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감독이 아니라 변호사가 영화 소품을 어떤걸 쓸지 결정하냐고요?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C)  운동을 이끄는 로렌스 레식 스탠포드대 교수는 저작권과 관련해 "과거가 미래를 잡은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과도한 저작권 보호로 인해 인간의 창의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경고해왔다. 

과거의 힘, 다시 말해 저작권을 보유한 거대 기업들의 입김이 점점 세지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저작권이 보호받는 상황이 됐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자신의 책 '아이디어의 미래'에서 2007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불편한진실'을 연출한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의 얘기를 사례로 들어 강력한 저작권 보호가 부른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감독은 반드시 저작권 해결을 해야한다. 저작권이 유효한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면 저작권 소유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오프닝 크레딧에 노래를 삽입하려면 그 노래를 만든 작곡가나 가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일들을 저작권법에 따라 창의적인 과정에 부과되는 일상적이고, 합리적인 제한이다. 그런 제도가 없으면 구겐하임 같은 감독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다. 그러나 영화에 우연히 등장하는 소품들은 어떨까? 

영화 속 한 장면에 나오는 기숙사 방 벽에 붙은 포스터, 담배 피우는 남자가 들고 있는 코카콜라 캔, 배경의 트럭에 그려진 광고 등도 역시 창작물이다. 이런 것들을 영화에 등장시킬 때에도 허가를 받아야할까? 구겐하임은 "10년전만 해도 우연히 삽입되는 창작물의 경우 일반인들이 알아볼때만 저작권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아주 다르다. "이제는 어떤 창작물이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알아보면 사용 허가를 받고, 저작권을 구입해야 한다. 거의 모든 예술 작품이나 가구, 조각품을 영화에 사용하기전에 저작권부터 해결해야 한다."

저작권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영화에서 변호사들의 입김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식 교수는 구겐하임 감독을 인용해 몇가지 사례를 공유한다.

"영화를 찍기전에, 사용할 모든 소품의 목록을 만들어 변호사에게 보내는 직원 여럿을 고용해야 한다. 변호사들이 목록을 검토한 뒤 사용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알려준다. "창작물의 원작을 찾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원작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허가가 거부되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변호사들이 어떤 소품이 사용 가능한지를 결정한다. 영화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주체가 변호사라는 얘기다.

변호사들이 이런 통제권에 매달리는 이유가 뭘까? 통제를 하지 않으면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법 체계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SF 영화 12몽키즈는 개봉 28일만에 법정으로부터 상영 금지 명령을 받았다. 한 예술가가 영화에 나오는 의자 하나가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의 스케치와 비슷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배트맨3: 포에버'도 개봉되지 못할 뻔했다. 배트맨이 모든 차 배트모바일 한 정원을 통과하는데, 그 정원을 원래 설계한 사람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개봉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데블스: 애드버킷의 개봉이 이틀 지연됐다. 한 조각가가 자기 작품이 배경에 사용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가 빈발하자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감독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게 됐다.

이런 통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용 면에서만이 아니다. 구겐 하임은 이렇게 말한다. "내 경우는 창의성을 희생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감독으로서 내가 만들어 내려고 했던 세계가 완전히 밋밋해진다. 당연히 들어가야할 요소들이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세계를 구상하고 창작해서 그 세계로 관객들을 데려가는 것이 내일이다.

제작사가 감독인 내게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작품에서 특정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거실 벽에 특정 미술품을 걸어 놓고 특정한 일을 하는 등장 인물을 설정한다면 그것들을 내가 표현하려는 비전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젠 그것들을 사용하려면 왜 반드시 넣어야 하는지 그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건 잘못된 일이다.

아이디어의 미래는 이와 같이 터무니 없고 극단적인 규칙이 만들어지는 배경을 다루는 책이다.

왜 창작의 과정에 혁신이나 창의성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듯한 규칙이 끼어들어 발목을 잡아야 하나? 그것은 비단 영화만이 아니라 예술 전체, 예술만이 아니라 좀더 넓은 의미의 혁신적인 일 전부에 해당되는 문제다. 법학 교수 제시카 리트먼에 따르면 저작권법은 일반인들이 그런법이 있을 수 있어? 말도 안되지라는 반응을 보일만한 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런법은 실제로 존재하며 일반인들이 정확하게 봤듯이 그것은 말도 안되는 법이다.

이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통제받을 것이다. 법을 이용해 인터넷과 창의성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미래를 가로막으려는 사람들의 통제를 말한다.

로렌스 레식이 저작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저작권 보호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으니, 적당한 지점에서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그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개인 사유 재산도 있는 세계, 공공도로도 있고, 집앞의 개인 전용 도로도 있는 세계에 산다. 이런 세계에서 사는 우리는 사유 재산과 공공 자산 사이의 규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누구나 다녀야 하는 거리를 사유 재산으로 매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이다. GM을 국유화하는 것은 정신 나간 정책이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 또는 그 공간을 규제하는 법률에 관한한 우리는 이 균형의 교훈을 점점 잊어가고 있다. 법과 기술을 통한 완벽한 통제가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따. 사이버 공간에서는 과격주의가 정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테크잇 뉴스레터를 전해드립니다!

오피니언 기반 테크 블로그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들을 이메일로 간편하게 받아 볼 수 있습니다.

About the author

endgame
endgame

테크 블로거 / 공유할만한 글로벌 테크 소식들 틈틈히 전달하겠습니다

No more pages to load


TechIT

테크 비즈니스를 보는 다양한 통찰 '테크잇'

독자 여러분들께서 좋은 의견이나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양식에 따라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Contact