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에게 넷플릭스는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책 '콘텐츠의 미래'에는 세간의 인식에 반하는 논리가 몇 개 등장하는데, 통신 인프라 서비스 시장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통하는 '덤파이프'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케이블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이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넷플릭스 따라 하려 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린다.

이를 위해 저자는  샌퍼드 번스타인의 크레이드 모펏 애널리스트를 인용한다. 그가 20년넘게 케이블 사업을 지켜봐왔다는 점과, 지난 10여년간 아홉번이나 월스트리트 최고 분석가로 선정됐음을 내세우며 덤파이프를 둘렀나 회의론에 반격을 가한다.

온갖 차트와 숫자, 감히 대응하기 힘든 전문 용어를 사용한 상황 설정 등을 보여주면서 모펏은 덤 파이프가 그리 나쁜 시나리오가 아닌 이유를 설명한다. 모펏이 잠시 장신이 나갔던 것일까? 케이블 사업자들이 수익의 60%를 날릴 판인데,  어떻게 상황을 개선하고 이익을 올릴수 있단 말인가?

모펏이 주장하는 요점은 간단하다. 그의 주장은 다음의 세 가지 사실을 전제로 한다.

첫째, 브로드밴드가 대세인 상황에서 케이블 사업자의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 또한 줄어들 것이다. 케이블 방송은 콘텐츠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많았고 이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브로드밴드 수익에서는 콘텐츠 구입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거의 없다.

둘째 케이블 방송은 설비 투자비가 훨씬 적게 들어간다.

셋째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케이블 사업자는 여전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므로, 브로드밴드의 가격을 인상할 여유가 있다. 그리고 수요에 따라 가격 조정도 가능하다. 인터넷 소비가 많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면 수익을 훨씬 더 올라갈 것이었다.

더 낮아진 콘텐츠 구입 비용, 더 저렴한 설비 투자, 잠재된 가격 인상과 가격 차별화 가능성, 이렇게 세 가지 주장을 내세우며 모펏은 대단히 반 직관적이며 일반적인 생각에 완전히 반하는 결론을 내렸다. 덤 파이프 시나리오가 현재 사업 시나리오보다 실질적으로 더 낫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콘텐츠 제공자는 자신의 사업을 좁은 범위로, 즉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스스로를 규정해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전송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기업의 미래에 걸려 있다고 믿으면 안된다. 이는 훨씬 더 심각하고도 사악한 콘텐츠 함정에 빠지는 길이다. 이런 문제는 일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멍청한 파이프와 부가가치 서비스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어떠한가.

모펏의 발언도 인용한다.

지난 10년간 케이블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케이블 사업자는 콘텐츠를 파는 기업이 아닙니다.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죠. 그렇게 바라보면 온라인 미디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케이블 방송이 죽는 건 아니라는 말이 쉽게 이해될 겁니다. 이렇게 설명해볼게요. 현재 우리는 석유나 가스로 움직이는 차에서 전기차로 놀라운 변신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도로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건 정말 불합리한 추론인 거죠.

저자의 주장이 한국 시장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한국도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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