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잡지가 사라져 가는 시대, 이코노미스트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바라튼 아난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콘텐츠의 미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좋은 콘텐츠라는 공식을 부정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연결성, 다시 말해 콘텐츠를 활용해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키워드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애플이 성공한 것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연결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정작 당사자인 애플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넘버원 전략이라 하는데도 저자는 2000년대 이후 애플을 벼랑 끝에서 구한 건 제품이 아니라 연결성이라고 받아친다. 애플이 황금시대를 구가할 수 있었던 건 아이폰이 아니라 앱스토어 때문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몇몇 지인들이 이 책을 언급한 것을 보고 읽게 됐는데, 솔직히 기대했던 만큼 내용이 와닿지 않은 느낌이다. 솔직히 한국에서 콘텐츠는 유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진부한 주장 아니던가. 그래도 연결성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귀담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만들고 나서가 아니라 만들기 전부터 연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콘텐츠 제작에 있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양한 기업들을 예로 들었는데, 영국의 경제 잡지 이노코미스트도 그중 하나다.

이코노미스트는 연결성을 강조하는 레퍼런스는 아닌것 같지만 온라인이 미디어 세상을 먹어 치는 시대, 종이 잡지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저자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를 상징하는 정체성은 관점이다. 다시 말해 팩트(사실)이 아니라 오피니언(의견)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뉴스 속보, 즉 최근 발생한 위기 상황이나 국제적 사건을 선점해 다룬 기사를 절대 볼 수 없다. 또한 정치판의 속내를 파헤치거나 몇 달에 걸친 탐사 보도처럼 이면에 담긴 진실을 다룬 기사도 볼 수 없다. 이런 식의 보도를 하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뉴스룸이 필요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막후의 인물을 밝혀내고 몇 개월 동안 뒷조사를 하는 등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취재 활동이 필수적이다. 막대한 에너지와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취재는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3분의 2가 런던 중심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매주 제공하는 것은 뉴스가 아니라 의견이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의견이다. 몇 년 전에 래시배스는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해석과 관점을 규칙적인 논조로 배달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CEO인 크리스 스팁스는 최근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주간마다 나오는 패키지나 마찬가지죠. 우리는 독자들이 신경 쓸 시간이 없는 일들에 대해 관점을 제공합니다. 독자들은 우리가 관점을 제공해주기를 기다리고요.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매우 제공하는 겁니다."

관점은 이코노미스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타임이나 뉴스위크도 많은 관점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이코노미스가 성공 사례로 꼽힌 이유는 뭘까? 답은 일관성이다.

"균형 잡힌 주장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 주장을 사실에 근거하도록 만드는 스타일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간 패키지에는 동질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자 개인의 관점이 아니라 이코노미스트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말합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나온 기사로 실험을 해보세요. 출처를 가리고 사람들에게 읽어보게 하는 겁니다. 아마도 우리 독자들은 그 기사가 이코노미스트 기사라는 것을 바로 알 겁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일관성을 구하는 거죠.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고품질 언론에서 가치를 찾는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논조의 일관성에도 그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말에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코노미스트 독자들은 단지 지혜나 개성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을 찾을 데는 많다. 이코노미스트를 읽는 독자들은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조리 있고 일관성 있는 시각을 제공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잡지가 제공하는 지속된 일관성은 그들만의 규범에서 생겨난다. 그 규범의 핵심에는 편집인들과 기자들이 한주의 사건들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월요일 아침 회의가 있다. 이들의 회의는 그 유명한 옥스퍼드 유니온 토론 소사이어티를 반영한 것으로 많은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이 이곳에서 이 방식으로 지적 능력을 키웠다.  그렇게 해서 이코노미스트는 독자에게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는 개인이 아닌 모든 사람의 집단적 의견을 결과물로 전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증거에 근거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월요일 토론에서 생겨난 주간 패키지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지속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그래서 팀 생산은 한명의 기자에게 기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기사 옆에 기자의 이름을 넣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익명성이 제공하는 혜택은 또 있다. 기자들이 특정 분야에만 고정되지 않고 영역을 옮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럼에도 독자들에게는 그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신참이나 선임 기자 모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도 오피니언 중심의 미디어에 관심이 있는데, 저자가 말대로 일관성이 승부처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양한 관점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어떤 이슈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독자들을 유혹하는데 유리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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