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좋은 건 스타트업에겐 위험한 아이디어다

스타트업 창업과 관련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지장, 덕장, 용장이 답하쳐도 운장 하나를 이길 수 없다는것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비슷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운과 함께 창업에서 중요한 것으로 통하는 것이 바로 '존버'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있다면 언젠가는 때를 만나 고생 끝에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운이나 불굴의 의지 모두 창업을 해서 자리를 잡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상징한다. 

열에 아홉이 실패하는게 창업이다 보니 창업가들은 이럴때는 이렇게 저럴때는 저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들을 '편하게 앉아 훈수만 둔다', '직접 해보고 나서 얘기하라'며 불편하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이들에게 창업은 운이나 불굴의 의지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하는 이가 있으니, 최근 출간된 창업의과학 저자 다도코로 마사유키다.

스타트업 창업 컨설턴트인 저자는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처럼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 만들기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은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을 과학이라고 믿는다. 헛발질을 하는 확률을 낮출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제목을 창업의 과학이라고 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창업자가 유념해야할 다양한 체크포인트와 참고할만 사례를 공유한다. 흥미로운 메시지들을 따로 뽑아내 틈틈히 공유해볼 생각이다.

이번애 소개할 내용은 어떤 아이디어가 스타트업이 도전할만 한가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는 모두가 좋다는 아이디어는 스타트업이 해서는 안되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아이디어가 오히려 해볼만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100명 중 100모두가 좋다고 하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누가 봐도 좋은 아이디어는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아이디어다.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때 대부분 좋다고 맞장구쳐줄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 해매서는 안된다. 사실 세상은 아무도 손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스타트업이 바꿔왔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문제를 타깃으로 했을 때는 이미 문제를 인식한 사람이 있고 적절한 대안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이미 존재가 드러난 시장은 다른 기업이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가진 일반 기업이 경쟁자라면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싸움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가격 경쟁력 또한 밀린다. 고객을 서로 뺏고 빼앗다 보면 가격경쟁에 빠지지 쉬운데, 그렇게되면 영업력이나 자금력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고, 고객 생애 가치(LTV)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시장 점유율을 두고 소모전이 시작되면 자원이 많은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스타트업은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당신이 아이디어에 대해 말했을 때 상대방이 곤란해하며 대답하기 망설이는 아이디어, 즉, 아직 세상에 미해결인채로 남아 있는 심각한 문제에 집중하는게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누가봐도 좋은 아이디어가 스타트업에겐 리스크일 가능성이 높은 까닭은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의사 결정 방법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대기업이 신규 사업을 시작할때는 이사회에서 거의 모든 임원이 찬성하지 않으면 승인나지 않는다. 사업 진행 여부를 판단할 때 임원의 문제의 질이 아니라 그 사업이 일으킬 매출과 이익의 전망, 기존 핵심 사업과의 개연성이나 경쟁 여부에 신경쓴다. 신규 사업 담당자는 사내에서 임원과 마주칠 때마다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받는다. "3년 이내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 사업과 경쟁해서는 안된다네." 대기업은 확실하게 돈벌이가 되는 아이디어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발빠르게 투자한 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크리스 딕슨은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강연할 당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오래가는 보조배터리 개발은 누가 봐도 우수한 아이디어다. 그러므로 우수한 스타트업을 위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저자는 스타트업이 도전해 볼만한 다양한 아이디어 사례를 제시하는데, 우주 쓰레기 회수를 청사진으로 내건 애스트로스케일도 그중 하나.

오카다 미쓰노부가 설립한 스타트업 애스트로스케일의 미션은 우주 쓰레기 회수다. 누군가에게 이런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말하면 십중팔구 그런 시장이 있어? 어떻게 돈을 벌어?라고 대답할만한 아이디어다.  오카다 미쓰노부는 아이디어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상태를 시장이 정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받아들였고 그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에스트로스케일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심각한 문제다. 지구 주변에는 로켓이나 인공위성의 잔해가 너무 많아 로켓을 발사할 때 방해가 될 정도다. 이대로 가면 2100년 무렵 지구는 많은 쓰레기로 둘러싸이고 인류는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진다. 우주 개발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기발하면서도 숨겨진 매력이 있는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창피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창피한 단계란 문제를 언어화해서 설명할 체계를 아직 구축하기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곤란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그 문제를 눈여겨 보는 기업은 아직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아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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