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세계가 능력주의라고? 다양성 측면에선 허구다

개발자들을 보면 남자들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프로그래밍은 남자한테 어울리나 싶었고, 그러다 보니 개발자들은 남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당연한 듯 여겨졌다. 하지만 두 권의 책을 보고 이건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님을 알게 됐다. 백인 남성을 우선하는 차별이 만들어낸 장면에 가깝다.

블룸버그 테크놀로지와 블룸버그 스튜디오 1.0 앵커이자 총괄 제작자인 에밀리 창이 쓴 <브로토피아>를 봐도 그렇고, 최근에 읽은 클라이브 톰슨의 책 <은밀한설계자들>에서도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여성 비율은 적은 것은 비정상이다.

기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다양성 측면에서 현재 프로그래밍 세계는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페미니즘과 다양성은 실제로도 아픈 부분이다. 여성 참여 비율만 놓고 따진다면 소프트웨어 분야는 미국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수준 높은 산업분야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퇴보한 보기 드문 경우다. 1950년대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가운데 몇몇은 여성들이었다. 또한 최초의 컴파일러를 개발한 그레이스 호퍼나 프로그래밍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로그래밍 언어 스몰토크를 공동 개발한 아델 골드버그 등 뛰어난 업적을 이룬 여성 프로그래머들도 있었다. 1983년에는 컴퓨터 과학 전공자 가운데, 약 37.1%가 여성이었으나 2010년에는 절반도 채 되지 않은 17%까지 떨어졌다.

일부에선 프로그래밍이라는 직업은 남자들한테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일갈한다.

프로그래머 개인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이론적으로 생각해봐도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능력이다.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이라는 이런 착각은 생각보다 더 깊게 뿌리 박혀 있다. 죽기 살기로 달성해야 하는 각종 조건들도 가득한 분야에서 여성 혹은 소수 인종이 겪었을 일상의 미묘한 차별조차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젊은 백인 남성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프로그래밍을 좋아하지 않은 젊은 백인들조차도 특별한 악의 없이 진심으로 프로그래밍 분야는 능력주의라고 믿는다. 여성과 소수인종의 비율이 얼마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혹은 유전학적으로도 재능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수많은 증거가 있으며, 그중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선호하는 A/B 테스팅 방식을 사용해 얻은 연구 결과들도 있다. 어떤 기술 인력 소개 회사에서 이름이 적혀 있는 것과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 2종류의 이력서 5000장을 만들어 채용 담당자에게 보냈다. 이름이 없어 성별을 알수 없는 이력서의 경우 여성 지원자 54%가 면접제안을 받았다. 반대로 이름이 있어 성별을 알 수 있는 이력서의 경우 면접 제안을 받은 여성 지원자 비율은 5%로 뚝 떨어졌다.

나는 기술 회사에서 여성과 소수 인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묘한 비난부터 노골적인 괴롭힘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받은 다양한 차별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차별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다양성이 제한된다는 것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이자 동시에 앞으로 개선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양성 부족은 알게 모르게 세상에 많은 좋지 않은 영향을 몰고온다.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치르는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제품 설계 관점에서 보면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특정 소프트웨어가 본질적으로 같은 문화를 공유한 팀에 의해 제작된다면  MBA 1학년학생들이 배우듯 제품에 심각한 맹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소프트웨어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가장 영향력 있는 몇몇 소프트웨어들은 젊은 백인들이 주로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소프트웨어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미숙함은 트위터가 오늘날 욕설과 괴롭힘이 난무하는 SNS 서비스가 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트위터를 개발했던 젊은 프로그래머들은 인구학적으로 온라인에서 욕설을 경험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들은 개발 초기에 이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점이라 생각했는지, 어떤 직원은 회사에 자유이야기당의 자유이야기파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결국 그들은 괴롭힘 방지 장치를 거의 만들지 않았고 몇년후 트롤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트위터가 남을 괴롭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서비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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