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원할 코볼(COBOL) 프로그래머 구합니다!

미국 뉴저지주 "코볼 개발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며칠전 4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정부가 긴급 구인 공지를 띄웠다. 주지사까지 나서서 주정부에게 닥친 재정 위기를 구원할 해결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그 해결사는 현재 기준으로는 꽤 생소한 코볼(COBOL) 프로그래머다. 

범용 비즈니스 지향 언어(COmmon Business-Oriented Language)라는 고색찬연한 이름의 약자인 코볼은 1959년 해군 장교(후에 해군 제독까지 올라갔다)이자 여성 프로그래머인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가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다.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원래 비개발자를 위한 회계용 언어로 출발했다. 재무 보고서 작성이나 급여 계산 소프트웨어에 코볼이 주로 쓰였다. 문법도 영어 문장과 비슷하고 수정이 쉬운 점이 특징이다. 은행과 군에서 일찍 전산화를 시작한 덕에 70~80년대까지 금융 부분에서 코볼은 전성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90년대까지 대학에서 코볼을 가르쳤다. (필자도 그때 배웠다 ... 쿨럭 -.,-)

미국 뉴저지주의 사정

미국 뉴저지주가 코볼 프로그래머를 찾는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급여 신청자가 수십배 폭증하면서 코볼 기반의 전산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확장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당연히 뉴저지주 전산 담당 부서는 이러한 특수 상황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80년대 도입한 IBM 메인프레임에서 컴파일된 COBOL 프로그램을 그대로 쓰고 있었던 것.

문제는 탄생한 지 60년이 넘는 이 언어를 이해하는 개발자가 2020년 현재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 배우는 이도 없다. 40세 이하 현역 개발자 중 코볼 코딩을 경험한 개발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019년 IEEE가 선정한 인기 프로그래밍 언어 52개 중 44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없는 언어다.

그러나 코볼로 작성된 프로그램은 아직도 금융/회계 분야에 드물게나마 쓰인다. 뉴저지주 실업급여 시스템처럼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2000년 밀레니엄 버그 무렵 기존의 낡은 코볼 기반 전산시스템의 다수가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된 바 있다. 그 후 코볼 프로그래머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뉴저지주는 그 당시 시스템 교체의 기회를 놓친 채 지금까지 흘러온 사례다.

"코볼 프로그래머 자원봉사자를 찾습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가 눈물로(?) 언론에 호소한 이유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아마 은퇴한 코볼 개발자가 결국 나서지 않을까 싶다.
분명 몇몇의 자원봉사자가 나타날 것이고 뉴저지주 실업급여 시스템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새롭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은둔 고수가 멸망 직전의 세상에 다시 나타나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은 우리에겐 꽤 익숙한 설정이 아닌가? 그 고수가 코볼 개발자가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


추가>
IBM이 결국 코볼 강좌를 열었다는 소식이다. IBM 메인프레임 유지보수의 일환으로 아직 코볼 프로그래밍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IBM 덕에 인류의 수명이 좀더 연장됐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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