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터치스크린 ... "이게 최선입니까?"

얼마 전 가족 중 한 분이 새 차를 뽑았다. 평생 세단만 타고 다니신 분이 이번에는 중형 SUV로 바꾼 것. 요즘 가성비 끝판왕 SUV로 불리는 R사의 Q모델이다. 출고 후 가족 여행을 떠나면서 차를 2시간 남짓 몰아봤다. 운전석에 앉으니 가운데 센터 콘솔의 8.7인치 대형 LCD 터치스크린이 눈에 확 들어온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공조 장치, 오디오 등 차량의 자잘한 기능을 모두 통합한 터치스크린이다. 

이게 보기에는 멋있는데 조작은 영 불편하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첨단(?) 센터콘솔
뭐 하나라도 바꾸려면 여러번 터치스크린에 손을 대야 한다.

운전 중 히터가 뜨거워 송풍 강도를 줄이려고 터치스크린을 쳐다보니 송풍기 아이콘이 화면 아래 작게 보였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얼른 터치하니 아무런 반응이 없다. 화면을 슬쩍 보니 공조기 조절 화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송풍기 조절기의 마이너스 버튼을 터치하니 바람이 조금 적게 나온다. 두 번 더 터치하니 원하는 만큼이다. 다시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또 별다른 반응이 없다. 돌아가기 버튼을 터치하고서야 맨 처음 상태로 돌아왔다. 내 차 같으면 1초도 안 걸리는 시간 동안 공조기 다이얼 한 번 돌려주면 그만인데 말이다.
조수석에 앉은 차 주인이 한마디 하신다.

"이 차는 출발 전에 필요한 세팅을 해놓아야 해. 운전 중 조작이 힘들어"

이런 경험이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자동차가 기계에서 전자기기로 변모하면서 터치스크린 적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테슬라 모델3 시판이 시작되면서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특히 단차 등 마감 부실로 인한 불평과 잔고장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한 사용자가 주행 중 센터 스크린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해 곤란을 겪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테슬라 모델3의 15인치 디스플레이 스크린

모델3의 15인치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자동차의 유일한 정보 시현기다. 기본적인 차량의 속도, RPM, 경고등은 물론 내비와 공조기, 오디오 기능이 모두 통합되어 있다.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꺼진다는 것이 운전자가 주행 중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아주 극단적인 상황과 마주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미 해군이 최신 함정에 도입한 터치스크린 조작 장치를 다시 예전의 아날로그 형식의 조작 장치로 바꾼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첨단 장치가 오히려 조작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직관성을 떨어뜨려 함정 운항에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는 교훈이다. 적과 전투라는 극한의 상황을 상정해야 하는 군함이라면 급격한 UI의 변경이 충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은 보기에 멋있고 각종 기능을 한 군데서 통합할 수 있기에 여러모로 매력적인 인터페이스이다. 조작 중 스크린에 집중해야 하는 터치스크린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는 최적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일 수 있다. 그러나 눈은 전방주시를 해야 하고 손으로만 무언가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은 자동차 주행 환경에서는 영 미덥지 못한 인터페이스라는 생각이다.

첨단 장치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전과 운전자에 대한 인간공학적 배려가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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