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다

스타벅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출신으로 최근 '문과생, 데이터 과학자 되다'라는 책을 펴낸 차현나씨는 문과생 출신이다. 책은 문과 출신 데이터 과학자 관점에서 데이터 과학자라는 일에 대해 소개하고, 가이드를 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양한 과학자마다 다양한 과학자론 들이 있겠지만 저자는 데이터과학자란 3가지 영역, 즉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 상황에 맞게 통계를 적용할 수 있는 지식, 분석의 결과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인문학적 역량을 각각 일부라도 갖춰야 한다. 3가지 영역 중 어느 쪽 비중이 큰지는 데이터 과학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다.

제너럴리스트와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도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 하지만 제너럴리스트와 전문가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되면 스페셜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어릴 때 우리 집 책장에는 부모님이 사다 두신 내가 읽을 만한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 그중에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책이 있었다. 책을 읽은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여러 분야에 통달한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성이나 통섭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때이기도 했다.

스페셜리스트는 매우 전문적인 일을 하지만 그 분야의 일이 아니면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덜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도 같다. 예전엔 성냥을  만드는 일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덜 중요해진 것처럼 시대의 흐름이나 운의 영향도 어느정도는 있을 것이다. 시대 변화에 잘 적응하고 쓰임새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먼저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학문의 경계나 분야도 모호해지고 있다. 연결을 통해 빛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다.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는 중심축을 하나 세운 다음 제널러리스트로서 여러 분야를 두루 알고 차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전문가가 되는 길이다. 하나의 전문 분야를 가진 뒤 다를 분야를 만날 때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특히 그렇다. 책의 곳곳에서 기술, 통계, 인문 영역에서의 역량을 여러번 얘기했는데, 한 영역에서만 머무를 때는 좋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어렵다. 자신의 영역에서 정점에 이르러야 원리가 보이고 다른 영역에 적응하기가 쉬워진다.

한 분야를 깊이 판 스페셜리스트가 좋을까? 넓게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좋을까?

이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마케팅을 하면서 엑셀로 데이터를 잘 만지던 사람은 통계 원리를 파악하고 기술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내야 하는지 좀 더 수월하게 깨달을 수 있다. 특히 마케팅 결과물을 어떻게 만들어야 시장이 반응하는지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아이디어도 낼 수 있다.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대적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상태다. 다른 엔지니어의 손을 빌리지 않고 결과를 적용할 수 있다면 고용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줄 수 밖에 없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아이디어만 있다면 통계와 인문의 영역으로 가기 쉽다. 거듭 말하지만 이 세 영역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거의 만나본적이 없다.  다들 하나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다른 영역으로 나아간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어떤 특정 분야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으며, 이는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적인데서 비롯되는 일이기에 단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역량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장을 경험하는 것도 스페셜리스트가 되는데 도움이 된다. 커피 시장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휴대 전화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용되는지 사람들이 도서를 어떻게 사는지 알아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들을 위한 웹/앱을 만들 수 있다. 무엇이든 아는 것은 또 다른 영역에 도움이 된다. 쓸모 없는 경험이란 없으며 언젠가는 분석의 자양분이 된다.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박쥐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 경우 기술 회사가 아닌 일반 회사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다 보니 보통의 인문계 출신 분석가 보다는 기술을 좀 더 알고 데이터 엔지니어에 비해서는 인문학적 역량이 더 강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쥐의 고통도 얼마든지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 먼저 프로젝트의 허브,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 있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업계의 지식을 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모른다는 사실 혹은 단점은 빠르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필요한 촉을 곤두세우고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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