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모바일 흥망성쇠 뒷담화, SAP ERP 도입하려다 10억원 날리다

옐로모바일 산하 옐로트래블 대표를 지낸 최정우 님의 책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를 보면 벤처 연합을 표방했던 옐로모바일의 경영진은 벤처 연합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했다.

기업을 인수하고 그걸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투자를 받고 그걸 기반으로 다시 회사들을 인수하는 옐로모바일의 전략은 신규 투자 유치가 걸림돌에 직면하면서 먹혀들지 않은 방식이 됐다.

책을 보면 이상혁 대표를 포함해 옐로모바일 경영진은 원칙도 디테일도 없었다. 한마디로 주먹구구식이었다. 책만 보면 이런 회사가 어떻게 굴러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16년 옐로모바일을 출입하며 글을 썼었는데, 이 정도 까지 인 줄은 솔직히 몰랐다.

당시는 옐로모바일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재도약을 다짐하던 시기였다. 외형적 성장 보다는 수익을 우선순위로 두는 메시지들이 쏟아졌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책에선 옐로모바일 경영진의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는 장면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데, SAP ERP를 도입하려 했다가 돈만 날리고 도입하지 못한 사건도 사례도 중 하나로 거론됐다.

SAP는 전사 자원관리 시스템 ERP의 하나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대규모 기업에나 어울릴 법한 다소 무거운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SAP를 도입해서 얻는 효용보다 그걸 도입하기 위해 쓰는 비용이 더 클 것이다. 옐로모바일 최고 경영진은 SAP가 뭔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우리가 투자자에게 제때 실적 보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이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사업 지주사마다 달랐지만 특정 사업부의 경우 회계 인력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외부에 단순한 경리 업무마저 맡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내부 직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부에서 해야만 경영진이 의사 결정 시에 적절히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마저 외부에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SAP를 도입한다고?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수 합병 중심으로 짜여진 KPI를 없애고 사업부별로 인수한 회사들을 통합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었다.

이에 저자는 SAP ERP 도입을 반대했지만 경영진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경영 회의에서 나를 비롯한 각 사업지주사의 CFO들이 격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모든 의견이 묵살되었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았어요. 그러니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SAP ERP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얻는 게 없는 꼴이 됐다.

일단 다른 계열사부터 SAP를 도입하고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도입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물론 다른 계열사도 현재 상태에선 결코 SAP를 도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조만간 사라지게 될 것이다. SAP 도입 프로젝트는 아니나 다를까, 10억원에가까운 비용을 공중에 날리고 장렬히 전사했다. 다행히 옐로트래블이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본사 사정이 더 어려워진 만큼 우리 역시 고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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