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어릴 때부터 배운 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아닙니다

요즘 프로그래머들 중 다수는 남자들이다. 프로그래밍 관련 학과도 마찬가지. 남자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프로그래머라는 일은 본질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어울린다는 고정 관념이 여기저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테크 저널리스트 클라이브 톰슨의 책 <은밀한 설계자들>을 보면 프로그래밍의 역사는 여성들로부터 시작됐다. 1960년대까지는 프로그래밍은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1970년대 들어 분위기가 남성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프로그래밍에 대해 잘 모르면서 프로그래밍 학과에 입학한 여성들은 중간에 다른 학과로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 프로그래밍을 미리 알고 프로그래밍 학과에 들어온 학생들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고정관념도 퍼졌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저런 사례를 들어 프로그래밍을 일찍 배웠다고 해서 프로그래밍을 계속 잘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는 카네기맬런 대학교 사례를 예로 들었다.

1990년대 카네기맬런 대학교의 앨런 피셔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결심했다. 초보 신입생 중에는 프로그래밍 경험으로 자신만만한 동기생들중에 주눅 들어 떠날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피셔 교수와 다른 여러 교수들은 제인 마골리스가 밝혀낸 사실들을 토대로 이들의 열등감 악순환 구조를 깨기 위한 몇몇 변화를 시도했다.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로 교수들은 신입생들을 프로그래밍 경험에 따라 나누고 각각에게 적합한 수업을 개설했다. 즉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온 신입생을 대상으로는 원래 강의 계획에 따라 수업을 하였으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는 뒤처지지 않고 쫒아올 수 있도록 좀더 넉넉한 시간을 허락하며 약간 다른 수업을 했다. 

여기에 모든 학생에게 추가로 1:1 강의를 제공했는데, 이는 특별히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었던 초보 신입생들에게 유용했다. 피셔 교수는 초보 신입생들이 처음 2년만 떠나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프로그래밍 경험을 가지고 입학한 동기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프로그래밍이 실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신입생들이 프로그래밍을 실생활과 상관없는 끝없이 늘어선 알고리즘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교과목도 바꾸었다.

결과는 일찍 시작한 게 근본적인 경쟁 우위를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차는 교육의 방식으로 극복 가능했다.

교수들 또한 고정관념을 바꾸었다. 그들은 수년간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본질적으로 프로그래밍에 타고 났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해왓다. 그러나 이제 교수들은 그런 생각과 정책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즉 피셔  교수가 이야기했듯이 교수들은 자신들이 경험과 소질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초보 신입생 또한 기대를 가지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가르치면 경험있는 신입생 못지 않게 놀라운 재능을 빠르게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보 신입생을 받아들이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더니 초보 학생들이 학과에 들어왔고 교수들은 그들을 가르치는 일에 익숙해졌으며  그들이 뛰어난 프로그래머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10대 시절 베이직을 공부하며 수많은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혔을지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배우며 공부하는 속도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사전 학습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졸업 즈음해서는 경험자로 입학했던 학생과 초보자로 입학했던 학생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거의 차이가 없다. 프로그래밍 경험을 가지고 입학해 다른 학생들을 앞질러나갔던 학생들이 그 우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 생각했던 우리에게 이 결과는 완전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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