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연금 보험 때문에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고?

프랑스 대혁명은 무능하고 무책임인 기득권층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로 일어난 것으로 아는데, 여기에는 당시 정부의 보험 정책도 한몫했다는 얘기가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정부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위해 지속 가능성이 없는 연금 보험 상품들을 내놨고, 그러다보니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그에 따른 불만으로 프랑스 혁명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 미히르 데사이 교수가 끈 '금융의 모험'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나 영국 모두 전쟁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지만, 상대적으로 프랑스는 무리수에 가까운 보험 상품을 내놨고 당시 정책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 재정이 계속 엉망이었던 프랑스는 국민에게 연금 보험을 팔아서 조달하는 재원에 더욱더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랑스 정부는 재원 조달이 너무 절박한 나머지, 모든 역령의 개인에게 동일한 연금 수령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5세 아동이든 80세 노인이든 연금 가입자가 살아 있을 때까지 매년 동일한 금액의 연금이 지급되었다. 연금 수령액을 이렇게 정한 것은 중장년층이 이 연금 보험에 투자할 대표 집단을 이룰테니 연금 전체의 평균 결과로 보면 일률적인 연금 수령액은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역사적 일화는 보험이 그토록 복잡한 이유 한가지를 보여주는 유별나게 참단한 사례다. 바로 역선택의 문제가 그것이다. 연금 보험을 매입해 프랑스 정부에 돈을 대준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당연히 고령자들은 정부의 보험 판매에 응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젊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젊은 층은 프랑스 정부로서는 정확히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연금 수령자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보험은 프랑스 대혁명을 유발한 핵심적인, 그러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역할을 했다. 당시 정부가 연금 보험을 팔며 내걸었던 조건중에는 현재 유효한 것도 있다. 

이렇게 팔려나간 연금이 급기야 재정위기를 초래했다. 이 연급을 지급하느라 수많은 대중이 보유한 다른 국채의 상환을 어기게 됐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불만이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 혁명 직후인 1790년대에 새 정부의 재무 장관들이 이 연금 상품의 실상을 따져 보고서 구체제의 백치 짓과 해당 연금의 불공정성을 성토했다. 이 연금 상품은 그런 종류의 계산에 밝은 스위스 은행가 같은 이들에게는 거저 주는 경품 같아 보였다. 놀랍게도 이러한 연금 중 하나는 연금 구매자의 후손에까지 연금 수령권이 상속되는 대단히 통큰 경품이어서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연금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프랑스 정부가 발표하는 예산서에는 1738년에 발행한 리노트 연금 보유자에게 1.2유로를 지급한다는 항목이 들어 있따. 우리가 여전히 프랑스 대혁명이 만들어놓은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다.

프랑스 정부는 더욱 흥미롭게도 개인들이 집단으로 연금을 구매하는 방식도 허용했다. 게다가 개인이 받는 연금 수령액이 해당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이 사망함에 따라 높아지는 식이었다. 즉 정부는 해당 집단의 마지막 구성원이 사망할때까지 그 집단에 고정된 연금 수령액을 지급하고 사망하는 개인이 늘어남에 따라 생존자들은 해당 집단에 고정되어 있는 금액에서 점점더 많은 수령액을 받게 된다.  이런 방식의 연금을 통틴이라고 불렀다.  사실상 이것은 남들보다 오래 살수록 한몫 단단히 챙기는 묘한 장치를 갖춘 연금이다. 통틴 같은 연금 설계같은 20세기 초반을 전후한 시기까지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흔했다. 

통틴에도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도적적 해이다.

만일 여러분의 보험 수령액이 다른 사람들의 사망률에 달려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번번히 그렇듯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때도 TV 만화 시리즈 심슨가족을 참조하면 유용하다. 만일 여러분이 핵발전소 소유자인 사악한 미스터 번스라면, 여러분이 가입한 통틴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 모두를 죽이려 할 것이다. 주인공 바트 심슨의 할아버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보험에 든 사람은 리스크를 더 많이 감수하는 것이 보통이자 보험 때문에 살인을 시도하지는 않을테니, 이 이야기의 사례가 완벽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가 무엇인지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종류의 보험과 안전망은 리스크를 더 많이 감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 사업자는 보험의 가격을 매길떄 사람들이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 잘 따져봐야 한다.

금융의 모험은 인문학과 금융 이야기를 버무린 책이다. 봐도 봐도 어려운 금융 관련 개념들을 역사와 철학, 소설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빌어 알기 쉽게 풀어준다. 첫 페이지를 열때는 그냥 바로 쉽게 설명해주지 빙빙 돌려 말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읽다보니 평소에는 봐도 봐도 막연하게 느껴졌던 보험, 옵션, 가치, 등의 개념이 피부에 와닿게 느껴졌다.

저자는 금융의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긍정적이다. 부작용도 많지만, 사람들이 금융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금융은 사람들의 삶과 결코 무관치 않은 분야다. 보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보험이 인류의 역사 발전이 나름 기여함 점들도 역사적인 사례들을 통해 공유해준다.

요즘 보험 업계 경영진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감안하면 보험업으로 진출하는 것은 역발성 도전의 결정판이다. 지루하고 같이 어울리기 피곤하며, 타인의 불행과 걱정거리로 돈을 버는 어딘가 모르게 사악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어서, 한때는 그들도 영웅대접을 받았다. 역사가 오언 데이비스는 보험이 확산됨에 따라 불행의 범위와 충격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불행을 유발한 책임을 이러한 복지 메커니즘의 실패에 지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웃 여성을 마녀라고 우겨서, 물에 빠뜨려 죽이는 것에 비하면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는 보험 회사에다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한결 괜찮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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