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안락사 캡슐' 발명가, 그는 왜 이런 기계를 만들었나?

국내에서도 지난 2018년 2월부터 사실상 존엄사를 허용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편안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존엄사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를 거쳐 더 이상의 연명 치료를 받지 않고 사람으로서 존엄함을 유지하며 죽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종 직전의 환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약물 투입 등을 통해 고통을 줄이고 인위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안락사라고 부른다. 호주의 의사 필립 니슈키(Philip Nitschke)가 발명한 안락사 캡슐 사르코(Sarco)는 고통 없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도와주는 기계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사르코에 들어가 누운 뒤, 작동 버튼을 누르면 캡슐 안에 질소가 가득 찬다. 저산소증으로 고통 없이 마치 잠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필립 니슈키는 왜 이런 '논란 덩어리' 기계를 만들었을까? 

 
이코노미스트의 1843매거진에서 안락사 캡슐 발명가 필립 니슈키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올해 72세인 필립 니슈키는 물리학도 출신의 의사다. 1989년 시드니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의 길을 걸었다. 의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임종을 지켜본 필립 니슈키는 1996년 호주에서 안락사 허용법이 통과되자 '구출기계(Deliverance Machine)'라는 이름의 기계를 만들었다. 마취제 주사 장치와 노트북 컴퓨터를 결합한 안락사 기계다. 그는 이 기계로 4명의 환자를 안락사시켰다.

구출기계 이후 2017년 니슈키는 질소 주입을 이용한 안락사 캡슐 '사르코(Sarco)'를 만들었다. 사르코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이 가능하다는 것이 니슈키의 주장이다.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된 스위스에서 사르코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니슈키는 "의사의 손을 빌어 삶을 끝낼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삶을 이어나가는 것도 중단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과 결정이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비판도 만만치 않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와 자살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게다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인 의사가 죽음을 유도하는 기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죽음은 잔인하고 슬프며 어둡고 비탄스럽다. 종말과 실패를 상징한다. 그런 죽음을 우아하고 평화로우며 성공적인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안락사 캡슐 사르코다. 이런 기계가 대중화되는 세상이 온다면 그 세상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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