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의 창시자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웹이 아니라 P2P 웹을 원했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웹서비스 방식은 대세로 통하지만, 사실 웹을 만든 팀 버너스리는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방식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그에게 진정한 웹은 P2P였다.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C)  운동을 이끄는 로렌스 레식 스탠포드대 교수의 책 '아이디어의 미래'에에 따르면 서버와 클라이언트로 이뤄지는 웹 구조는 팀 버너스리가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P2P 네트워크는 콘텐츠가 단일 중앙 서버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자격이 동등한 기계에 의해 제공되는 네트워크다. 공식적으로 P2P는 인터넷의 말단에 위치한 기억 장치, CPU 사이클, 콘텐츠, 사용자 등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내가 앞서 설명한 의미로 풀자면 P2P는 컴퓨터가 원래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구조를 가리킨다. 컴퓨터가 연결되는 중앙 서버가 없고, 각 컴퓨터 사이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해주는 E2E 프로토콜들만 있는것을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상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이 구조의 성격이 바뀌었다. 월드와이드웹이 더욱 인기를 얻자 웹서버가 위력을 떨치게 됐다. 서버가 많아지면서 인터넷의 동등한 P2P 구조가 클라이언트/서버라는 위계 질서가 있는 구조로 대체됐다.

그것은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팀 버너스 리가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했을 때 그는 중앙의 웹서버가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뿌려주는 방식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웹브라우저 개발 업체에 쌍방향 방식을 고집했다. HTML 코드의 열람과 작성 둘다가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버너스리는 P2P 웹을 원했다. 그의 기술이 그런 기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막상 출시된 웹브라우저 1세대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AOL 같은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네트워크의 단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쇼핑몰들의 고객처럼 취급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의 단말을 상거래에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 상거래를 가능케 하는 구조에는 참여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저자는 여전히 P2P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컴퓨터의 성능이 더욱 좋아지고 인터넷 연결이 더욱 안정적이 되면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전송하는데 기능과 자격이 동등한 피어들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컴퓨터의 진화로 인터넷에서 P2P 서비스가 다시 활기를 얻게 됐다. 그로 인해 외부의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인터넷의 잠재력이 거의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P2P의 잠재력은 파일 전송이나 CPU 사이클의 공유라는 기초적인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가장 중요한 P2P 기술은 더욱 효율적인 캐싱 기ㅜㄹ이다. 사용자의 요청이 많은 콘텐츠를 별도 기억 장치에 저장해 데이터의 전송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캐시는 사용자 가까이에 저장되는 콘텐츠의 사본을 말한다. 그래서 그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P2P는 인터넷 네트워크의 단말에서 이뤄지는 혁신으로 인터넷의 핵심적인 기능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인터넷의 기능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인터넷을 비용이 많이 들고, 중앙 집권화된 서버 구조에서 좀더 분산되고 탄력적인 구조로 전환해 주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플랫폼은 현실 공간의 장벽을 제거한다. 이 장벽이 제거되면,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터넷과 현실 공간의 설계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혁신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인터넷 구조는 중앙이 아니라 단말이 힘을 갖는 E2E다. E2E가 다양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은 점점 단말이 아니라 중앙이 힘을 갖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을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다.

인터넷에서는 여러가지 요인이 혁신을 장려한다. 첫째 공유재가 코드 레이어에 위치하기 때문에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  인터넷은 통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통제 시스템에 의해 차단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기전에 많은 사람들이 승인을 해야 한다면,비합리적인 근거로 그 프로젝트가 거부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 점유율을 보호하려는 기업들, 변화에 저항하는 간부들이 그 예다. 

둘쨰, 유형 레이어를  이용하는 비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이 공유재와 연결된 시장이 매우 넓다.  태양 전지를 사용하는 인형의 시장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가 시장이라면, 인터넷은 현실 공간에서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셋째 코드 레이어의 성격 때문에현실 공간에서 거대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비싼 자원을 이용할 기회가 생긴다. 그 자원이란 데이터를 말한다. 인터넷에서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의 일방적인 광고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마케팅으로 대체된다.  그러면 제조자가 큰 지원 없이도 유통 채널에 진입하기가 더 쉬워진다. 

내가 설명한 혁신은 인터넷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나온다. 통제와 자유가 혼합된 환경이다. 그 환경은 통제와 자유의 혼합 비율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하다.  콘텐츠 레이어에 가해지는 제약이 커진다면 프리 콘텐츠에 의존하는 혁신이 제약을 받는다. 코드 레이어에 이는 공유재가 보장하는 자유 사용권이 제약을 받으면, 거기에 의존하는 혁신이 위태롭게 된다. 

나는 '코드'에서 사이버 공간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논했다. 정부와 시장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위를 통제하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자유가 제한됐다. 구조가 변하면서 사이버 공간의 자유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의 변화는 기술적인 의미에서의 구조와 법적인 구조 두가지 모두를 의미한다. 법의 변화와 코드의 변화 사이의 상호 작용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물론 모든 혁신이 손상을 입는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반적인 혁신의 사망 선고가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하고 분산된 인터넷에서 나오는 혁신을 과거 혁신을 통제한 기관들의 손안으로 되돌려 놓는다는게 나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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