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온 개발자와 금성에서온 사용자, 영원한 동상이몽

개발자들 스스로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사용자 입장에서 써보려고 하면 영 거시기 할때가 있다. 쓰는 사람 입장에선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종종 묻고 싶어진다. 사용자와 개발자 사이에 쉽게 융합할 수 없는 어떤 간극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테크 저널리스트인 클라이브 톰슨이 개발자들의 세계에 대해 다룬 책 <은밀한설계자들>을 보니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의 동상이몽을 다룬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읽으면서 개발자와 사용자 간에는 쉽게 건너기 힘든 다리가 있다는 생각이 여러차례 들었다.

버그에 대해서도 개발자와 사용자 간 입장차가 느껴진다.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면 버그는 늘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사용자들은 프로그램의 다양한 기능을 프로그래머가 예상못한 방식으로 사용하며 여러 문제점을 찾아낸다. 프로그래머는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종종 사람들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멍청한 사용자가 멍청한 일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들은 개발자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걸 가슴으로도, 머리로도 납득할 수 없는 개발자들은 쌓여가는 스트레스 속에서 점점 예민해진다.

이를 위해 저자는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공동 제작자인 블레이크 로스와의 인터뷰 내용도 인용했다. 블레이크 로스에 따르면  프로그래머는 사용자의 예상 밖 행동을 자주 접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차 매사에 부정적이고 피해망상에 빠진 사람이 된다. 이런 변화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개할때마다 사용자들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일어난다.

저자는 개발자 입장에서 사용자를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보여주기 위해 블레이크 로스가 얘기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공유한다.

8세 먹은 아이가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한다.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컴퓨터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입력한다. 그러면 입력한 색에 따라 화면의 색이 바뀐다. 이제 가족들 앞에서 실력을 발휘할 때다. 그런데 조디 아줌마가 부른다.

"무언가 이상해. 'color.exe'가 망가졌다고 나오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아이가 화면을 확인해 보니 그녀는 2를 입력했다. 아줌마는 "나는 가장 좋아하는 색이 몇가지입니까?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어"라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지? 게다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1개보다 많다고? 어쨌든 좋아. 그럴수도 있지. 아줌마의 행동을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아이는 사람들이 숫자를 넣지 못하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한다. 아이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인터넷에 올렸다. 30초후 누군가 올린 버그 리포트를 받았다. 그는 '파리'를 입력했다.

이 문제 또한 프로그램을 수정해 해결할 수 있겠지만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싶었다. 아이는 사용자에게 다음과 같이 이메일을 보낸다. "당신은 왜 '파리'라고 입력했나요?"

그는 곧 답장을 보낸다. "파랑이라고 쓰려 했어요." 답장을 보는 순간 아이는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참 많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이상 세상을 옛날처럼 바라보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바뀌었지만 아이는 다행히 고등학교를 졸업해 회사에 들어가 좀더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가상거래 시스템 개발 업무를 맡았고 그 일은 점점더 중요해진다. 그러나 일이 더 중요해질 수록 주변의 적들은 더 교활하게 강력해진다. 적의 공격이 거듭될수록 공격 방법도 날로 새로워진다. 시간이 흘러 최첨단 회사의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었을 무렵, 아이는 모든 일에 초조해하며 편집망상에 빠진 어른이 된다.

개발자 입장에서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사람의 행동 자체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갈등에는 양면성이 있다.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일은 소프프트웨어 개발자의 몫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다. 사실 이 말도 맞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상상력이 부족한 것은 둘째치고 상상하려고도 하지 않는 개발자들이 무척 많다는 문제와 부딪친다. 그러나 사용자의 생각을 좀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개발자조차도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 기계는 예측이 되었지만 사람은 예측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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