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이 많이 넘어오고 있다"...어느 타다 기사와의 대화

얼마전 타다를 타면서,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원칙적으로 타다 기사는 필요한거 아니면 말을 거의 걸지 않기 때문에, 대화는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시작됐다. 

대화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타다에 대해 몰랐던 몇가지를 알게돼 글로 공유해본다.

우선 택시 기사들이 최근 타다 쪽으로 많이 합류하고 있는 것 같다. 대리 운전 했던 분들이 제일 많다고는 하는데, 택시쪽에서도 많이 넘어오고 있다. 

나와 얘기를 나눈 기사가 전해준 것 만으로 단정짓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회사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아름아름 타다 기사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꽤 퍼지고 있는 모양이다.

타다 기사는 타다 소속이 아니다. 타다 차량을 소유한 회사 소속이다. 타다 차량 소유 회사는 여러개가 있고, 이들은 타사와 계약을 맺고 차량을 제공한다. 현재 타다 기사들중엔 프리랜서 개념으로 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일부 회사는 정규직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프리랜서로 있으면 4대 보험 같은 걸 적용받기는 쉽지 않다. 고용 안정성 측면에선 좋다고는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근무 시간을 기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 측면에선 좋은 점도 있다고. 하루 의무적으로 채워야하는 사납금도 없어서, 매일 매일 숫자가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어느정도는 벗어날 수 있단다. 그러다보니 난폭이나 과속 운전을 할 이유도 별로 없다. 나와 대화를 한 기사는 프리랜서로 타다 기사를 한다고 하는데, 그런저럭 만족한다고 했다.

들어보니 타다는 예상대로 중앙 집중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다. 타다 차량과 기사는 사실상 중앙의 통제를 받는 단말기에 가깝다. 

타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승차 수요를 관리한다.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 수요가 덜한 지역에 있는 타다 차량을 수요가 많은 쪽으로 이동시킨다. 데이터가 쌓이고 그걸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질수록 이것저것 할게 많이 있을 것 같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사용자가 콜을 요청하면 인근에 있는 택시들이 동시에 콜을 받고, 먼저 누르는 택시가 기회를 잡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타다의 경우는 중앙에서 직접 특정 차량으로 콜을 전달한다. 

콜을 받는 기사는 내비게이션대로 운전한다. 자신이 아는 좀더 편한 루트로 갈수도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에 휩싸일 수있고,손님이 가달라고 하지 않는한 내비게이션을 따르면서 운전한다. 구석구석 왔다갔다 하는 걸 보면 지도 서비스가 꽤 정확한 모양이다.

점심 시간 등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타다 기사는 중앙 콘트롤타워에서 떨어지는 콜을 기본적으로 받아야 한다. 오는 콜을 받을 수 없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못받는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벌점 비슷한게 있는 모양이다.  타다가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모빌리티 서비스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단말격인 기사 입장에선 스트레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택시 기사는 피곤하면 적당히 쉬기도 하고 그러는데, 타다는 그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강력한 중앙 통제가 전달하는 효율성은 단말에 해당하는 기사들에 대한 통제에 기반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급한게 아니라면 택시 보다는 타다를 이용하는 편이다. 주로 부모님 모시고 어디 갈때나 키우고 있는 고양이 데리고 병원 갈때 타다를 부른다.

길치이고, 길을 설명하는 재주가 없다보니 타다는 기사에게 어디로 어떻게 가달라고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예전에는 택시 타면 알아서 구석구석까지 가줬는데, 요즘 택시 기사들은 그때랑은 좀 다른것 같다. 어디로 가자고 하면 어떻게 가냐고 되묻는 이들이 많다. 내비게이션 활용도 서투른거 같고. 

타다는 기사들이 과속하지 않고, 듣기 거북한 말 하지 않아서도 좋다. 타다 측에서 기사들이 승객을 대하는 매뉴얼도 표준화시켜놨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타다는 중앙 집중화된 모빌리티 서비스임을 느끼게 되는 대목.

타다를 이용하면 꼭 기사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불편하다. 평가하고 있을때 평가하고 싶은데, 타다 앱은 디폴트로 평가할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영혼없이 적당히 버튼을 누르고 마치게 된다. 이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선 나은 것인지 타다 쪽에 한번 묻고 싶어진다. "어떤게 좋으냐?"고 타다에서 물어온다면 "평가를 하고 싶을때 하는게 (훨씬) 낫다"고 대답해 주겠다.

사용자 입장에서 한번 익숙해진 서비스와 결별하기는 어렵다.

타다도 마찬가지. 타다 같은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는 기존 택시 시스템과는 사용자 경험(UX)에서 우위가 있다. 이런저런 갈등은 있겠지만 택시 서비스의 무게 중심이 점점 타다와 같은 플랫폼 기반으로 넘어갈 것임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로서 다양한 편의로 누리고 노동자로서 먹고 사는 입장에서 타다와 일자리에 대해서도 한마디 남기고 싶다.

타다와 같은 서비스는 고용의 질 측면에선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는 내가 알기로는 없다. 우버나 리프트 모두 적자 상태다. 마케팅 비용도 적지 않게 쏟아붓는다. 타다도 지금은 적자일 것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적자를 벗어나려면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동네도 벌써 경쟁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기사에 대한 처우가 눈에 띄게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입으로 치면 회사 택시보다 조금 낫거나, 투잡 뛰는 이들에게 할만하지 않을런지... 나와 대화를 나눈 분도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잘 안되다 보니 타다에서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했다.

테크잇 뉴스레터를 전해드립니다!

오피니언 기반 테크 블로그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들을 이메일로 간편하게 받아 볼 수 있습니다.

About the author

endgame
endgame

테크 블로거 / 공유할만한 글로벌 테크 소식들 틈틈히 전달하겠습니다

No more pages to load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 '테크잇'

독자 여러분들께서 좋은 의견이나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양식에 따라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