.

이는 MS뿐만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인텔에 의존하던 다른 수많은 컴퓨팅 시스템과 생태계가 인텔 없이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는 사실이 애플 실리콘의 진정한 가치라 볼 수 있다.

인텔 의존도를 줄이는 일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텔 x86과 ARM SoC 플랫폼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이 뭐지 않았다. 인텔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시대의 전환을 놓쳤다. 그리고 이제 AMD뿐만 아니라 ARM과도 싸워야 한다.

x86 시스템의 미세화 공정은 뒤처지고 앞으로 나아갈 여력은 부족하다. 어쩌면 인텔이 ARM SoC 개발에 뛰어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윈텔(윈도 인텔)의 전성기는 이제 저물어 간다.
 

장 루이 가세 (Jean-Louis Gassée)

장 루이 가세는 80년대 애플 전성기를 이끌었던 핵심 임원 중 한사람이었다. 매킨토시와 맥OS 개발을 이끌었으며, 탁월한 인사이트와 제품 개발 능력으로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추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90년대 애플을 떠난 후 BeOS를 개발했으며, 프리 모바일 시대를 이끈 팜(Palm)의 이사진이기도 했다. 1997년 애플 위기 당시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지 않았다면, 애플은 장 루이 가세가 CEO 자리에 올랐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일 그랬다면, 애플은 아주 매력적인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드는 제조사로 부활했겠지만, 지금처럼 2조달러 모바일 기업으로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재 장 루이 가세는 현업에서 은퇴, IT 칼럼니스트와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테크잇 뉴스레터를 전해드립니다!

오피니언 기반 테크 블로그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들을 이메일로 간편하게 받아 볼 수 있습니다.

About the author

5시35분
5시35분

테크 블로거 / 넷(Net)가 낚시꾼, 한물간 블로거, 단물 빠진 직장인

No more pages to load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 '테크잇'

독자 여러분들께서 좋은 의견이나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양식에 따라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