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정부와 실리콘밸리의 장점만 결합해 보려다 관 둔 이유

서비스 수준 측면에서 정부가 민간 기업, 특히 서비스로 출발한 기술 기업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폰에서 사용자 경험이 뛰어난 앱들을 쓰는 게 익숙해진 지금, 공공 웹사이트를 들어갈 때 마다 뭐가 뭔지 헷갈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정부 웹사이트를 테크 기업들에 맡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공공 서비스들의 사용성은 민간 서비스들에 한참 뒤져 있다.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정부라는 제도 자체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꽤 있다. 정부라는 시스템을 둘러싼 신뢰의 위기는 글로벌한 현상인 듯 하다. 미국에서도 실리콘밸리가 정부 역할을 더 많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제이월터톰슨에서 미래학자로 있는 루시 그린이 쓴 '실리콘제국' 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이 꽤 포함돼 있다.

실리콘밸리의 사회적 역할이 꾸준히 커가는 현상은 공권력의 진공상태에 의해서도 촉진된다. 제이월터톰슨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은 정부와 민주주의가 부실해졌다고 느낀다. 신뢰감이 사라진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밀레니얼들 사이에는 실리콘밸리가 정부의 역할을 더 많이 인계받아야 한다는 편파적인 열의도 등장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가 우리의 미래를 건설해준다는 신뢰감은 이제 사라졌다. P2P 리뷰와 저가 인터넷 서비스에 밀려난 기성 여행사들처럼 정부 역시 더 뛰어나고 더 효율적이며 더 기술에 능통한 기업들에 밀려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정부와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결합해 보자는 시도까지 진행됐다.

정부의 이미지 하락 문제를 인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전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 매건 스미스는 행정부와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결합한 캠페인을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 중에 착수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그 때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부의 과감한 약속을 모두 이행하는데 있어 실리콘밸리가 지난 한계점들을 확인했다. 2016년 피츠버그의 백악관 프런티어스 컨퍼런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존의 낙후된 시스템을 모두 날려버리려는 실리콘밸리의 오만을 꼬집었다. "정부는 실리콘밸리의 운영 방식으로는 절대 운영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의상으로 민주주의란 원래 뒤죽박죽이며 미국 역시 다양한 관심사와 다양한 이질적 견해가 병존하는 거대하고 다채로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리콘밸리가 지닌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기하면서 최근에 우리 시대에 등장한 자기 중심적 정신을-만족을 모르는 이기심과 소멸하는 공동체주의에 대해-청중들에게 상기 시켰다. 말하자면 실리콘밸리-셀카나 새벽 배송 같은-우리의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을 훌륭히 해낸다. 또한 서비스와 제품을 저렴하고 쉽게 일상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해준다.

호텔이나 택시도 모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구글 맵스는 무료다. 개인 정보와 온라인 활동이 타깃 광고를 위한 정보로 제공되면서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들은 책무성이 결여된 상태로 규모와 수익과 시장성의 원리로 적극 추구되었다. 책무성은 앱의 리뷰들에서만 자가 점검될 뿐이다. 이런 앱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실리콘제국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사회적인 견제의 대상이 된 실리콘밸리와 빅테크 기업들을 해부하는 책이다. 커질 때로 커져 버린 실리콘밸리와 빅테크들의 영향력을 비판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지금 타이밍에 읽기 좋은 책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공유할 만한 내용을 포스트로 몇 차례 더 담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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