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정찰기 조종사가 가민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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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평범한 자전거용 속도계(사이클링 컴퓨터)를 사려고 했다. 가민(Garmin)이 끝판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추천하는 제품이 대략 50만원 정도 한다. 이 가격이면 차라리 애플워치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애플워치를 뒤적거려 본다. 기본 가격은 50만원대지만 "좀 괜찮아 보인다" 싶은 모델은 100만원대, "이거 좋네"싶은 모델은 150만원에 가깝다.

갑자기 현타가 온다.

다시 가민으로 돌아와서 살펴보니 가민제 스마트워치도 있다. 곱상한 느낌의 애플워치와 달리 남자스런 물건이다. 기능도 아웃도어용으로 딱 최적화돼 있다. 가격은 싼 게 138만원이다.

GARMIN D2™ Charlie

'가민 D2 찰리'라는 모델이다. U-2 정찰기 조종사가 착용하는 모델이란다. 사제가 아닌 정식 군 보급품이다. 역시 천조국 답다. 138만원짜리 시계를 보급품으로 지급하니 말이다. 흥미가 생겨 뒤져보니 아예 미국 국방부와 콜라보한 모델인 모양이다. 2017년부터 미 공군에 납품하고 있다고.

반세기 넘도록 전 세계 하늘과 한반도 북쪽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U-2 고고도 정찰기 조종사가 착용하는 물건이라면 뭐 ... 신뢰성과 내구성만큼은 보장한다고 봐야겠지. 첨단 항공전자장비가 가득한 정찰기에 GPS 달린 손목시계가 굳이 필요할까 싶다. 그런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백업용으로 이만한 게 없다고 한다.

U-2 정찰기는 매우 정밀한 위치 측정이 가능한 군사용 GPS를 사용한다. 그러나 유사시 GPS 전파방해를 받으면 군사용 GPS로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가민 D2 찰리 스마트워치는 미국의 GPS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글로나스, 중국의 베이두 신호까지 포착한다. 항공기 공식 부품이 아닌 조종사 개인 소지품으로 상업용 레벨의 정밀성을 가지지만 비상시 현재 위치와 고도를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138만원이라는 비싼 가격도 군용 장비 도입가 기준으로는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라는 것. (중국산 GPS 수신칩을 쓰지 않고 가민에서 직접 만든 칩을 쓰기 때문에 비싸다는 얘기가 있다)

U-2 고고도 정찰기 조종석

미 공군이 인정한 가민 스마트워치는 해군도 채택했다. 2017년부터 미 해군 FA-18 호넷 조종사에 지급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항법장치가 고장 난 EA-18G 그라울러 조종사가 가민 스마트워치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기지로 무사히 귀환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살펴보니 그저 비싼 카시오 지쇼크 정도로만 보이던 가민 스마트워치가 확 달라 보인다.
그래서 가민 스마트워치를 골랐냐고?

그럴 리가 ...
결국 고른 건 5,000원짜리 다이소 자전거용 스마트폰 거치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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