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은 점점 소매업체 보다 미디어에 가까워지고 있다

텔레스 S, 테이셰이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디커플링'은 기술 중심의 혁신론을 강하게 반박하는 책이다. 기술이 혁신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게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한느 메시지다.

그렇다면 핵심은? 기존 기업의 고객 가치 사슬에서 약한 고리를 깰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다양한 기업 사례들을 인용하는데, 베스트바이도 그중 하나다.

가전 제품 매장인 베스바이는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선 구경만 하고, 구매는 가격 비교를 통해 온라인에서 하는 쇼루밍에 타격을 입었다. 회사는 여러가지 방법을 대응했는데, 별반 효과가 없었다.

신임 CEO 허버트 졸리를 필두로 고위 임원들은 아마존의 공격을 막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먼저 고객들의 쇼루밍을 차단하려 했다. 베스트바이는 온라인 업체에서는 살 수없는 독자적인 제품을 제공하고자 했다. 베스트바이만의 공유 바코드를 도입했고 심지어 쇼핑객이 매장내에서 휴대전화로 아마존과 가격 비교를 하지 못하게 주파수를 교란하는 방법까지 고려했다.

이정도만 봐도 임원들이 얼마나 절박감에 쫒기고 있었는지 알수 있다. 결국 졸리는 아마존과 맞먹는 가격 인하, 또는 최저가 보장 제도를 단행하기로 결심했다. 졸리의 말에 따르면 가격은 테이블 스테이크이다. 가격 인하는 베스트바이의 이익은 물론이고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게 확실하다.

시행착오끝에 베스트바이가 꺼낸 든 카드는 아마존과의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었다.

궁극적으로 졸리를 비롯한 회사 임원들이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베스트바이가 쇼루밍을 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에 맞서는 방법이나 아마존과 정면 대결을 하는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어떻게든 쇼루밍을 하는 고객, 그리고 아마존과 공존하는 길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 관계를 만나 오프라인 매장내에 삼성전자 전용 공간 설치를 제안했다. 삼성과 계약을 체결한후, 베스트바이는 서둘러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했다. 일반적인 소매 업체에서 주요 제조사의 쇼룸, 즉 전시실 역할을 하는 비즈니스로 변신한 것이다.

투자를 최소화하고 복잡한 신기술을 도입하지도 않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뒤 베스트바이의 수익률은 급상승했다. 2019년 기준, 베스트바이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이른바 입점 수수료에서 나왔다. 주요 제조사들이 경쟁사와 떨어진 가장 좋은 매장 자리에 자사 브랜드가 돋보이도록 제품을 전시할 기회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라이언에어도 흥미로운 사례로 거론됐다. 라이언에어의 혁신은 저가 항공사에서 하늘위 소매점으로의 변신이었다.

1980년대 항공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려움을 겪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저가 항공을 승부수로 띄웠다.

라이언에어는 항공기 좌석을 팔고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돈을 벌지않았다. 부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렸다. 항공사는 승객이 표를 예약하는 순간부터 피하거나 거부하기 힘든 추가 서비스를 제공했다. 항공권 구매 시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 지급 수수료를 , 탑승 수속시에는 공항 이용료를 청구했고 짐을 부치거나 우선 탑승 같은 호화를 누리길 원하는 승객에게도 당연히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라이언에어는 공항 주차, 공항 라운지, 버스 및 기차 티켓, 렌터카, 호텔예약, 테마파크 티켓, 투어 및 여려 활동에 관련해서도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여행사 업무까지 맡아했다. 금융 서비스도 제공했다.  외화를 환전해주고, 주택 보험은 물론 심지어 생명보험도 팔았다. 탑승후에는 승객들에게 스트리밍 영화, TV프로그램을 시청하게끔 유도하거나 온라인 빙고 게임을 하고 극정, 콘서트 및 스포츠 해사 입장권을 구입하도록 권했다. 시계, 블루투스 이어폰, 라이터 등의 제품도 판매했다.

이들 사례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소비자 시장에 대해 중요하면서도 반직관적인 진실이 존재함을 환기시킨다. 많은 기업들은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 그 뒤를 받쳐주는 첨단 기술이 시장 점유율을 결정하다고 추정한다.

디지털 시대의 시장에 파괴적인 혼란을 일으키고 싶다면 누구도 소유하거나 사용한적 없는 최신 기술을 손에 넣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독점 기술에 대한 특허 확보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하지만 기술은 흔히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

슈퍼마켓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만드는 혁신 사례들이 많다.

이글을 쓰고 있는 현재, 월마트를 제외하고 미국 내 슈퍼마켓 체인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매장 위치에 따라 제품 진용을 달리 책정해 광고비를 받는 입점 수수료다. 상품 판매에서 나오는 이윤은 수입원 중 네번째에 불과하다. 그러니 다음에 슈퍼마켓에 갈일이 있거든 너무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슈퍼마켓은 그저 식료품을 들여와 중간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업체가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끌고 그런 관심을 판다는 측면에서 보면 소매 업체보다는 미디어 회사에 가깝다.

코스트코도 처음에는 제품 판매에 따른 중간 이윤에서 수익 대부분이 발생했지만 점차 양상이 바뀌었다. 코스트코가 발표한 2016년 총이익 23억5000만달러 중 회원에게 부과한 회비에서 발생한 이익이 몇퍼센트나 차지했을지 추측해 보라. 50퍼센트? 80퍼센트? 아니면 100퍼센트? 자그마치 112퍼센트다. 코스트코는 전통적인 슈퍼마켓 소매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손실을 입었지만 연회비를 통해 손실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벌었다. 코스트코는 식료품 소매 부문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룬 놀라운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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