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씨 소설에 비친 한국 석유 산업의 불편한 '진실'

조정래 씨 소설 천년의 질문은 진보적 시각에서 한국 경제를 소설의 형식에 담아 비판하는데, 읽다 보니 몰랐던 내용을 꽤 많이 접하게 된다.

3권에 있는 국내 석유 산업의 구조를 꼬집는 부분도 그중 하나다. 작가는 기자와 전직 공직자와의 대화 형식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외국의 석유 사업자들이나 국제적인 트레이더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정유 4사를 몬스터, 그로테스크하다고 합니다. 괴기하다고 표현해야지요. 정부가 그렇게 힘이 없느냐, 왜 정부가 정유사들의 엄청난 폭리를 보장해 주고 있느냐는 겁니다. 정유사들의 탈세와 각종 비리가 심각한데, 어떻게 한국과 같은 지식 수준이 갖추어진 나라에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못내 궁금해하고 또 이상스럽게 생각합니다.

기자는 국민들 입장에서 이런 정보에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묻는다.

예를 들어 국제 유가가 오를 때 한국에서 쓰는 국제 지표가 싱가포르 가격이지요? 그 싱가포르 가격 기준이라는 것이 무엇에 근거해서 누가 정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한 번도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전 공직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예 바로 그렇습니다. 싱가포르 가격에 근거해서 국내 기름 값을 올린다고 하면서 누가 정한 가격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맙니다. 그런데 그 싱가포르 석유 시장의 거래량은 전 세계 거래량의 4~5% 수준이고 그 가격 관리위원회에는 한국의 석유 4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 하루 거래량의 평균가를 공시하지도 않습니다.

아침이나 오후에 높게 올린 가격을 그날 그냥 가격으로 게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상에 이 모양이니 올릴 때는 재빠르게 올리고 내릴 때는 느릿느릿 내려도 그 가격 차를 알지 못합니다. 이 점에 대해 문제는 정부에 있습니다. 정부에 관련 기관이 있으니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이 글로벌 시대에 매일 모니터링하면 가격 실상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모른 체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름값은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를 응축시킨 것입니다. 첫째 4대 정유사만이 기름을 생산하고 파는 독과점 가격이고 이는 독과점 체제의 산물입니다. 시장 경제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렇게 100퍼센트 독점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진입 장벽이 너무나 철저해서 세계 제일의 석유 회사 스탠더드 오일마저도 한국에선 윤활유 영업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기술 혁신도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60년대에는 세계 메이저 기업들이 정제 과정의 특허를 무기로 값비싼 정제 기술을 수출했는데, 현재로선 보편화된 기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허 기간에 만료됐음에도 연속 특허를 걸어서 시장 지배를 계속하는데도 우리 석유사들은 아무 저항이 없습니다. 너무나 큰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오너 입장에서는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메이저 업체와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한국 석유 산업이 지불하는 특허료가 연간 4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 조차 7~8년전에 자체 개발해서 쓰고 있는 촉매제나 첨가제를 한국의 석유 기업들은 아직도 외국에서 비싸게 사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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