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보다 교사가 우대...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핀란드의 교육 혁신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새 책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는 국가 차원의 위기에 대응한 다양한 국가들 사례를 통해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분석한다. 개인과 국가 차원의 위기 대응에서 공통점이 상당히 있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저자는 위기에 대응한 첫 국가 사례로 핀란드를 언급한다. 지정학적으로 핀란드는 이래저래 피곤한 입장에 있다.

군사 강국인 러시아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이다 보니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기가 여러모로 쉽지 않았던 역사를 갖고 있다. 19세기 한때 러시아에 합병까지 됐었다. 20세기 들어서도 러시아를 이는 소련의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 그런데도 핀란드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 처럼 소련의 위성 국가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고 독자적인 민주 국가 시스템을 유지했다.

소련에 최대한 맞춰주고 필요할 경우 전쟁까지 벌이면서 얻어낸 결과였다. 저자에 따르면 핀란드는 소련을 상대로 우리를 건들면 물지만 우리를 건들지만 않으면 절대 너희들에게 위협이 될 행동은 하지 않으며, 도움이 되는 존재로 남아 있겠다는 신뢰를 줌으로서 국가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한 스토리가 꽤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몰랐던 사실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핀란드는 잘사는 나라로 분류된다. 삶의 조건을 보면 잘 사는 나라가 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경제 수준으로만 치면 잘사는 나라 중에서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지금도 인구가 60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는 인구가 9000만 명인 독일이나 3억3000만 명인 미국처럼 규모의 경제라는 이점을 앞으로도 누리기 힘들 것이다. 또 유럽과 북미 밖의 여러 국가처럼 저임금 노동자를 제공할 수 없어 낮은 생활 수준에 의존하는 경제권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세계 기준에 따르면 핀란드는 노동 인구도 적지만 한결같이 고임금을 기대하는 노동자이다. 따라서 핀란드는 가용할 수 있는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고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을 예부터 개발해야 했다.

교육의 힘이 꽤 컸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전 국민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핀란드의 교육 제도는 모두 잘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점에서 일부는 잘 가르치고 다수를 거의 방치하는 미국의 교육 제도와 완전히 다르다. 핀란드는 양질의 교육을 평등하게 제공하는 공립학교가 많고 사립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미국의 부자들에게는 놀랍겠지만 그 소수의 사립학교도 공립학교와 똑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기 때문에 학부형에게 수업료와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기부금을 요구할 수 없다.

교사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 교사는 사회적 지위가 낮아 대학 성적이 좋지 않은 졸업생이 주로 교사가 되지만  핀란드의 교사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졸업생이 교사가 되고 심지어 대학교수보다 사회적 지위는 물론 보수도 높다.

모든 교사가 석사나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가르치는 방법에서도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그 결과 핀란드 학생은 문해력과 수학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다. 핀란드는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 인력도 최대한 활용한다. 실제로 핀란드는 세계에서 뉴질랜드에 이어 여성에게 두번째로 투표권을 부여한 국가였고 내가 방문했을 때는 대통령이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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