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주파수도 도로처럼 공동 사용할 수 있고, 그게 혁신에도 좋다고?

무선 통신 주파수는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특정 업체가 배타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지금은 거의 상식으로 통한다. 정부가 특정 무선 주파수에 대해 경매를 붙이고, 최고가를 낸 기업이 라이선스를 가져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다. 무선 통신 주파수를 라이선스 없이 일정 기준아래 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쓰게 하자는 주장은 많은 이들에게 느닷없고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스탠포드대 교수로 콘텐츠 제작자가 사용 범위를 정하고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운동을 주도하는 로렌스 레식이 쓴 책 '아이디어의 미래'를 보면 20세기초만 해도 무선 통신은 정부 통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무선 주파수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무선 주파수는 지금은 너무 당연해 보이는 정부 통제의 시대로 진입했다.

1912년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기전에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던 무선 통신이 철저한 통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1912년 4월 15일 새벽 타이타닉호가 침몰하자 해군의 분석가들은 전파 스펙트럼이 통제됐더라면 사고 지점에서 30킬로미터 거리에 있었던 배가 수백명의 선객들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런 혼동을 계기로 전파 스텍트럼의 사용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주파수의 사용권을 허용하는 라이선스 절차를 마련했다. 라이선스 없이 전파를 사용하면 범죄 행위로 처벌받게 됐다. 다시 말해 1927년 이후로는 전파 스펙트럼이 공유재가 아니었다.

책을 보면 저자는 무선 주파수도 정부 허가제가 아니라 개방적인 형태로 운영할만한 영역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하고, 공유재로 하면 지금보다 훨씬더 많은 혁신이 무선 네트워크 쪽에서 일어날 것이란게 저자즤 주장이다. 광대역 기술의 경우 특히 그렇다.

광대역 기술에는 확산대역(특정 주파수의 디지털 데이터를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거나 혹은 중심 주파수를 이동하게 함으로써 주파수 대역을 넓히는) 만이 아니라 일부 스펙트럼을 중복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광대역 기술은 정부나 시장이 사전에 사용권을 할당하지 않고서도 많은 사용자들이 스펙트럼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특정한 프로토콜을 통해 인터넷의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하듯이, 스펙트럼 사용자들도 그런 프로토콜을 통해 스펙트럼의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저자가 무선 주파수에 대한 규제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쪽은 아니다. 일정 기준 아래 개방형 구조로 운영하자는 것 뿐이다.

전파 스텍트럼의 사용이 규제돼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다른 형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주요 간선도로를 프리웨이라고 말한다. 간선도로는 사용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공유재라는 의미다.  그러나 프리웨이를 직접 사용하는 유형의 장치에 대한 규제는 심하다. 예를 들어 고카트나 군용 탱크를 그곳에서 탈 수 없다. 프리웨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치는 엄격히 규제된다. 그러나 누가 어디를 가느냐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용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전파 스펙트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스펙트럼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해 약간 달리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리드는 정책 입안자들이 "스펙트럼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매일 보는 현상에 맞지 않는 이론과 상식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사실 대다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무선 주파수 시스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저자의 메시지는 아주 많이 낯설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묻고 싶은 이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이더넷 네트워크의 기술을 예로 들어 무선 주파수도 공유재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파스펙트럼이 공유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더넷 초기 버전의 작동 원리를 잠시 돌이켜보자. 이더넷은 한 회사의 직원들이 컴퓨터를 네트워크에 연결시킬때 주로 사용하는 프로토콜이다. 또 집에 케이블 모뎀이 있다면 컴퓨터를 케이블 모뎀에 연결할 때 사용하는 프로토콜이 이더넷이다. 이더넷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여러대의 컴퓨터가 자원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공유의 중요한 특징은 누가 언제 무엇을 하는지 아무런 통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더넷 네트워크에 물려 있는 한 기계가 다른 기계와 대화를 원할 때 예를 들어 콘텐츠를 프린터로 보낸다든가, 서버를 통해 이메일을 보내려고 할때, 컴퓨터는 네트워크에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한다. 다시 말해 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을 예약한다는 얘기다.  

그 시간대에 네트워크가 아무런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야 예약이 이뤄진다. 두 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그런요청을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경우 네트워크는 충돌이라는 신호를 내보낸다. 그러면 각 컴퓨터는 요청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지한다. 각 컴퓨터는 다시 네트워크 사용권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각 컴퓨터가 또 다시 동시에 네트워크에 요청을 하기보다 임의로 어느정도 시간차를 두고 요청을 내보낸다.  이더넷 기술은 충돌을 처리하는 이런 프로토콜이 공동 네트워크의 사용을 조정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서로 경합시켜 어느 한쪽에만 사용권을 내주는 라이선스 제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더넷 네트워크는 사용권 입찰을 통해 매각하지 않고도 여러 대의 컴퓨터가 이 공동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중앙 통제 없이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 물론 이더넷은 튜브(케이블) 속의 스텍트럼 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전파 스펙트럼은 아니다.

또 광대역 기술은 이더넷 프로토콜과 작동법이 다르다. 하지만 이더넷 프로토콜은 적어도 위에서 아래로의 통제가 아니라 아래서 위로 상향식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전파 스펙트럼이 전통적인 하향식 라이선스 제도가 아니라 이처럼 상향식 조정으로 공유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시한다는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수십년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무선 주파수를 공유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헤디 라마에게서 처음 나왔다. 라마는 파트너는 조지 앤사일과 함께 참수함이 탐지되지 않고 서로간에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송신기가 주파수를 무작위로 변경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나의 주파수로 송신하다가 곧바로 다른 주파수로 옮겨 송신하면 그 패턴을 이미 알고 있는 수신기가 정시에 다른 주파수로 옮겨 맞추는 식이다.

1980년대초 퇴역 육군 대령 데이비드 휴즈는 스펙트럼 관리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그래서 휴즈는 무선통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곧 확산대역 기술을 개발했다. 저렴한 무선 기기를 이용해 확산 대역을 실험한 결과 특정인이 소유한 스펙트럼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 그는 오픈 스펙트럼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커뮤니티들을 연결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 계획의 핵심은 스펙트럼을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기술이었다. 스펙트럼의 유형 레이어를 공유재로 간주함으로써 그 사용을 자유롭게 하자는 계획이었다.

1980년대초 FCC는 스펙트럼을 공유재로 사용하는 방식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 핸드릭스가 그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FCC의 프로그램이 진척이 별로 없자 헨드릭스는 휴즈의 노선을 따르기로 했다. 정부의 프로그램이 진척이 별로 없자 헨드릭스는 휴즈의 노선을 따르기로 했다. 정부의 프로그램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문제는 또다시 FCC였다. FCC는 스펙트럼의 일부를 라이선스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휴즈의 기술 같은 대안적인 활용법은 원치 않았다.

저자는 무선 주파수를 공유재로 할 경우 혁신의 에너지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라이선스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의 폭이 무한하다면 앨릭스 라이트먼 같은 사람이 무수히 나와 인터넷과 사람, 또는 인터넷과 사물을 연결하는 방법을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실험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성공이 현재의 인터넷을 변화시킬 수 있다. 

혁신과 창작의 기회가 지금까지 인터넷 주변에 존해했던 것처럼 이제는 무선 기술 주변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인터넷이 제공한 놀라운 변화가 같아야 한다. 이 자유로운 자원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이 인터넷에 만들어낸 혁신과 같은 종류의 혁신을 창출해야 마땅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자유로운 자원은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무선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서비슨느 아직은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한 것도 있고, 현재 인터넷 혁신가들의 염원인 것도 있다. 이런 자유 자원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해 정부 하부 구조의 기초에서 건전한 경쟁의 무대를 만들어준다. 

혁신가들은 지금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네트워크 사용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들은 초기의 인터넷이 일으킨 혁신의 물결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큰 또 다른 혁신의 물결을 일으킬수 있을지 모른다. 스펙트럼 사용의 혁신을 향한 중요한 첫 단계는 스펙트럼을 정부의 통젱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는 스펙트럼 공유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서부터 해즐릿처럼 완전히 사유화된 스펙트럼 시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공유재와 달리, 전파 스펙트럼이라는 공유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공유재와 달리 무선 서비스의 경우에는 아직 이렇다할 다양한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스펙트럼을 관리할 다른 방법이 있다는 증거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과연 공유재로 관리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스펙트럼이 공유재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는 정부가 스펙트럼을 규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스펙트럼이 자유 자원이라고 해도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 규제는 현재 스펙트럼을 통제하는 규제와는 달라야 한다. 누구나 스펙트럼을 사용할 수 있는 결정하는 주체가 정부가 시장이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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