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의 비밀 키워드, 왜 '디커플링'을 주목하는가?

탈레스 S. 테이셰이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디커플링은 기존 기업이 장악한 어느 시장에 신생 업체가 들어와 시장의 판을 흔들까지의 과정을 디커플링이라는 말로 요약한다. 하버드대 동료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신생 회사에 의한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배경을 혁신 기업의 딜레마라는 말로 정리했는데, 테이셰이라는 지금 타임잉은 디커플링의 관점으로 파괴적 변신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디커플링은 기존 기업이 제공하는 고객 가치 사슬(CVC)에서 느슨한 부분을 신생 기업에 집중 공략해 고객을 이탈시키고, 이걸 기반으로 기존 CVC 자체를 위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존 CVC에서 일부를 끊어내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디커플링이다.

전통적으로 이미 성공해서 자리를 잡은 기업들은 고객의 가치 사슬에 포함된 여러 단계에 걸쳐 가치를 제공한다. 하지만 가치 사실은 CVC의 모든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절대 동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TV광고가 아무리 멋져도 내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 만큼 좋지는 않다. 게다가 사람들은 각 단계마다 부여하는 가치의 크게 다를 수 있다. 집에서 요리해서 먹을 때 어떤 이들은 조리법을 선택하는 기회에 가치를 부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재료를 선택하거나 음식을 준비할 기회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집에서 요리한 식사를 먹는다.  그 자체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고객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려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커플링은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 물품을 판매하는 B2B기업에서도 가치사슬의 분리가 일어날 수 있다.

판매와 고객 관리를 위주로하는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닷컴을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의 주요 상품은 영업 자동화 도구다. 다시 말해 중견 기업 및 대기업의 영업사원들이 잠재 고객을 접촉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이들에게 데이터, 분석 정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판매된다. 이는 세일즈포스의 서버안에서 따로 백엔드 솔루션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운영된다는 뜻이다. 세일즈포스의 고객들이 보는 것은 고객 인터페이스 또는 프론트엔드이다.

전통적인 경쟁에서는 경쟁자가 성공한 기존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를 대체하려 하지만 신생 기업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객에게 약간의 가치만 제공해도 그들을 훔쳐올 수 있는데 왜 모든 부분을 대체하려 하겠는가? 게다가 기존 기업을 완전히 대체하는데 드는 비용이 신생기업에게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매장, 판매원, 생산 시설을 비롯해 여러 자산에 투자하려면 수십억달러가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업종은 달라도 신생 업체가 판을 뒤흔드는 과정은 대부분 디커플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디커플링이라는 개념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실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베스트파이, 세포라 일렉트로닉 아츠는 분명 다른 업계에 속해 있으며 이들에게 도전장을 신생 기업이 사용한 무기도 서로 달라 보였다. 그렇지만 각 업계에 불아닥친 디스럽션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과정, 즉 디커플링을 거쳤다. 신생 벤처 기업은 기존의 성공 기업이 온전히 관리하던 고객의 가치 사슬 중 일부를 분리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따라서 디스럽션은 각 업계 기업들이 마주하는 특수한 상황도, 서로 아무 연관도 없는 사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

일련의 사례들을 살펴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파괴자들은 CVC의 단계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일부를 깨트린 후 그 다음에는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하나 또는 몇개의 단계를 훔쳐가는 방식으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비교 쇼핑을 활성화하기위해 오프라인 매장 쇼핑객이 검색, 바코드 스캔, 사진 촬영을 통해 아마존 가격과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아마존 고객은 선택과 구매 활동을 잇는 연결고리를 손쉽게 깨트릴 수 있었다. 제품 선택 단계는 베스트바이로, 제품 구매 단계는 아마존으로 분리된 것이다.

디커플링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고객과 비즈니스 모델이다. 혁신이 기술이 아니라 달라진 고객이 만들어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만큼 저자는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최고의 역량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전통적 전략적 프레임워크는 기업 중심적이다. 경쟁자와 비교하면서 자기 회사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데 디지털 디스럽션이라는 새로운 물결은 고객이 주도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틀과 도구를 갖출 필요가 있다.

고객 관점에서 시장을 보게 되면 그때부터 디지털 디스럽션이라는 해일의 전체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소매 판매, 전기통신, 엔터테인먼트, 소비재, 공업, 서비스, 운수업 등을 모두 관통하는 새로운 흐름이 보인다.  업계의 전통 기업들은 그동안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행하는 소비 활동을 모두 또는 대부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들 기존 회사는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얻기 위해 거치는 모든 절차를 한덩어리로 묶어 하나의 사슬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신생 기업들은 이 사슬을 끊어내어 고객에게 하나 또는 일부 활동만을 충족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나머지 활동은 기존 기업이 충족하게 한다

학자와 경영인, 컨설턴트들은 판에 팍힌 듯, 소매업, 교통, 의료를 비롯해 소비재와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에서 발생하는 파괴의 주요 원인으로 그리고 파괴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기술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가 20여개 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로는 카메라 업계 변화가 보여주듯, 기술이 아닌 고객이 시장 파고의 주범이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 행동도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 따라서 파괴의 진짜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달라진 고객들이다.  사실 신기술은 언제나 등장한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기술이다. 어떤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면 그것은 고객들이 사용하겠다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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