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떤 이유로 '현금 없는 사회'를 가속화시키는가

독일 저널리스트인 노르베트르 헤링이 쓴 책 21세기 화폐전쟁은 현금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각국 정부의 행보는 수익성을 노리는 거대 금융회사와 테크 기업들, 그리고 감시 체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국가의 합작품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금융 포용이라는 말도, 현금을 사용을 점점 어렵게 만들어 디지털 거래를 활성화시킴으로서 기업들은 수익을 늘리고, 정부는 감시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금용에 대한 접근성 강화가 고단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금용 포용은 금융 프라이버시가 사라진 것의 다른 말일 수도 있다.

금융포용, ID에 대한 권리와 디지털 격차의 극복이라는 위장 개념의 배후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마스터카드와 비자, 페이팔, 마이크로소프트, 보다폰 같은 기업의 상업적 야심이 숨어 있다. 비공식적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다국적 위원회는 세계적인 반 현금 캠페인에 관여하면서 이러한 틀안에서 은행 감독 기구와 규제 및 보안 당국과 공동으로 금융 업무를 위한 기준을 개발한다.

이 기준은 독일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국민 대표나 개인정보보호 기관에 어떤 통보도 없이 법제화될 것이다. 기준 제정 기구는  가능하면 이 기준을 현금에 적대적이고 감시에 친화적인 형태로 만들 의무를 부과했다. 독일 연방 은행과 각 정부의 대표들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변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초국가적 기구 중 하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다. 올해 암호화폐 거래를 포함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많이 언급된 FATF에 대해 저자는 꽤 비판적이다.

FATF는 총체적 금융 감시 체제를 가동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싸운다. FATF가 회원국과 나머지 국가를 상대로 책임지고 관철시키려는 중요한 금융 업무 40개 항목에는 금융권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한 적극적인 형사 소추가 포함된다. 따라서 독일의 모든 계정 거래를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저인망식으로 감시한다. 은행은 모든 계정거래에 검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수상한 양식을 발견하면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그밖에 재산 압류도 과거 유죄 판결 여부에 관계 없이 가능한 간단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재산을 정당하게 취득한데 대한 입증 책임은 거꾸로 그것을 압류당하는 사람에게 있다. 이런 계획을 관철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금을 휴대한 상태로 국경을 오갈 경우 이미 이런 방향으로 재재를 받는다. 금융 조사관의 대담한 꿈을 FATF를 통해 현실이 된다. 이때 물론 경찰의 바람은 국내의 정보보호법과 충돌할 수도 있다.

FATF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EU 경계 지역 세관에 대한 EU 위원회의 현금 취급 규정으로도알수 있다. 이 규정은 2017년 11월에 EU 의회의 담당 위원회를 통과했다. 찬성한 두 위원회 중 하나의 명칭은 묘하게도 시민의 자유다. 앞으로 이 경계선에서 현금과 금이 적발될때는 조금만 수상해도 최장 30일간 압류가 가능하다. 이 원칙은 추정액이 신고 기준은 1만 유로 미만일 때도 적용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 해도 정당한 출처를 제시할 의무와 입증 책임은 현금을 소지한 사람에게 있다.

현금이 돈세탁과 테러에 근본적이 문제라는 FATF의 관점에 대해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음까지 날린다.

돈세탁과 테러 근절에 현금이 핵심 문제라는 FATF의 기본 전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도이치은행의 금융범죄대책반장의 언급에서도 알 수 있다. 금융권의 디지털화와 새로운 결제 방식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범죄자는 범행에 새 기술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위 전문가의 생각은 혁신적인 결제 방식을 수반하는 현금 억제는 돈세탁에 따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JP모건 은행을 상대로 한 나이지리아 정부의 소송 또한 돈세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현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나이지리아는 JP모건을 상대로 이자를 포함해 8억7500만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JP모건이 고의로 그돈을 부패한 전직 장관의 계좌로 이체했다는 것이다. 

해당 석유 장관은 자신이 은밀하게 통제하는 회사에 석유채굴권을 주선해주고 그것을 10억달러 이상에 팔았다고 한다.  이 은행은 그 정치인의 돈세탁 전과를 알고 있엇고 그가 몰래 수주 회사를 통제했다는 것ㅇ르 인정했다. 다만 그들의 변론 요지는 영국의 최고위 돈세탁 담당 관청인 소카에 여러 차례 자금 이체를 신고했고, 소카는 한번도 신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 이익과 관련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국가가 승인한 10억달러에 이르는 돈세탁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무고한 나이지리아 국민들이 현금을 끊고 사소한 범죄로 고초를 겪어야 하는 실정이다.

저자는 FATF가 사실상 미국이 들었다 놨다 하는 조직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선진국 국민에게 해당되는 현금 억제 관련 금융은 대개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성된다. 즉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는 회원국이 대개 미국이 앞장선 가운데, FATF에 적절한 돈세탁 근절 기준을 마련하도록 자극하는 식이다. FATF는 이런 의도에 부응해 역으로 G20 정부에 제안한다. 그러면 각국 정부는 관련 결의안을 가결시키코 이를 통해 자국 의회에 비공식적이지만 아주 효과적인 방법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조금 실랄하게 표현한다면 FATF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추로서 미국이 IMF와 세계 은행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세계 금융 문제에 관여하게 해주는 도구다. FATF의 결정은 총회의 합의로 이루어진다. 코펜하겐 경영대학원의 엘레니 창고는 이같은 세계적 협치의 클럽 모델이 작용하는 방식을 자체 선출한 공동체의 주도국이 힘을 행사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한다고 기술한다. 미국에 반대하는 합의가 노출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런 조건에서는 미국의 주도권을 거부하는 것 또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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