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전략 산업 육성은 과연 필요한가?

트위러를 애용하는데, 가끔 정부 정책에 대해 경제학의 기본도 모르고 하는 일이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경제학이라는게 하나의 이론으로 된 영역이 아닌데도, 경제학의 권위를 독점하려는 이들이 가끔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경제학의 권위를 독점하려는 이들은 대부분 영미식 시장 경제 신봉자들이다. 이들은 주류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신들과는 생각이 다른 경제 정책이나 제안들에 비해 경제학적으로 보면 대단히 잘못됐다식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학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들의 주장이 불편하기는 해도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경제학을 바라보는 관점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니알 키시타니이가 쓴 <경제학의 모험>은 다양한 생각과 프레임들의 공존 속에 발전해왔던 경제학의 역사를 경제학을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저자는 영미식 경제학을 넘어 고대와 중세, 근현대를 모두 아우르며 경제학의 세계에서 의미 있는 획을 그은 인물들의 생각과 논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경제학에서 유명한 사람을 꼽는다면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메이너드 캐인즈 등이 굽힌다. 애덤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 손,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 우위 이론, 존 메이너드 캐인즈는 불황시 유효 수요 확대를 위한 정부의 역할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그냥 이름만 아는 사람 정도였는데, 책을 보니 정부 주도 유치 산업 육성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구체화시킨 인물 같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교수를 통해 정부 주도 산업 육성론을 많이 읽었는데, 그 역사는 리스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사람인 리스트는 처음에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다 생각을 바꾼 케이스다.

그는 자유무역 옹호론자로 출발했지만 1820년대 미국을 방문하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당시 미국인 다수가 영국 고전 경제학자의 자유무역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영국이란 낡은 사회에나 어울릴법한 경제학과는 달라야 했다. 미국 독립 선언서를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심지어 미국에서 리카도의 저작 출판을 금지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저자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무역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며 영국 경제학자와 판이하게 다른 내용을 제시했다. 해밀턴은, 특히 미국 경제 체제 구축을 주제로 한 글에서 정부가 미국 산업을 육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리카도의 자유 무역 이론은 미국에서도 그대로 들어맞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리스트식 유치 산업 육성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정치경제학의 국민적 체계에서 리스트는 해밀턴의 생각을 더 밀고 나가며 영국 경제학자와 선을 분명히 그었다. 오늘날 대다수 경제학자와 마찬가지로 스미스와  리카도는 나라간 자유 무역이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거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개인끼리 서로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이며 공교롭게도 국경이 그 사이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동네 채소 장수에게서 양파를 산다면 당신에게도 야채장수에게도 이익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외국 공급 업자에게 양파를 파는 것은 반대할까? 

리스트 주장에 따르면 나라 간 무역을 개인 간 거래와 똑같이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이다. 나라가 다르다는 사실은 그 구성원의 국적이 서로 다르다는 의미 이상을 내포한다. 각 나라에서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와 통치 방식이 존재한다. 나라마다 처한 단계도 다 다르다. 어떤 나라는 선진 산업 사회인 반면 어떤 나라는 여전히 농업 국가에 머물고 있다. 리스트가 살던 시대에 영국은 이미 도약하여 산업 혁명을 거쳐 경제적으로 미국과 프랑스와 독일을 앞지르고 있었다. 다른 나라가 영국처럼 성공할 기회를 잡고 싶다면 자유무역을 그대로 답습할까 아니라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리스트는 주장했다.

리스트가 생각하게 경제 성장은 농장이 아니라 제조업과 공장을 개반으로 경제 체제를 하나로 구축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갓 출범한 초기 산업은 어린아이와 같다. 어린아이라면 살뜰히 보살피고 돌보아야 한다. 아무도 어린아이에게 경쟁을 치러가며 직장을 갖고 돈을 벌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한창 자라는 동안에도 이런 압박으로부터 보호받는다. 그리고 시간을 주어 기량을 닦게 한다음, 언젠가 어른이 되어 홀로 세상과 마주하도록 한다. 리스트에 따르면 유치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면 육성해야 한다. 유치산업을 육성해야 경제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리스트는 이렇게 비유했다. 부모가 지금 공을 들여 아이가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다면 미래에 쓸모 있는 인재로 자라는 이치와 같다고.

정부가 유치 산업 육성에 나서는 것에 대한 반론은 여전하다.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핵심이다. 고로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대다수 경제학자는 스미스와 리카도를 옹호하며 유치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리스트의 주장에 의구심을 보낸다. 이들 경제학자가 보기에 보호 정책을 펴봤자 돌아오는 건 무능과 낭비 뿐이다. 기업 간 경쟁이 필요한 이유는 질 낮은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결국 퇴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 노동력과 건물을 다른 기업인이 인수해 더 좋은 상품을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다. 경제학자가 우려하는 점도 보호 정책을 펴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기업이 명맥을 이어가도록 도울 테니까. 20세기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외국 경쟁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많은 나라에서 무능하고 무익한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한국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60~70년대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결과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 주도 산업 정책이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훨씬 더 많이 퍼져 있다. 이제민 교수가 쓴 외환위기 이후의 한국경제를 벤처 정책을 중화학공업과 달리 정부 주도 육성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을 쏟아지고 있고, 이것의 효과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들 또한 여전하다. 정부 주도 육성이 필요하다, 필요 없다가 아니라 지금 현재 시점에서 바람직한 정부 주도 산업 육성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더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한 의견들을 좀 더 큐레이션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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